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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여정, 현송월, 이설주 눈 밖에 나면 죽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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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부인 이설주가 지난해 5월 당창건 70주년 공훈국가합창단과 모란봉악단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노동신문]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부인 이설주가 지난 해 12월 북한군 항공 및 반항공군 전투비행술 경기대회를 참관하고 있다. [노동신문]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아끼는 여성 3인방의 위세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 현송월 노동당 서기실 과장, 이설주(김정은 부인)가 그들이다. 대북 소식통은 13일 “지금 북한은 ‘김여정·현송월·이설주 눈 밖에 나면 죽는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이들의 위세가 대단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30)이 최근 선전선동부 부부장에서 제1부부장으로 승진했다. 대북 소식통은 “올해 김정은의 신년사에서 이례적으로 그의 자아비판이 들어가는데 이 과정에서 김여정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며 “무결점의 신성한 존재인 수령이 본인의 과오를 인정하는 것은 김여정이 아니면 불가능했다”고 밝혔다.

김정은은 올해 신년사에서 “언제나 늘 마음뿐이였고 능력이 따라서지 못하는 안타까움과 자책속에 지난 한해를 보냈다”고 자아비판했다.

당창건 70주년 기념 열병식에 앞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받은 꽃다발을 챙기는 김여정의 모습. [조선중앙TV 캡처]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김여정(김정일 우측)과 지난해 2월 광명성 4호 발사 장면을 지켜보고 있다. [조선중앙TV 캡처]

김여정이 이렇게 나서게 된 이유는 김정은이 한국의 촛불시위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사태가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 우려하자 “수령이 먼저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야 인민들의 여론을 선제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고 조언해 신년사에 포함됐다는 것이다. 김여정은 2014년 선전선동부에 입부한 뒤 직속상관인 김기남(88) 부장과 이재일(82) 제1부부장을 혁명화 교육을 시켰고 지난해 최휘 제1부부장을 지방농장으로 좌천시켰다. 지금은 권력 교체와 김정은 우상화 작업을 주도하고 있다.

대북 소식통은 “오진우(1917~1995) 전 인민무력부장의 세 아들이 해임되는 등 빨치산 세력들이 중앙 권력에서 배제되는 것도 김여정의 작품”이라며 “김정은의 백두혈통 우상화 작업에 빨치산 세력들이 냉소적으로 보기 때문에 김여정이 이들을 쳐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태영호 전 주영국 북한대사관 공사도 “북한 엘리트층을 무서워하는 김정은이 항일 빨치산 세력을 숙청 중”이라며 “(빨치산은) 권력투쟁의 속성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들어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모란봉악단이 2015년 12월 중국 공연을 위해 베이징을 방문했다. 당시 지재룡 주중 북한대사(왼쪽)와 현송월 단장(오른쪽)이 숙소인 민쭈호텔을 나서며 심각한 표정으로 주위를 살피고 있다. [사진제공=이매진차이나]

2015년 12월 베이징 민쭈호텔 로비에서 포착된 현송월(오른쪽) 모란봉악단 단장의 모습. [중앙포토]

2015년 12월 베이징 민쭈호텔 로비에서 포착된 현송월(오른쪽) 모란봉악단 단장의 모습. [중앙포토] 한때 김정은 애인이라는 설이 돌았던 현송월(39) 전 모란봉악단장이 최근 노동당 서기실 과장에 임명됐다. 서기실은 한국의 대통령 비서실처럼 김정은의 일거수 일투족을 최측근에서 보좌하는 조직이다. 서기실 과장은 내각 총리와 고위급 장성들 조차 눈치를 보는 북한 권력의 핵심으로 위세가 대단한 자리다. 대북 소식통은 “김정은이 북한판 걸그룹인 모란봉악단장을 서기실 과장으로 임명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고 밝혔다. 현송월은 서기실 과장으로 임명되기 이전부터 김정은의 총애를 등에 업고 권세를 휘둘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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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송월은 2015년 12월 모란봉악단의 중국 베이징 공연이 갑자기 취소되는 과정에서 그의 이름이 국내에 많이 알려졌다. 아울러 모란봉악단이 공연 3시간을 앞두고 취소되고 갑자기 귀국했는데 그 이유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렸다. 공연 취소의 발단은 공연 내용 가운데 김정은 우상화 부분이 포함돼 중국측에서 이의를 제기하자 공연단이 ‘최고 존엄’을 내세우면서 일정을 취소됐다. 당시 관심은 누가 공연 취소 결정을 내렸을까였다.

대북 소식통은 “당시 방중단의 실질적인 단장은 김성남(64) 노동당 국제부 제1부부장이었지만 현송월이 상부와 협의해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김성남은 북·중 관계에 심각한 영향을 줄까 봐 전전긍긍했지만 현송월이 그런 김성남을 다그쳤던 것이다. 중국 외교부 관계자들조차 “현송월의 위세에 쩔쩔매는 김성남이 답답해 보였고 엄중한 북·중 관계를 맡을 능력이 있는지 의심스러웠다”고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북·중 관계는 정부간 관계보다 당(黨) 대 당(黨) 교류가 더 중요하다. 북한은 노동당 국제부, 중국은 공산당 대외연락부가 이를 맡고 있다. 그래서 김성남의 역할이 중요하다. 중국은 2015년 모란봉 악단이 철수하는 과정에서 김성남이 보여준 모습에 실망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성남은 김일성·김정일이 방중때 통역을 맡았던 1호 통역사 출신으로 북·중 최고위급 회담에 빠짐없이 참석했던 북한 내 중국통이다. 최근 부부장에서 제1부부장으로 승진했다. 김성남은 지난해 9월 제5차 핵실험을 앞둔 하루 전 날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사전 통보하는 핫라인 역할을 수행했다. 장성택 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2013년 사망한 이후 김성남이 북한의 중국 창구 역할을 맡아왔다.이설주도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 이설주는 최근 주요보직에 자신의 사람을 앉히는 등 몸집 불리기를 시작했다. 급기야 공군 비행사 출신인 아버지를 김정은의 신변 보호를 담당하는 경호책임자로 배치하면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과거 고운 자태로 독재자 김정은의 이미지를 자애로운 남편로 만들고 인민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역할에 머물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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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설주와 현송월은 은하수관현악단에서 만나 친자매처럼 지내는 사이다. 김정은이 5살 연상인 현송월과 염문설이 있어 이설주와 현송월이 ‘사랑전쟁’을 벌였다는 소문도 있었다. 하지만 그 여부를 확인하기 힘들며 지금은 이설주가 전폭적으로 현송월을 신임하고 권력 핵심라인으로 양성하고 있다고 한다. 현송월이 여장부 스타일이며 친한 사람들에게는 싹싹하며 잘 챙겨주는 성격이라 이설주를 잘 보살펴 준다고 알려졌다.

대북 소식통은 “현재 북한을 실질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사람은 김정은이 아니라 여성 3인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고수석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 ko.soos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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