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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중증 비뇨기 환자의 희망…국내 최소침습수술 선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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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환자 비율은 병원의 질을 가늠하는 지표다. 실력이 뛰어난 병원에 중증환자가 몰려서다. 고대안산병원(상급종합병원) 비뇨기과에 해당하는 얘기다. 이곳의 중증환자 비율은 상급종합병원 기준(17%)을 훨씬 웃도는 60%에 달한다. 지역에서 환자가 마지막에 찾는 병원이라는 의미다. 고대안산병원 비뇨기과는 지난 한 해 1000여 건의 수술 대부분을 복강경·내시경·로봇을 이용한 최소침습으로 시행했다. 환자 중심의 철학, 젊은 의료진의 열정이 결합된 결과다. 지역을 넘어 국내 비뇨기과 질환자의 마지막 희망이 되고 있는 고대안산병원 비뇨기과를 찾았다.

고대안산병원 비뇨기과 최훈·배재현·박재영 교수(왼쪽부터)가 전립선암 환자의 자기공명영상촬영(MRI) 사진을 보며 수술 계획을 논의하고 있다. 송경빈 기자

고대안산병원 비뇨기과의 역사는 1985년 병원 개원과 함께 시작됐다. 98년 고대안산병원장이던 조재흥(전 대한비뇨기과학회 이사장) 교수는 체외충격파 쇄석기, 초음파기, 레이저 열 치료기(Laserthermia) 등 당시 신형 장비에 과감히 투자해 비뇨기과 발전의 기틀을 세웠다. 고대안산병원은 고대의료원 산하 3개 병원 중 유일하게 비뇨기과 전용 실험실을 갖춘 곳이기도 하다. 임상과 연구라는 ‘양 날개’를 달며 비뇨기과는 전국적인 명성을 쌓았다.

특성화 병원 탐방 고대안산병원 비뇨기과

중증환자 진료 비율 60%
동급 병원 기준의 3.5배
적정·맞춤형 진료 추구

현재 비뇨기과는 30~40대 교수·전공의 등 5명의 의료진이 진료를 담당하고 있다. 각자 개인적인 일정을 공동 스케줄에 공유할 만큼 관계가 끈끈하다. 젊음과 열정, 팀워크는 고대안산병원 비뇨기과를 작지만 강한 ‘히든 챔피언’으로 성장시킨 원동력으로 꼽힌다. 비뇨기과 의료진이 지난 5년간 발표한 SCI 급 논문은 47편에 달한다. 의료진 대상 강연은 56차례 진행했다. 1주일에 한 번 이상 같은 분야 의료진에게 수술을 비롯한 최신 의학 정보를 소개할 만큼 남다른 노하우를 갖췄다는 평가다. 지난해 병원에 첨단 의료장비인 수술용 로봇(다빈치)을 도입하고, 현재까지 중증환자를 대상으로 가장 많은 수술을 진행하는 곳도 바로 비뇨기과다.

복강경·로봇 등으로 최소절개수술

고대안산병원 비뇨기과는 첨단외과를 지향한다. 현미경·내시경·레이저·로봇 등 다양한 첨단 장비를 활용해 환자를 치료한다. 수술의 초점은 환자 중심의 최소침습과 최소절개에 맞춰진다. 그 중심에 비뇨기과 과장인 배재현 교수가 있다. 개복수술이 주를 이뤘던 2000년대 초, 임상강사(펠로)였던 그는 자비로 일본 도카이(東海)대를 찾아 복강경 수술을 배워 왔다. 고대의료원 비뇨기과 의료진 중 복강경 수술을 최초 도입한 사람이 배 교수다. 그는 “비뇨기과에서도 복강경을 이용한 최소침습수술이 부각될 것이란 확신이 있었다”며 “선도적으로 도입한 덕에 지금은 대부분의 수술에서 개복수술 못지않은 치료 성적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고대안산병원 비뇨기과 배재현 교수는 2015년 병원 최초로 수술 생중계를 시행했다.

고대안산병원 비뇨기과 배재현 교수는 2015년 병원 최초로 수술 생중계를 시행했다.

그의 자신감은 2015년 6월, 고대안산병원 최초로 진행한 수술 생중계(라이브 서저리)를 통해서도 엿볼 수 있다. 의료진 대상의 라이브 서저리를 진행하려면 수술 실력과 독창성을 동시에 갖춰야 한다. 배 교수가 진행한 수술은 소변이 역류하는 5세 여아를 대상으로 한 ‘복강경하 경방광 항역류 수술’이었다.

보통 배를 4~5㎝ 절개한 후 방광쪽 요관을 잘라 안쪽으로 깊숙이 밀어 넣는 방식으로 치료하는데, 이 경우 흉터가 크게 남고 방광 주변의 배뇨조절 신경이 손상되기 쉽다는 단점이 있었다. 배 교수는 다른 방법을 택했다. 방광에 공기를 주입한 후 5㎜ 구멍 3개를 뚫어 복강경을 넣은 뒤 안에서 요관을 잡아당겨 경로를 확보하는 방식으로 치료에 성공했다. 지난해 이 수술법을 담은 논문은 SCI급 국제 학술지 ‘소아비뇨기과학지(Journal of Pediatric Urology)’에 실렸다.

최훈 교수는 남성 생식기 질환과 요로계(신장·요관·방광·요도) 결석 치료에서 최소침습수술을 주도한다. 내시경·복강경을 이용한 다양한 수술법을 개발하며 SCI급 논문 수십 편에 제1 저자로 참여했다. 그는 직경 1㎝ 이상 요관 결석 치료를 복강경 수술로 해낸다. 독자 개발한 특수 수술도구를 활용해 구멍 크기를 기존의 절반으로 줄이면서도 수술 후 잘린 부위에 직경 0.3㎜의 요관부목을 설치해낼 만큼 남다른 수술 실력을 갖췄다.

최 교수는 최근 남성 난임의 주요 원인인 정계정맥류를 치료하는 수술법을 독자적으로 개발하기도 했다. 보통 정계정맥류 치료는 발생 위치에 따라 서혜부(배와 허벅지 경계)를 2~3㎝ 절개한 뒤 고환에 접근해 막힌 정맥을 잘라 치료한다. 최 교수의 수술법은 배꼽에 구멍을 하나만 뚫고 이곳에 복강경을 삽입해 정맥을 제거하는 방식이다. 미용 효과는 물론 근육 손상을 줄일 수 있어 통증 등 환자 부담이 적다. 그는 “양측성 정계정맥류도 동시에 치료가 가능하다”며 “또 병이 재발해도 서혜부를 다시 절개할 필요가 없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전립선암 위험도 계산해 수술 여부 결정

고대안산병원 비뇨기과의 환자 중심 의료는 적정 진료와 맞춤형 치료로 완성된다. 6개 과가 참여하는 다학제 진료를 통해 암환자에게 꼭 필요한 치료를 신속·정확히 결정하도록 시스템을 갖췄다. 암이라고 섣부르게 수술을 결정하지는 않는다. 전립선암이 대표적이다. 박재영 교수는 “수년 전부터 저위험 전립선암 환자의 경우 생존율이 수술 여부와 연관이 적다는 보고가 잇따르고 있다”며 “미국·유럽의 최신 치료 가이드라인에도 저위험일 경우 적극적인 관찰(3개월 단위 혈액검사)을 권고한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2010년 국내 최초로 ‘한국인 전립선암 위험도 계산기’, 2016년 ‘고위험 전립선암 위험도 계산기’를 각각 개발해 온라인에서 환자가 언제든 확인할 수 있는 사이트를 개설하기도 했다. 불필요한 수술, 과잉 진단을 줄이자는 취지에서다. 박 교수는 “실제로 혈액검사(전립선 특이 항원·PSA) 수치가 암인 것으로 나와도 조직검사에서 암으로 확진되는 비율은 25%에 그친다”며 “전립선암 위험도 계산기는 수천 명의 데이터를 입력해 신뢰성을 검증받은 프로그램으로, 일반인도 PSA, 전립선 크기 등 검사 수치만 알면 쉽게 위험도를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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