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대보름 생일 김보름, 선물로 받은 세계선수권 금메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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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월대보름이 하루 지난 12일 강원도 강릉에 보름달이 가장 높이 떴다. 한국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김보름(24·강원도청)은 2016-17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종목별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매스스타트에서 금메달을 땄다.

김보름은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날 여자 매스스타트에서 8분0초79 기록으로 1위로 골인, 60포인트를 획득해 우승했다. 김보름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딴 건 이번이 처음이다. 매스스타트는 여러 명의 선수가 400m 트랙을 함께 16바퀴 도는 경기다. 기록보다 순위가 중요한 쇼트트랙(111.1m) 경기를 롱트랙(400m)에서 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 김보름은 줄곧 4~5위권에서 달리다가 마지막 바퀴에서 폭발적인 스퍼트로 다른 선수들을 제치고 가장 먼저 골인했다.

김보름은 "정월대보름(음력 1월15일)에 태어나서 부모님이 '보름'이라고 이름을 지어주셨다. 생일 선물로 원하던 금메달을 받았다"며 활짝 웃었다. 이어 "상위 랭킹 선수들만 견제했는데, 막상 경기에 들어가니 예상 외의 선수들이 앞으로 치고 나와 당황했다. 하지만 외국 선수들과 몸싸움에서 밀리지 않고 계속 앞으로 나갈 기회를 엿봤고 마지막 바퀴에 승부를 걸었는데 잘 맞아떨어졌다"고 말했다.

중학교 2학년 때 쇼트트랙을 시작한 김보름은 번번이 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했다. 그 때 쇼트트랙에서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한 이승훈(29·대한항공)이 2010년 밴쿠버 겨울올림픽 1만m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그해 5월 김보름도 스피드스케이팅에 도전하기로 결심했다. 주변의 반대가 심했지만 김보름의 결정을 막을 수는 없었다.

이후 김보름의 삶은 완전히 바뀌었다.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한 이듬해인 2011년, 김보름은 마침내 꿈에 그리던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았다. 그리고 매스스타트가 평창 올림픽 공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쇼트트랙 선수 출신인 김보름에게는 매스스타트가 안성맞춤이라 할 수 있는 종목이다. 김보름은 이번 경기에서도 마지막 바퀴에서 가파른 코너 안쪽을 파고들었다. 그 과정에서 선수 두 명이 넘어지는 등 아수라장이 됐지만 김보름은 당당하게 가장 앞으로 치고 나왔다. 김보름은 "쇼트트랙에서 작은 원을 많이 타봐서 코너 안쪽으로 타는게 수월하다"고 말했다.

김보름은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매스스타트의 금메달 후보로 꼽힌다. 김보름은 "매스스타트는 기록 경기가 아닌 순위 경기라서 워낙 변수가 많다. 자신감을 가지고 잘 준비하는 게 중요하다"며 "이번 대회를 통해 상위 랭킹 선수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들을 잘 견제해야 한다는 걸 알았다"고 말했다.

강릉=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