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 후 플로리다로 날아간 트럼프와 아베
방 118개에 응접실 등 금으로 장식 #이방카·쿠슈너 등 딸 가족도 동반 #부인 멜라니아 조용한 행보 대조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백악관을 방문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게 ‘통 큰 대접’을 했다. 싸워야 할 땐 물불 가리지 않고 싸우지만 잘 지내고 싶은 파트너에겐 상대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베푸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사업가 시절부터 쌓아온 인맥 구축법. 특히 전용기와 초호화 리조트와 골프는 이른바 ‘풀 코스’라 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 측근인 조지 로스가 저서 ?트럼프처럼 협상하라?에서 “억만장자인 트럼프는 자신이 훌륭한 파트너란 확신을 주기 위해 끊임없이 상대에게 베풀 특별한 것을 연구한다. 전용기로 본인 소유의 초호화 리조트에 데려가 함께 골프를 즐기며 친분을 쌓는 식”이라고 밝힌 그대로다. 이번 미·일 정상회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스타일이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평가다.
시작부터 덕담이 오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총리와 함께 연 공동 기자회견에서 “그 유명한 백악관에 오신 것을 환영한다”고 운을 뗀 뒤 “(백악관을) 아주 일찍 방문한 외국 정상이다. 중요하고 굳건한 동맹국 정상이 방문해 기쁘다”며 따뜻하게 환대했다. 아베 총리도 트럼프 대통령을 “뛰어난 사업가”라며 한껏 치켜세웠다. 회담에 앞서 기념사진을 찍을 때는 트럼프 대통령이 아베 총리의 왼손을 붙잡고 강하게 끌어당긴 뒤 두 손으로 감싸는 모습도 연출됐다.
백악관 회담 후 트럼프 대통령은 에어포스원에 아내 멜라니아와 아베 총리, 그의 부인인 아키에 여사 등을 함께 태우고 자신 소유의 리조트이자 ‘겨울 백악관’이라 부르는 마라라고로 떠났다. 미국 대통령이 외국 정상을 영빈관인 블레어 하우스에 머물게 하는 것과는 다른 대우다. 물론 역대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을 벗어나 좀 더 편한 별장에 친한 외국 정상들을 초대한 일은 종종 있었다. 1940년대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 때부터 대통령 별장으로 쓰인 캠프 데이비드 별장이 대표적이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각별한 관계에 있는 정상들을 자신의 사저인 텍사스주 크로퍼드 목장으로 초대하곤 했다.
하지만 회원만 이용할 수 있고 가입비가 20만 달러(약 2억3000만원)에 달하는 마라라고만큼 초호화 시설은 아니었다. 스케일이 다른 셈이다. 플로리다주 팜비치에 위치한 이곳에는 방이 118개가 있고 정원은 축구장의 11배 크기에 달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사들인 뒤 응접실 등 내부를 온통 금으로 장식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현재 매매가는 2억 달러(약 2300억원)를 웃돈다.
마라라고에 함께한 건 이들뿐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 그의 남편이자 백악관 선임고문인 재러드 쿠슈너, 이들 부부의 아이들도 플로리다로 떠났다. 이곳에서 만찬 등을 즐긴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11일 골프도 함께했다. 이에 대해 아베 총리가 외조부의 ‘골프 외교’를 이어나가려는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그의 외조부인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는 1957년 미국 방문 때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할아버지인 프레스콧 부시 상원의원과 골프를 쳤던 인연이 있다. 눈에 띄는 것은 유독 조용한 멜라니아였다. 외국 정상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 퍼스트레이디가 그의 배우자를 맞이하고 여러 일정을 함께 소화해온 것과 달리 멜라니아는 마라라고로 가는 에어포스원에 탑승하기 전까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 때문에 아키에 여사는 청각장애인을 위한 종합대학 등을 홀로 방문해야 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재임 당시 퍼스트레이디였던 미셸 오바마가 당시 워싱턴을 찾은 아키에 여사와 초등학교에 동행하며 친근한 모습을 연출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외교적 결례’가 아니냐는 지적이 쏟아졌음에도 백악관은 멜라니아의 일정에 대해서는 특별히 언급하지 않았다. CNN 등 미국 언론은 백악관 최초의 모델 출신 영부인으로 패션·스타일 등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그가 ‘역대 가장 조용한 영부인’으로 기록될지 모른다고 전했다. 윤리적 논란도 불거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일본 정부가 트럼프 소유 골프장에서 비용을 낸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공직자가 외국으로부터 금품을 받는 행위를 금지한 법을 위반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