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음향 공연장으로 재개관하는 국립국악원 우면당
지금 국악계는 자연음향 찾기가 화두다. 원래 극장에서가 아닌 방중악으로 연주되던 국악기들은 크기도 작고 소리도 작았다. 그러니 20세기 극장 공간에 들어오면서는 전파 음향에 의존해야 했다. 구조상 양악기 보다 공명이 작을 수밖에 없는 국악기를 위한 전용 공연장이 없었던 탓이다. 2007년 최초로 ‘국악 전용’을 표방한 서울남산국악당이 문을 열었지만 자연음향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고, 2013년 개관한 국립국악원 풍류사랑방은 초기 심한 울림이 문제였다. 하지만 2015년 개조를 거쳐 합격점을 받았고, 지난해 9월 개관한 140석 규모의 서울돈화문국악당 역시 자연음향을 내걸었다.
독주 위주의 아담한 풍류사랑방에 비해 콘서트홀로 지어진 우면당은 231석으로 자연음향 공연장으로선 국내 최대 규모다. 실내악 앙상블과 관현악 연주까지 가능한 규모에서 잔향과 명료성이 최적화된 자연음향을 실현하기 위해 첨단 기술과 전통의 지혜가 총동원됐다. 리모델링을 총지휘한 오진수 무대과장은 “전파 음향에 의존하면 국악의 섬세함이 전달 안 돼 발전이 없다”며 “소리 전달은 공기 마찰 때문에 물리적인 제약이 있지만 건축음향으로 상당 부분 해결했다”고 자부했다.
공연장 내부는 단풍나무 재질의 각양각색 반사판으로 꽉 채워졌다. 천장에 거대한 파도가 이는 듯한 12개 반사판이 무대 소리를 확산시키고, 굴곡진 기와 형태의 측면 반사판 12개는 음향을 왜곡 없이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무대 뒷면의 이동형 반사판도 공연에 맞춰 공간 크기를 조절해 보다 정확한 소리를 추구하게 했다.
재미있는 비밀은 바닥에 묻혀 있다. 무대 바닥에 10개의 공명통을 심은 것. 바닥에 항아리를 묻은 일본의 노악당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음향이 낮은 악기를 연주할 때 소리가 바닥으로 들어가 안에서 공명이 돼서 확성되고 악기 간 하모니까지 생기는 원리다. 국내 최초로 구현된 이 아이디어는 가야금 명인인 김해숙 국립국악원장에게서 나왔다. “일본 요코하마 노악당에 연주를 갔는데 내 소리가 왕방울만하게 들려 깜짝 놀랐어요. 나무 자재도 좋아서 마치 FM에서 걸러 나오는 소리 같았죠. 노 공연에서 발로 바닥을 구를 때 울려야 되서 독을 심었다는데, 에밀레종의 공명도 같은 원리라더군요.”
김 원장은 “그간 국악계에 실내악이 빈약해 관현악의 발전이 더뎠다”면서 실내악 실험을 위한 공간 탄생의 의의를 강조했다. “새로운 공간이 연주자와 작곡가의 마인드를 바꿀 수 있어요. 마이크에 기댈 수 없으니 연주자들이 긴장하며 훈련을 하고 있고, 이런 움직임이 다른 악단에도 이어져 음악계가 탄탄해지겠죠. 우면당 재개관은 우리 음악계의 조용한 혁명이 될 겁니다.”
공간이 갖춰졌으니 문제는 콘텐트다. 자연 음향에 적합한 곡을 만들어갈 작곡가 양성이 시급한 것이다. 하지만 작곡계 인력난으로 당장은 기존 곡들을 자연 음향에 맞춰 재편성할 수밖에 없다. “작곡가 양성이 음악계의 큰 화두지만 하루아침에 뻥튀기 하듯 될 순 없어요. 우선 1세대 작곡가 김기수부터 현대 작곡가까지 총망라한 실험 음악회를 통해 대안을 제시해 갈 겁니다. 작곡가를 키우려면 연주자의 두 배의 시간이 필요해요. 많은 사람들이 애정을 쏟아야 하는 일이죠.”
글 유주현 객원기자 yjjoo@joongang.co.kr 사진 국립국악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