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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커 뉴스] 상하식 스크린도어는 PVC 입힌 철사줄 … 부딪혀도 부상 위험 낮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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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멀쩡한 스크린도어를 바꿔 왜 예산을 낭비하나’ ‘지하철 타려면 이제 점프가 아니라 슬라이딩을 해야 하나’.

다양한 종류 열차가 다니는 역에는
출입문 규격 달라 좌우식 설치 못해

비용 30% 싸 … 오작동 건수는 비슷
대구 문양역 이어 올 논산역에 도입

10일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이 같은 글들이 잇따랐다. 지난 7일 국토교통부가 스크린도어 사고를 줄이겠다며 발표한 ‘안전종합대책’에 상하 개폐 방식 스크린 시범 설치가 포함되면서다.

일부 언론이 ‘지하철 스크린도어, 상하식으로 바뀐다’고 보도하면서 이런 의견들이 이어지고 있다. ‘기존의 좌우 개폐식 스크린도어보다 위험한 것 아니냐’는 궁금증도 잇따른다.

국토부는 발표 당시 상하식 도입 배경에 대해 ‘기존 좌우식은 출입문 위치가 서로 다른 여러 열차를 혼용하는 일반철도 역사엔 설치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상하식 스크린도어 관련 궁금증을 풀어봤다. 

대구 지하철 문양역은 승강장 울타리가 ‘상하 개폐식’이다. 노란색 폴리염화비닐을 입힌 철제 와이어가 선로 앞을 막고 있다가(좌) 지하철이 들어와 출입문이 열리면 위로 올라간다(우). [프리랜서 공정식]

대구 지하철 문양역은 승강장 울타리가 ‘상하 개폐식’이다. 노란색 폴리염화비닐을 입힌 철제 와이어가 선로 앞을 막고 있다가(좌) 지하철이 들어와 출입문이 열리면 위로 올라간다(우). [프리랜서 공정식]

기존 스크린을 상하식으로 바꾸나.
“그렇지 않다. 출입문 위치·크기·간격 등이 다른 여러 종류의 열차가 들어오는 역에 신설한다. 이런 역엔 좌우식 스크린도어를 설치할 수 없다. 스크린도어 기준선에 열차 출입문을 정확히 맞춰 정차하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조건인 역 중 시범적으로 충남 논산역에 올 연말까지 상하식이 설치된다.”
아직 국내엔 상하식 스크린이 없나.
“아니다. 대구 지하철 2호선 문양역에 있다. 2013년 설치돼 벌써 4년 지났다. 문양역에 여러 종류의 열차가 다니는 것은 아니다. 한국교통연구원이 상하식 스크린의 안전성 등을 시험해보기 위해 설치했다.”
상하식은 어떤 형태인가.
“쉽게 이해하자면 상가 점포나 주차장 입구의 철제 셔터를 떠올리면 된다. 셔터가 위로 올라가면 열리고, 내려오면 닫히는 방식이다. 반면에 상하식 스크린 소재는 철로 된 와이어에 폴리염화비닐(PVC)을 입힌 것이다. 기존 좌우식처럼 강화 유리를 쓸 수도 있다. 상하식은 기둥 사이 간격이 10m여서 기존 좌우식(2.1m)보다 다섯 배 넓다. 출입문 위치가 다른 여러 열차에 두루 쓸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존 지하철역은 계속 좌우식으로 유지하나.
“그렇다. 전국 910개 지하철역 중 154곳에 아직 스크린도어가 없다. 여기엔 기본적으로 좌우식 스크린도어를 설치한다. 지하철 이외의 열차도 들어오는 곳이라면 상하식이 검토될 수도 있다.”
상하식이 더 위험할 것 같다.
“그렇진 않다. 대구 문양역 스크린의 경우 기계 고장으로 사람 몸이 닿아도 큰 충격이 없다는 게 한국교통연구원 측의 설명이다. 철로 된 와이어지만 PVC를 입혔기 때문에 살짝 출렁이며 충격을 흡수한다. 권투링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그래도 급히 타 다 머리를 다칠 수 있지 않나.
“상하식은 승객의 머리 부상 등을 예방하기 위해 감지 센서를 추가 설치한다. 좌우식은 승객이 뛰어들다 몸이 닿으면 스크린도어가 다시 열린다. 상하식은 몸이 닿기 전에 다시 위로 올라간다. 스크린 안전성은 상하식이냐 좌우식이냐보다는 센서의 정확도나 스크린 소재에 좌우된다고 볼 수 있다.”
상하식을 설치하지 않은 것은 비싸서인가.
“아니다. 200m 길이 기준으로 좌우식은 설치에 15억7500만원이 든다. 상하식은 와이어로프 소재로 할 경우 10억8200만원으로 30% 저렴하다. 강화 유리로 해도 11억2700만원으로 좌우식보다 적게 든다. 설치비가 적은 것은 스크린을 지탱하는 기둥을 좌우식보다 적게 세우기 때문이다.”
상하식의 단점은.
“좌우식은 스크린이 강화 유리벽 형태라 여기에 다양한 광고를 유치하고 있다. 철제 와이어 소재의 상하식 스크린은 이런 공간 확보가 어렵다. 지하철 운영 주체가 좌우식을 선호하는 이유다.”

함종선 기자 js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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