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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커] 스크린도어, '상하식'으로 바꾼다? 와전된 뉴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위아래로 여닫히는 '스크린도어'(승강장 안전문)가 화제로 떠올랐다. 국토교통부가 스크린도어 사고를 줄이겠다며 지난 7일 '스크린도어 안전종합대책'을 발표한 이후다.

여러 종류 열차 들어오는 '복합' 승강장에…올해는 논산역만
복합역 아니지만 안전성 실험차 4년 전 대구 문양역 설치

여러 대책이 나왔는데 '상하 개폐 방식 스크린' 시범 설치도 포함됐다. 그런데 상하식의 도입 취지와 설치 대상이 제대로 설명되지 않아 오해와 억측이 난무한다. 일부 언론이 '지하철 안전문, 상하 스크린도어로 바뀐다'고 보도한 것도 한몫했다. 그러자 “멀쩡한 스크린도어를 바꾸는 것은 세금낭비”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기존 좌우 스크린도어에 비해 상하식은 머리에 부상을 당할 위험이 더 큰 것 아니냐'는 걱정도 나온다. 상하식 스크린을 둘러싼 궁금증과 오해를 '팩트체크' 해봤다.

①기존 스크린을 상하형으로 교체한다?=전혀 그렇지 않다. 현재 국내에 스크린도어는 전국 지하철(도시철도+광역철도) 756개 역에 설치돼 있다. 하지만 KTX나 새마을호가 정차하는 승강장엔 아직 스크린도어가 없다. 서울역을 예로 들면 1· 4호선 지하철을 타는 승강장엔 스크린도어가 있고, KTX나 일반 열차를 타는 승강장엔 없다.

지하철 승강창에선 흔한 스크린도어가 왜 일반 열차 승강장엔 없는 걸까. 지하철과 달리 일반 열차는 종류가 여럿이서 출입문의 크기·높이, 그리고 출입문 간의 간격이 다양하다. 여러 종류의 일반 열차가 서는 승강장에 좌우 스크린도어를 설치하면 오히려 문제가 커진다. 좌우식에선 열차 출입문이 스크린도어 기준선을 40㎝ 벗어나면 열리지 않는다.

대구지하철 2호선 문양역에 설치된 스크린도어. 기존에 설치된 좌우 개폐식 스크린도어와 달리 상하로 작동하는 방식이다. 승객의 무리한 탑승을 막아 사고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주장과 오히려 위험하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공정식

상하식에도 물론 기둥이 있다. 하지만 기둥 간 간격이 10m 이상으로 좌우식(2.1m)에 비해 약 다섯배로 넓다. 그래서 다양한 종류의 열차에 적용할 수 있다.

국토부의 계획은 여러 종류의 열차가 다녀서 좌우식 설치가 곤란한 승강장에 한해 상하식을 도입한다는 것이다. 올해는 논산역에 시범 설치한다. 정부는 논산역에서 상하식의 안전성과 실효성이 검증되면 유사한 환경의 다른 역사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국토부는 한 종류의 지하철만 다니는 승강장엔 좌우식을 설치한다. 전국 지하철역 910개 중 아직 스크린도어가 설치되지 않은 역은 154개. 이들 역엔 올 연말까지 좌우식 스크린도어를 설치할 예정이다.

②상하식은 국내에 아직 없다?=그렇지 않다. 대구 지하철 2호선 문양역에 있다. 2013년 설치돼 벌써 4년이나 됐다. 그렇다고 문양역에 여러 종류의 열차가 다니는 것은 아니다. 한국교통연구원이 향후 도입할 상하식 스크린의 안전성을 실험하기 위해 설치했다.

상하식은 승객이 선로 쪽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막는 스크린이 열차 출입문이 열리면 위로 올라가는 방식이다. 길거리 점포나 주차장의 철제 셔터를 떠올리면 된다.

소재는 철사줄로 된 와이어로프에 PVC(폴리염화비닐)를 입힌 형태다. 기둥과 기등 사이에 촘촘하게 와이어로프를 연결했다. 권투 링과 유사하다.

상하식이 꼭 와이어로프 소재일 필요는 없다. 좌우형과 유사하게 강화 유리를 쓸 수도 있다.

③상하식은 더 위험하다?=그렇다고 하긴 어렵다. 문양역의 상하식 스크린은 기계 고장 등으로 사람 몸에 닿더라도 큰 충격은 없다는 게 한국교통연구원 측의 설명이다.

연구원이 문양역과 서울지하철의 스크린 오작동 건수를 비교해보니 연평균 50건으로 비슷했다. 상하식은 사고시에 승객의 머리 부상을 예방하기 위해 감지 센서를 추가 설치한다. 좌우식은 승객이 갑자기 뛰어들면 승객 몸이 스크린도어에 닿는 순간 도어가 다시 열린다. 반면 상하식은 스크린이 몸이 닿기 전에 다시 위로 올라가 열린다. 스크린 안전도는 상하식이냐 좌우식이냐보다는 얼마나 정밀한 센서를 쓰느냐, 어떤 소재를 쓰느냐에 따라 좌우된다.

④상하식은 설치비가 많이 든다?=그렇지 않다. 200m 길이로 설치할 경우 좌우식은 15억7500만원, 상하식은 10억8200만원(와이어로프 소재 기준)이 든다. 상하식이 30%가량 저렴하다. 상하식의 재질을 강화 유리로 해도 설치비가 11억2700만원으로 좌우식보다 적게 든다. 설치비가 적은 이유는 상하식의 경우 승강장 바닥공사를 기둥 부위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다만 와이어로프 소재의 상하식은 강화 유리 소재의 좌우식과 달리 광고를 넣기 어렵다. 설치비가 적게 들지만 좌우식처럼 광고를 통한 수익을 올리기 어렵다.

함종선 기자 js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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