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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리셋 코리아

“교육부, 대입서 손 떼고 대학에 학생 선발 자율권 주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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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양영유
양영유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강홍준
강홍준 기자 중앙일보 데스크
천인성 기자 중앙일보 모바일24부디렉터(EYE)

조기 사교육 악순환 끊자

“7세 아이가 어른이 됐을 때 기존 직업의 60% 이상이 사라질 것이다.”

리셋 코리아 교육분과 대안은
일반고부터 학생 먼저 뽑게 하면
‘사교육 블랙홀’ 특목고 문제 해소

소통·창의력·문제해결력 키우는
프로젝트 수업 등 학습 혁명해야

지난해 다보스포럼이 전망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변화상은 세계 교육계에 화두를 던졌다.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이 일상화되는 문명사적 대전환기에 현행 교육체계로는 새 시대가 요구하는 창의·융합형 인재를 길러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조기 사교육이 없는 미국과 유럽은 이런 변화를 감지하고 일찌감치 교육 혁신에 나섰다. 아이들의 ‘생각’ 근육을 키워주기 위한 코딩 교육은 기본이고, 소프트웨어와 증강현실(AR)을 결합한 맞춤형 교육까지 도입한다.

중앙일보·JTBC의 국가 개혁 프로젝트인 ‘리셋 코리아’ 교육분과도 이런 패러다임의 전환에 주목했다. 그 키워드는 ‘학습 혁명(Learning Revolution)’이다.

리셋 코리아 교육분과장인 이주호(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영유아들을 주입식 사교육에 내모는 것은 국가와 아이들의 미래를 망치는 독(毒)”이라며 “조기 사교육의 악순환을 끊고 초·중·고와 대학에 이르는 학습체계를 단계적으로 개조하자는 취지”라고 강조했다. 단순 암기와 주입식 교육의 틀을 깨고, 학생 중심 수업으로 문제 해결 능력을 키워주는 근본적인 대수술이 학습 혁명의 지향점이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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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명의 교육 전문가는 싱가포르 정부의 ‘생각하는 학교, 학습하는 국가(Thinking Schools, Learning Nation)’란 비전에 주목하고 실행과제를 제안했다. 이 비전은 학교는 창의적 사고, 지식의 적용, 소통, 협업, 독자적 학습 능력을 가르치고 국가는 미래 변화에 대비해 평생 학습하는 문화와 환경을 조성한다는 것이다.

실행과제1 융·복합 프로젝트 학습 확대하자

10년 전 세계적인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의 “한국 학생들이 학교와 학원에서 미래에 필요하지도 않은 지식을 위해 하루 15시간씩을 낭비한다”는 지적은 여전히 한국의 현실이다. 창의성과 잠재력을 일깨우려면 수업과 평가 방식을 개조해야 한다. 집에서 온라인으로 먼저 공부하고, 수업시간의 10~20%를 토론에 할애하는 ‘거꾸로 학습(flipped learning)’과 ‘프로젝트 학습(project-based learning)’, 융·복합 수업을 확대하자.

프로젝트 학습이란 학생이 스스로 제안한 과제를 다른 학생들과 협력해 해결하는 과정에서 학습이 이뤄지도록 유도하는 교육 방법이다. 대표적인 게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157개 학교가 네트워크를 구성해 진행하는 프로젝트 수업이다. 이런 모델을 정착시키려면 평가체계를 뜯어고쳐야 한다. 중간·기말 지필고사와 수행평가를 절대평가나 완화된 상대평가로 바꾸고 교사에게 그 전권을 넘겨줘야 한다.

실행과제2 대입 자율화하자

학력·학벌보다는 개인의 잠재력·창의력, 융·복합 능력이 중시되는 시대에 점수로 줄 세우는 것은 ‘박물관 교육’이다. 올해 중3이 치르는 2021학년도 대입부터는 새 교육과정이 적용돼 대입을 바꿔야 한다. 다보스포럼에서 미래학자들은 2025년을 제4차 산업혁명의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기존 직업의 상당수가 AI 등에 의해 대체되는 시점이다. 이 시기에 앞서 대입을 개편해야 한다. 교육부는 대학입시에서 손떼고 대학은 자율적으로 인재를 선발해야 한다.

실행과제3 교육전문대학원서 교사 양성하자

사범대 졸업생들이 최고 20대 1에 이르는 임용고시에 탈락하면 사교육 시장을 두드리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교직 희망자들을 ‘시험 기계’로 만들지 말고 전문적인 교수법과 소양을 쌓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교원 양성기관을 2년제 석사 전문과정으로 개편해 인턴 기간을 거쳐 임용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실행과제4 일반고부터 학생 뽑자

고교 신입생은 영재학교·특수목적고·자율형사립고·일반고 순으로 선발한다. 학교 다양화와 선택권 강화 면에선 긍정적이지만 전체의 70%를 차지하는 일반고는 상대적으로 불리하다. 동일한 출발점을 만들어 주려면 일반고부터 뽑아야 한다. 그래야 사교육 블랙홀인 영재학교와 특목고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 일반고의 족쇄를 풀어 교과 편성 자율권과 우수 교사 초빙권도 보장해 주자. 누구나 들어갈 수 있는 일반고에서 명문고가 많이 나오도록 해야 한다.

실행과제5 조기 사교육 악습 끊자

교육부는 2015년 전체 초·중·고 사교육비가 17조8346억원이라고 밝혔다. 이는 사교육을 받은 학생들만을 대상으로 한 데다 영유아 사교육이 빠져 실제 규모와는 차이가 크다. 교육계는 영유아 사교육 시장만 연간 3조~4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젊은이들이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가장 큰 이유도 자녀 교육비 부담이다. 조기 사교육의 악습을 끊으려면 실태부터 조사해야 한다. 국가가 교육과정 표준 모델을 제공해 단계적으로 공교육으로 흡수하고, 한글·수학·영어는 초등학교에서 가르치자는 의식 개혁 운동도 벌여야 한다.

◆특별취재팀=양영유 논설위원, 강홍준 사회선임기자, 천인성 기자 yangy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