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중국 전기차 쇄국 … 현대차, 현지화로 돌파 택했다

중앙일보

입력 2017.02.10 01:00

업데이트 2017.02.10 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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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중국의 ‘전기차(EV) 쇄국’ 정책이 현대자동차의 전기차 출시 전략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중국의 정책에 맞춰 ‘중국 현지에서 만든, 중국산 배터리를 탑재한, 중국에서만 판매하는’ 전기차를 생산하기로 한 것이다.

중, 한국산 배터리 인증 제동
차 보조금 지급 구조적 차단

현지 전략차종 ‘위에동’ EV
하반기 베이징공장서 생산

현대차의 중국 현지법인인 베이징현대차가 중국 현지 전략차종인 ‘위에동(悅動·한국명 아반떼)’ 전기차를 올 하반기부터 베이징3공장에서 생산키로 한 것으로 9일 확인됐다. 내년 상반기 출시 예정이다. 현대차가 중국 시장에 전기차를 출시하는 건 위에동이 처음이다.

현대차는 중국·인도·러시아 등 내수가 큰 신흥국에선 현지 수요에 맞춰 개발·생산한 현지 전략차를 만들어 왔다. 위에동은 아반떼HD를 기반으로 크고 화려한 디자인을 좋아하는 중국인 취향에 맞도록 개선해 만든 현지 전략차다. 2008년 1세대 위에동을 출시한 뒤 현재까지 130만 대 이상 팔렸다.

지난해 11월 광저우모터쇼에서 처음 공개한 2세대 풀체인지(완전변경) 가솔린 모델은 올 상반기 출시할 예정이다. 위에동 전기차는 2세대 신차의 전기차 버전이다.

위에동 전기차 생산은 ‘의미 있는 첫걸음’이라기보다 중국의 ‘전기차 쇄국’ 여파다. 일단 위에동 전기차엔 LG화학·삼성SDI·SK이노베이션 같은 국산 배터리 대신 중국산 배터리를 탑재한다. 품질 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인 국산 대신 중국산 배터리를 골랐다. 또 현대차는 아반떼를 출시한 지 한참 뒤 현지 전략차로 개조해 중국 시장에 출시하는 전략을 구사해 왔는데 이번엔 아반떼로도 시도하지 않은 전기차를 위에동으로 처음 만든다. 그래야만 했던 ‘변수’가 있다는 얘기다.

변수는 연일 공세 수위를 높여가는 중국 정부의 전기차 쇄국 정책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6월 자국 정부 인증을 통과한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LG화학·삼성SDI가 인증을 신청했지만 탈락했다. 중국 정부는 ‘현지 생산이력 1년 이상’이나 ‘연간 생산능력 80억 와트시(Wh) 이상’ 같은 인증 기준을 들이밀었다. 하지만 당시 국내 업체들은 생산 이력이 1년이 안 됐을뿐더러 연간 생산능력도 각각 연 20억~30억Wh 수준이었다. 개정안대로라면 기준을 충족시키는 회사는 중국 1위 업체인 비야디(BYD) 정도였다. 중국에선 보조금이 전기차 값의 절반에 이른다. 보조금을 받지 못하면 사실상 판매가 어렵다. 위에동에 중국산 배터리를 탑재하는 이유다.

중국은 한걸음 더 나아가 내년부터 자동차 업체의 중국 현지 생산량의 8% 이상을 친환경차(전기차·하이브리드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등)로 하도록 규제했다. 중국에서 친환경차(하이브리드차 제외) 판매가 전무한 현대차로선 전기차 생산을 당길 수밖에 없다. 그렇게 하지 않을 경우 내야 하는 벌금이 연간 14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아반떼에 시도하지 않은 전기차를 위에동부터 서둘러 적용하는 이유다.

중국 정책에 따르지 않을 경우 ‘철퇴’를 맞기도 한다. 중국 정부는 최근 닛산이 2015년 생산한 전기차 일부에 대해 “인증받지 않은 전기모터·배터리를 사용했다”며 해당 차종 생산 허가를 박탈하고 보조금 지급도 중단했다.

중국 친환경차 시장은 2011년 8159대에서 지난해 50만7000대 규모로 성장했다. 세계 1위 다.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도 앞다퉈 중국 정책에 동조하고 나섰다. 폴크스바겐은 현지 장화이자동차(JAC)와 합작사를 만들어 2020년까지 중국에서 연 40만 대 이상 전기차를 판매할 계획이다. GM은 전기차 ‘볼트 EV’를 현지에서 만드는 등 2020년까지 연간 전기차 15만 대를 생산할 예정이다. 중국이 전기차 쇄국에 나서는 건 대기오염 문제도 있지만 내연기관 자동차 시대에 뒤졌던 자동차 산업 경쟁력을 다가올 전기차 시대에 일거에 뒤집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현대차는 전기차 시장에 경쟁사보다 뒤늦게 뛰어들었는데도 불구하고 제품 경쟁력이 우수한 것으로 평가된다. 전기차 ‘아이오닉 일렉트릭’은 지난해 11월 미국 환경보호청(EPA) 전기차 경제성 평가에서 GM ‘볼트’나 닛산 ‘리프’, 폴크스바겐 ‘e-골프’, 테슬라 ‘모델S 60D’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김용근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은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이 전기차로 넘어가면 내연기관 중심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도 생각보다 빨리 바뀔 것이다. 현대차도 이 흐름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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