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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지는 친노 … 문재인은 부산팀, 안희정은 금강팀이 핵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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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7일 안희정 충남지사의 ‘안방’인 대전·충남을 방문한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 문 전 대표는 이 9단의 대국집에 정치인으로는 유일하게 추천사를 썼지만 이 9단은 6일 안 지사의 후원회장으로 영입됐다. [프리랜서 김성태]

7일 안희정 충남지사의 ‘안방’인 대전·충남을 방문한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 문 전 대표는 이 9단의 대국집에 정치인으로는 유일하게 추천사를 썼지만 이 9단은 6일 안 지사의 후원회장으로 영입됐다. [프리랜서 김성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바둑 아마4단이다. 그는 지난해 이세돌 9단이 알파고와의 대국 기록을 담아 낸 책(『신의 한 수 인간의 한 수 78』)에 추천사를 썼다. 문 전 대표는 지난 4일 자신의 북콘서트에서도 “정치인 중 유일하게 내가 추천사를 썼다”고 자랑했다. 문 전 대표가 공을 들이던 이 9단을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후원회장으로 영입했다. 안 지사의 바둑 실력은 1급. 안 지사는 7일 기자들과 만나 “존경했던 이 9단에게서 한 수 가르침을 얻을 기회가 있었다. 그 덕에 인연을 맺었다”며 웃었다. 바둑 1급 아우가 4단인 형님의 대마를 뺏었다는 말이 국회에서 나왔다.

문, 김경수·최인호·송인배 등 주축
맏형 전략 펴며 충남 찾아 안 측 견제

안, 이광재·서갑원·여택수 등이 도와
문이 공들였던 윤태영·이세돌 영입

문재인-안희정의 스카우트 전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과거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양측의 경쟁은 ‘친노의 분화’로 나타나고 있다.

1라운드는 ‘노무현의 복심(腹心)’으로 불린 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 영입전이었다.

윤 전 대변인은 2012년 대선에서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그리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라는 문 전 대표의 상징적 카피를 만들었다. 그는 이번에도 문 전 대표의 메시지팀을 이끌 예정이었다. 그를 노 전 대통령의 오른팔이었던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가 공략했다. “희정이를 도와야 한다”면서다. 그런 뒤 안 지사가 직접 나서 도움을 청했다. 결국 윤 전 대변인은 최근 안 지사 캠프의 총괄본부장을 맡았다. 문 전 대표 측 인사는 “어느 날 갑자기 책상을 정리하고 가 버려 당황했지만 본인이 정한 거니 어쩌겠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이병완 전 비서실장, 안 지사 캠프 고문

이세돌 9단과 지난달 31일 홍성 지사공관에서 대국 중인 안 지사. [사진 안희정 충남지사]

이세돌 9단과 지난달 31일 홍성 지사공관에서 대국 중인 안 지사. [사진 안희정 충남지사]

안 지사를 돕는 사람들 중엔 윤 전 대변인을 비롯해 ‘금강팀’ 출신 원조 친노 인사가 상당수다. 금강팀은 노 전 대통령의 경선 캠프가 들어섰던 금강빌딩에서 따온 말이다. 안 지사 본인이 바로 금강팀 멤버였다. 금강팀에서 일하다 청와대에 입성한 김만수 부천시장, 여택수 전 청와대 행정관, 서갑원 전 의원, 황이수 전 비서관 등이 안 지사 주변에 포진해 있거나 원거리에서 돕고 있다.

이병완 전 대통령 비서실장도 안 지사 캠프의 고문을 맡았다. 민주당 충청 의원 중 김종민·조승래 의원과 경기도 고양을의 정재호 의원도 청와대 비서관 출신이다.

문 전 대표 주변에는 노 전 대통령의 인권변호사 시절부터 부산에서 함께 활동했던 ‘부산 친노’가 포진해 있다.

문 전 대표 스스로 1983년부터 ‘법무법인 부산’에서 노 전 대통령과 한배를 탔던 부산팀의 좌장이었다. 부산팀은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최인호 의원, 송인배 전 사회조정2비서관 등이 축을 이룬다. 대변인 역할을 하는 김경수 의원, 전재수 의원도 청와대 및 부산·경남 출신 친노 인사들이다.

문재인 복심인 양정철, 비서실 부실장 예정

문 전 대표의 공인된 복심인 양정철 전 비서관과 문 전 대표의 의원 시절 보좌관이었던 윤건영 전 비서관은 부산팀은 아니지만 여전히 핵심 측근 그룹이다. 특히 양 전 비서관은 ‘비선 실세’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비서실 부실장이라는 공식 직함을 맡을 예정이다. 청와대 출신은 아니지만 노영민·임종석·전병헌·최재성 전 의원 등 ‘신문(新文)’ 인사들도 캠프의 중책을 맡고 있다. 문 전 대표는 이제 비노진영으로 세를 확산해 나가려 하고 있다. 호남 출신으로 인천시장을 지낸 송영길 의원을 캠프총괄본부장으로 영입한 것이 확장전략을 잘 보여 주고 있다.

친노는 분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뿌리가 같은 두 진영은 일단 네거티브를 자제하고 있다. 서울 여의도 인근에 사무실을 낸 두 진영 사람들이 점심시간에 오가다 마주치면 서로 “잘돼 가느냐”고 덕담을 건네는 모습이 자주 포착되고 있다.

이호철 “친노 반목 땐 나라도 나서 중재”

그러나 부자간에도 나누지 못한다는 권력의 속성상 경쟁이 치열해질 경우 분화가 분열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하루 종일 안 지사의 ‘안방’인 대전과 충청도 전 지역을 훑었다. 안 지사를 의식한 일정이란 말이 나왔다. 문 전 대표는 “안 지사의 지지도가 높아진 게 굉장히 기쁘고 동지와 경쟁하는 게 자랑스럽다”며 안 지사를 치켜세웠다. 포용을 내세운 ‘맏형 전략’이었다. 그러면서도 경쟁자로 부상한 안 지사를 견제했다. “일자리는 기업이 만들지만 정부와 공공 부문도 대단히 중요하다. 작은 정부가 좋다는 미신에서 벗어나야 한다”면서다. 전날 “세금으로 공무원 숫자만 늘려서 되겠느냐”는 안 지사의 반론에 대한 반격이었다.

친노그룹의 맏형 격인 이호철 전 민정수석은 “문 전 대표와 안 지사의 관계에 대해선 걱정이 없지만 경쟁이 과열돼 지지자와 참모진 사이에 반목이 생길까 걱정된다”며 “그땐 나라도 나서 중재를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태화·유성운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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