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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써티(Thirty)테크] ⑫ 두마리 토끼 잡아볼까… 미국 금리와 물가 펀드 투자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⑫ 두마리 토끼 잡아볼까… 미국 금리와 물가 펀드 투자기

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45대 미국 대통령이 취임하던 1월 2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로큰롤을 외치듯 두 손을 흔들며 외친 구호다.

이때 나는 이런 환청을 듣는 듯했다.
Make My Money Great Again! (내 돈에 새 생명을!)

월급 들어오면 예적금에 쑤셔넣기 바빴던 초짜 재테커가 증권팀에 온 지 한달 여. '써티테크' 지령을 받고 만나는 업계 사람마다 "어디에 투자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하지만 답을 찾긴 커녕 점점 혼란의 수렁으로 빠져 들었다.
달러화 예금, 금 현물, 연금저축, 통일펀드 등등등.
추천받은 상품은 모두 그럴 듯했고 후천적 결정장애는 이미 도졌다.

요즘 로보어드바이저가 대세라는데
스타워즈 주인공을 쫓아다니는 '알투디투'에게라도 자문하고 싶은 심정.

마감일이 점점 다가오고 있던 그 때 트럼프가 내 투자에 영감을 줄 줄이야.
지난해 말부터 지인들에게 "올해 그나마 좋은 데는 미국"이라는 얘기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던 터.

마침 증권팀에서 썼던 몇 안 되는 기사 중 하나가 떠올랐다.

관련 기사

자고로 사람은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2000자 기사를 쓰며 주워들었던 얘기들이 하나씩 하나씩 복기되는 듯했다.

또 하나.
내가 기사에 썼던 내용이 결과적으로 얼마나 잘 들어맞을지 개인적인 호기심도 생겼다.
(손실 나면 연말에 '바로잡습니다'라도 써야 할 판…)

기사에 언급된 상품은 미국 뱅크론, 미국 물가연동국채, 브라질 채권 등 모조리 채권이었다.

채권에 직접 투자하기엔 내 통장 잔고가 너무나 초라했지만 포기는 금물!
가입금 제한이 없는 펀드가 있으니까!

곧장 펀드수퍼마켓(www.fundsupermarket.co.kr)에 접속했다.
홈페이지에 뜬 카트를 보니 밀고 다니며 온갖 펀드를 주워담고 싶은 충동이 생겼지만 잠시 접어두고 '요즘 뜨는 펀드'를 클릭한다.

아니나 다를까. 트럼프가 뱅크론 펀드 창에 대문짝만하게 걸려 있다.

목록을 훑어보다
'키움 글로벌 금리와 물가연동채 펀드'가 눈에 띄었다.

뱅크론과 물가연동채권까지!
기사에 소개된 세가지 중 두가지를 함께 투자할 수 있다니
일석이조, 꿩먹고 알먹고 아닌가.

바구니를 보니
뱅크론이 35%, 변동금리채권(FRN)이 30%, 물가연동국채가 35%로 대부분이다.

먼저 뱅크론을 보자.
다른 이름으론 선순위담보채권, 시니어론 등이 있다.
투기 등급의 기업이 이미 진 빚을 갚기 위해 혹은 사업을 키우기 위해 대출할 때 발행하는 채권이다.
운용사가 만든 투자제안서를 볼까.

은행은 물론 기관투자자가 함께 모여 이 채권을 인수한 뒤
유통시장에서 투자자를 모집해 운용 수익(또는 손실)을 배분한다.

가장 끌린 점은 금리가 오르는 시기에 이 채권 금리도 함께 오른다는 점이다.

단발머리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의 얼굴이 떠오른다.

미국이 올해 많으면 세차례 금리를 올릴 수도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
미국 경제가 생각만큼 좋아지지 않아서 횟수가 한두번으로 준다고 해도 손해는 안 보겠단 생각이 들었다.

또 채권이 빚을 낸 기업의 자산을 담보로 잡고 있기 때문에 회수율이 하이일드채권보단 높다는 점도 괜찮아 보였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 펀드의 특징은 물가연동국채에 비교적 많이 투자한다는 점.
한국은 (생활 물가 빼고) 디플레이션 얘기까지 나오는데 웬 물가냐 싶으실 거다.

하지만 미국은 사정이 좀 다른가 보다.
바닥을 찍은 물가가 이제 반등 흐름을 탔다고 하니 혹했다.

지난해 미국 물가 상승률은 5년 만에 가장 빠르게 올랐다고 하니 과언은 아닌 모양이다.

그리고 그 누구보다 화끈하게 (미국내!!) 투자를 약속한 트럼프가 있지 않은가.

물가연동국채는 물가가 오르면 원금이 함께 불어난다.
원금이 늘어나면 자연스레 이자도 오른다.

그럼 물가가 오르면 만사 오케이?
그러나 물가가 원금과 이자에 반영되기까진 3개월 정도의 시차가 있다는 점은 알아둬야 한단다.

주목할 점은 위 사진 세번째 줄과 같이 금리가 상승할 때를 대비해 국채 선물을 매도하는 '헤지'를 함께 한다는 것.
말로만 듣던 헤지!

금리가 오르면 채권값은 떨어지게 마련이므로 이걸 상쇄하려고 국채 선물을 파는 전략을 함께 쓴다는 말씀.

미국 물가는 매달 중순쯤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다는데, 이제 미국 계란 값까지 모니터링해야 하는 투자자가 됐다 싶다.

이제 '구매' 클릭만 남았다고 생각하는 순간 또 다른 난관이 나타났다.

4가지 경우의 수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투자는 선택의 연속. 모든 선택의 결과는 내 몫이란 생각이 다시 머리를 스쳤다. 돌다리도 두드려 보려고 결국 '펀문펀답'에 SOS를 쳤다.

상담 신청을 남기니 곧장 펀드 상담사에게서 전화가 왔다.
결론은 간단했다.

먼저 ①의 답은 소신껏 정하기로 했다. 모 증권사의 '달러 자산에 투자하라'는 광고 카피를 음성 지원 삼아 환노출을 택했다.
금리가 오르면 자연스레 달러화는 강세(달러당 원환율 상승)를 띨 것이라는 단순한 믿음!

②의 답은 더욱 간단했다.
연금저축 계좌가 없는 나는 S-P(연금저축 계좌 가입자·온라인용)에 가입할 수 없으니 당연히 S(온라인용)로 선택!

선택을 마쳤는데 잠시 나를 멈칫하게 하는 상담사의 한마디.

보통 펀드는 과거 수익률을 찬찬히 보고 계속 오르겠다 싶은 곳에 투자하는 게 상식이건만, 순간 나는 상식도 근본도 없는 투자자란 자괴감이 들었다.

덜컥 겁이 나 다른 유사 펀드를 살펴보기로 했다.

현재 시판 중인 유사 펀드는
'이스트스프링 미국뱅크론 펀드'와 '프랭클린 미국금리연동 펀드'가 대표적이라고 했다.

수익률? 나쁘진 않다.

위의 두 펀드보다 투자하려는 펀드는 물가연동채권 비중이 높다는 것이 차이라면 차이랄까.
어쨌든 나는 '위험중립형' 투자자인 것으로 판명났으니 약간의 위험을 감수한다 치고 신상 펀드를 택하기로 했다.

이렇게 온라인에서 펀드를 직구하면 보수가 절반으로 낮아진다.

증권사나 은행에 가서 펀드에 가입하면
총 0.89%의 보수를 내야 하지만 온라인으로 사면 0.44%로 낮아진다.

시쳇말로 개이득!!

계좌에 돈을 넣는 것으로 내 투자모험은 시작됐다.

당장 2월 1일 미국 연준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어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쥐꼬리 만한 내 펀드가 그나마 수익을 내려면 (가능성은 극히 낮지만) 금리가 인상되길 바라야 하는 걸까.

앞으로 수익률을 공개하기까지 팔자에도 없는 미국 뉴스를 애청하며 3개월 후를 기다려보기로 한다.

글. 이새누리 기자 newworld@joongang.co.kr
구성 및 제작. 현예슬 hyeon.yese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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