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사설

탄핵 재판, 다소 시간이 걸려도 실체 규명이 먼저다

중앙일보

입력 2017.02.07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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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어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재판에서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증인 신문 기일을 추가로 잡으면서 탄핵 심리는 16, 20, 22일에도 순차적으로 열린다. 헌재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최순실씨,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도 다시 불러 신문키로 결정했다. 이에 대해 국회 탄핵소추위원단은 “불필요한 증인까지 채택해 재판이 지연되게 됐다”며 못마땅해했다. 대통령 탄핵심판 대리인단 역시 “신청한 17명의 증인 중 8명만 채택돼 상당히 불만스럽다”고 했다. 특히 박 대통령 측 이중환 변호사는 “대통령의 직접 출석이 어렵다고 한 건 1차 변론에 한한 것이지 최종 변론을 말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는 박 대통령의 최종 변론 참석 가능성을 내비친 것으로 탄핵 재판의 막판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8인의 재판관이 대통령 측이 신청한 증인 8명을 채택한 건 철저한 진상 규명 의지를 보임과 동시에 심판의 공정성 보장 조치라는 점에서 바람직하다. 이 권한대행이 내건 ‘절차적 공정성과 엄격함을 지키며 외부 압박에 흔들림 없이 결정을 내린다”는 가치와도 일맥상통한다. 그러나 ‘신속한 결론’을 주창해 온 국회 소추위원단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의도적인 재판 지연 전략에 말려들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내비쳤다. 권성동 소추위원장은 “재판의 생명은 공정성과 신속성의 조화이지만 지나치게 공정을 추구하다가 신속한 결론을 내지 못하면 그 또한 재판이 아니다”고 헌재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헌재의 새 변론기일 지정에 따라 일각에서 전망해 온 ‘2월 말 결정 선고’는 물리적으로 어려워졌다. 이 권한대행이 퇴임하는 3월 13일 이전 선고가 아직 유효하긴 하지만 결과를 장담할 수도 없다. 박한철 전 헌재소장의 우려대로 재판관 7인의 결정이 심판 결과를 왜곡시킬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직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하는 탄핵심판을 졸속으로 진행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결과에 승복하도록 만드는 게 중요한 만큼 다소 시일이 걸리더라도 실체적 진실 규명을 제대로 하는 게 먼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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