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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판사 때리기’ 역풍 … 민주당 “대법관 인준 저지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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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지난 3일(현지시간)부터 나흘 간 휴가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5일 부인 멜라니아 여사(오른쪽)와 함께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트럼프 인터내셔널 골프클럽에서 미국프로풋볼(NFL)의 결승전 ‘수퍼보울’ 중계를 시청하고 있다. 백악관 비서실장인 라인스 프리버스(왼쪽)도 함께 했다. [팜비치 로이터=뉴스1]

지난 3일(현지시간)부터 나흘 간 휴가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5일 부인 멜라니아 여사(오른쪽)와 함께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트럼프 인터내셔널 골프클럽에서 미국프로풋볼(NFL)의 결승전 ‘수퍼보울’ 중계를 시청하고 있다. 백악관 비서실장인 라인스 프리버스(왼쪽)도 함께 했다. [팜비치 로이터=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법부 비난’에 따른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민주당 뿐 아니라 공화당 지도부도 반발하고 나섰고, 트럼프 행정부의 최대 현안 중 하나인 대법관 인준에는 비상이 걸렸다.

“소위 판사가 … ” 트윗 파장 확산
민주당 “헌법 시험하는 행동”
트럼프, 대법원 보수 우위 계획 차질

펜스 부통령까지 “판사, 권한 있다”
공화당 지도부도 “이해 못해” 비판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또다시 트위터를 통해 사법부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반이민 행정명령 집행을 중단시킨 제임스 로바트 판사와 법원에 대한 비난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판사 한 명이 미국을 그렇게 위험에 빠뜨리게 하는 것을 도저히 믿을 수 없다. 만약 어떤 일이 일어난다면 그(로바트 판사)와 사법체계를 비난하라. 사람들이 쏟아져 들어온다. (상황이) 좋지 않다!”, “미국에 들어오는 사람들을 매우 조심스럽게 체크하도록 국토안보부에 지시했다. 법원이 일을 매우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글을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의 독설 비판에 공화당 지도부마저 가세했다. 당내 2인자인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CNN에 출연해 “때때로 우리 모두가 (판사들에) 실망한다. (그러나) 나는 판사들을 개인적으로 비난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벤 새스 공화당 상원의원은 “(트럼프가 말한) ‘소위 판사(so-called judge)’는 없다. 그런 단어를 이해할 수 없다. 우리에게는 ‘진짜 판사’만 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심지어 마이크 펜스 부통령도 트럼프 대통령을 두둔하지 않았다. 펜스 부통령은 이날 ABC방송에서 “로바트 판사는 분명히 그런 (행정명령을 중단시킬) 권한을 갖고 있다”며 “정부가 그 명령에 따르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사법부 권위를 송두리째 뿌리 뽑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한 보수성향의 닐 고서치 대법관 지명자의 인준도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헌법을 시험하는 행동과 판사에 대한 개인적인 공격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고서치 후보자에 대한 기대치를 높였다”고 비꼰 뒤 “인준 과정에서 그의 독립성을 중점적으로 확인할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당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은 “(트럼프가) 사법부의 독립성을 공격한다면 그건 우리와 싸우겠다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보수와 진보가 4대 4로 팽팽히 맞서고 있는 대법원을 고서치 인준을 통해 보수 우위로 돌리려던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은 꼬이게 됐다. 의회 승인없이 행정명령으로 자신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마당에 정작 행정명령의 무효화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대법원 판사 지명에 혼선을 자초한 것이다.

민주당은 현재 내부적으로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방해)까지 동원해 고서치 인준을 저지하겠다는 방침이다. 필리버스터를 종결하려면 전체 100명인 상원의원 중 60명 이상 동의해야 하는데 현재 52석인 공화당만으로는 역부족이다. 또 인준을 위해선 상원의원 60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해, 트럼프 대통령은 고서치 인준에 한정해 ‘핵 옵션(nuclear option)’을 쓸 것을 의회 지도부에 요청했다. ‘핵 옵션’은 인준에 필요한 상원 의결정족수를 60석(3분이 2)이 아닌 51석(과반 이상)으로 낮추는 의사규칙 개정을 의미한다. 그렇게 해서라도 대법관 지명을 관철하고, 나아가 행정명령을 통과시키겠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다.

하지만 일각에선 “설령 고서치 인준안이 통과돼도 보수성향의 다른 대법관들이 이민자 포용이라는 미국의 가치 수호를 위해 행정명령에 반기를 들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사법부는 물론 민주·공화 의회 모두 ‘트럼프의 트위터 발언은 견제와 균형이라는 헌법 시스템에 대한 존경이 결여돼 있음을 보여준다’고 여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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