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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영양학박사 배지영 기자의 푸드&메드] 아침엔 빵, 점심엔 짜장면, 저녁엔 삼겹살 삼가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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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속담에 아침에 먹는 사과는 금(金), 점심에 먹는 사과는 은(銀), 저녁에 먹는 사과는 동(銅)이라는 말이 있다. 정말 먹는 시간대에 따라 이로운 정도가 다른 걸까. 실제 인터넷을 검색해 보면 식사 시간대별로 좋은 식품과 그렇지 않은 식품에 대해 정리한 글이 넘쳐난다.

가장 많이 공유되고 있는 것은 이런 내용이다. 아침 공복 상태에는 오렌지·키위같이 위를 자극하는 신 음식을 먹지 말 것, 저녁에는 혈액순환에 좋은 양파, 항산화 성분이 풍부한 아마란스를 먹으라는 내용 등이다.

하지만 모두 의학적 근거가 전혀 없다. 우선 공복 시 신 과일을 먹는다고 해서 위산이 과다 분비되지 않는다. 세브란스병원 이송미 영양팀장은 “위에 산이 들어가도 이를 중화하는 성분이 나오기 때문에 실제로 위를 자극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 혈액순환과 항산화에 좋은 성분은 저녁뿐 아니라 아침·점심에 먹어도 똑같은 기능을 한다.

아침에 먹는 사과는 좋고 저녁에 먹는 사과는 나쁘다는 속담은 사과 하나가 아니라 전체 음식에 대한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이동호 교수는 “아침에 가장 많이 먹고, 점심은 보통, 저녁은 조금 먹어야 몸에 가장 좋다”고 말했다. 아침에 식사를 많이 하더라도 하루 종일 움직이기 때문에 에너지를 대부분 태운다. 하지만 점심·저녁으로 갈수록 에너지를 태울 시간이 적어 먹는 대로 몸에 축적될 확률이 높다.

의학적으로 검증된 시간대별 식단은 이렇다. 우선 아침에 먹지 말아야 할 종류는 단당류 식품이다. 밥 대신 과자 몇 개나 빵으로 허기를 달랜 뒤 점심을 먹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이런 식품은 GI지수(glycemic index, 당지수)가 높아 혈당을 요동치게 하면서 하루 식사 리듬을 망가뜨린다. 금방 배가 고파지면서 또 단 음식을 찾게 되는 악순환을 겪게 만든다. 점심과 저녁 식사 때 폭식하게 하고, 칼로리 흡수를 최대한으로 늘리는 부작용도 있다. 이동호 교수는 “인체는 항상성을 유지하려는 특성이 있어 아침을 먹지 않으면 점심·저녁에 그 칼로리를 보충하거나 더 많이 저장하려고 한다”며 “조금만 먹어도 살이 찌는 체질로 만든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아침에는 GI지수가 낮은 잡곡밥·오트밀·달걀 등으로 하루 섭취 칼로리의 3분의 1 정도를 먹어야 오히려 살을 뺄 수 있다.

또 아침에 몸이 둔하고 잠이 잘 깨지 않는다고 하는 사람이 많은데, 이런 사람은 비타민B군과 미량영양소가 많이 든 음식을 먹으면 좋다. 버섯·우유·현미·달걀, 색이 진한 과일이 대표적이다.

점심에는 비교적 다양한 음식을 먹어도 된다. 식사 시간도 넉넉한 데다 칼로리를 소비할 수 있는 시간도 많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단, 점심 시간에는 인공 첨가물이 많이 든 음식은 피하는 게 좋다. 이동호 교수는 “특히 MSG는 중추신경계에 작용해 졸음을 유발한다”며 “개인적으로도 중요한 미팅이 예정돼 있으면 짜장면 같은 첨가물이 많이 들어간 음식은 피한다”고 말했다.

저녁 시간에는 적게 먹는 게 포인트다. 7~9시 사이에 식사를 끝냈다면 2~3시간 내로 자게 된다. 이 교수는 “잘 때는 소화기관도 일을 하지 않아야 회복되는데, 과식하면 자는 동안에도 장기가 일을 해 숙면을 취할 수 없다”며 “다음 날 피곤한 상태가 된다”고 설명했다. 저녁 약속이 많아 과식을 피할 수 없다면 지방질이 적은 메뉴를 고른다. 탄수화물·단백질은 3~4시간이면 소화되지만 지방질은 8~9시간이 지나야 소화된다.

특히 오후 10시 이후에는 식욕 호르몬(그렐린) 분비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야식을 찾을 가능성이 커 그 전에 잠자리에 드는 게 좋다. 꼭 먹고 싶은 게 있다면 다음 날 아침 일찍 일어나 먹겠다는 다짐을 한다. 정 배가 고파 잠이 오지 않으면 물 한 컵, 오이나 방울토마토를 한 줌 먹으면 좋다. 우유·바나나는 잠이 잘 오게 하는 트립토판 성분이 풍부해 숙면을 유도하는 데 도움이 된다.

배지영 기자 bae.jiyoung@joongang.co.kr
도움말=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이동호 교수, 신촌세브란스병원 이송미 영양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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