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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만에 서울 들어온 북한군 탱크 부대 지금도 가능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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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차 세계대전은 참호전이 격화되면서 교착상태에 빠졌다. 양측 모두 진격하지 못하고 전사자만 쌓여가는 소모전이었다. 영국이 개발한 세계 최초의 전차(탱크, Tank)는 전쟁의 세대를 교체했다. 당시 전차의 초기 모델은 부족함이 많았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에서는 전격전을 주도하며 전쟁의 주역으로 부상했다. 전차는 1916년에 태어났으니 이제 100년의 역사를 가진다.

 먼 나라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6ㆍ25전쟁도 전차의 굉음이 비극의 서막을 올렸다. 당시 북한은 소련제 T-34 전차를 앞세우고 남침을 시작했다. 인민군 ‘제105땅크여단’이 선봉을 이끌며 국군을 낙동강까지 밀어붙였다. 당시 국군은 총탄을 튕겨내는 전차의 위용에 속수무책이었다. 국군은 단 한대의 전차도 없었다. 뿐만 아니라 대부분 전차를 처음 봤으니 전선을 지켜내기 어려웠다.

북한 당창건 7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T-34 전차는 `근위서울` 칭호를 포탑에 붙이고 행진하고 있다. [사진 조선중앙TV]

북한 당창건 7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T-34 전차는 `근위서울` 칭호를 포탑에 붙이고 행진하고 있다. [사진 조선중앙TV]

 북한은 전차부대가 서울진격에 앞장섰던 공적을 평가해 해당 부대에 ‘근위서울 류경수 제105땅크사단’ 칭호를 내리기도 했다. 류경수는 당시 지휘관이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최고사령관의 지위를 갖고 가장 먼저 찾아간 부대도 ‘105땅크사단’이다. 한반도에서 또다시 전쟁이 발발한다면 과거처럼 북한의 군대가 전차를 앞세우고 부산으로 진격할 수 있을까? 북한의 기대와 달리 그런 일은 없을 것 같다.

 북한은 70년대 들어 당시 소련 전차를 참고해 독자적인 전차 개발을 비롯한 군비경쟁을 시작했다. 한국군도 본격적인 군사력 건설에 나섰기 때문에 전차는 더 이상 북한의 전유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북한의 T-62 전차 도입 시기와 규모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군사력 평가 전문기관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에서 매년 발간하는 ‘밀리터리 벨런스’를 보면 74년 발행호에서 최초로 식별된다. 북한은 1974년에 50대를 보유했고 이후 증가해 96년에 1800대에 도달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70년대 초반부터 약 십 년 동안 500대 정도 수입했다.

초기 전차(사진 위)는 궤도가 있는 측면(원형으로 표시된 부분)이 드러나 전차 차체가 공격에 취약했다. 반면 개량된 전차(사진 아래)는 측면을 보호하는 사이드 스커트를 장착했다. [사진 조선중앙TV]

초기 전차(사진 위)는 궤도가 있는 측면(원형으로 표시된 부분)이 드러나 전차 차체가 공격에 취약했다. 반면 개량된 전차 '천마-92'(사진 아래)는 측면을 보호하는 사이드 스커트를 장착했다. [사진 조선중앙TV]

북한은 단순히 복제품만 생산한 건 아니었다. 동시에 개발을 시작해 전차의 보유수량을 늘렸다. 개량 전차를 생산해 ‘천마호’라는 명칭을 부여했다. 북한은 76년부터 야간 조준경과 레이저 거리측정기(포탑위 사각형) 등을 장착한 개량형을 개발했다. 한국에서 ‘88 전차’로 불리는 ‘K1’ 전차를 개발해 87년 실전 배치를 시작하자 이에 대응해 92년에 ‘천마-92’를 내놨다. 외형상 변화를 보면 천마호는 이때부터 주조제 포탑을 용접형 포탑으로 교체했고 차체 측면을 보호하는 사이드 스커트와 연기를 발생해 적의 시야를 막는 발연기(포탑 좌우 측면) 등을 장착했다. 포탑에는 폭발반응장갑(ERA)을 더해 방호 능력을 높였다. 반응장갑의 일종으로 강판 두 장 사이에 폭발물질을 넣어 공격을 받으면 폭발한다. 피탄시 장갑을 외부로 튕겨 내기 때문에 포탄의 관통력은 줄어든다.

 T-62 전차는 37t이었지만 북한이 개량하면서 1~2t 정도 늘었다. 전차의 길이는 9.34m, 폭 3.30m, 높이 2.40m 이다. 항속거리는 450km인데 최대 시속 50km까지 속도를 낼 수 있다. 천마호에 탑승하는 승무원은 4명이다. 무장을 보면 115mm 활강포 1문을 장착했다. 활강포는 포신 내부에 강선이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포탄의 속도를 높일 수 있다. 포탑에는 대공 무기로 쓰이는 12.7mm 기관총 1정과 대인ㆍ대지 공격용 7.62mm 기관총 1정을 탑재했다.

 북한은 2001년에 주체 90년식 ‘천마-214’를 개발했다. 북한에서는 김일성 전 주석이 출생한 1912년을 주체사상의 원년으로 지정하고 '주체연호'를 사용한다.  포탑에서 폭발반응장갑(ERA)을 제거하고 복합장갑 포탑에 증가장갑을 붙였다. 증가장갑은 반응장갑의 유형 중 하나로 평시에는 때어놓고 전시에만 장착해 방어 능력을 높인다.  또한, 차체 전면부 아래에 고무재질로 된 대전차고폭탄 방어판을 설치했다. 북한에서는 집초방어판(집초탄: 대전차고폭탄) 이라고 부른다. 사격통제시스템을 개량해 제한적인 수준에서 이동 중 사격도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차 측면을 보면 궤도가 5륜(사진 왼쪽)에서 6륜(사진 오른쪽)으로 바뀐것을 확인할 수 있다.[사진 중앙포토]

전차 측면을 보면 '천마-214'(사진 왼쪽)의 궤도는 5륜이었고 '천마-215'(사진 오른쪽)는 6륜으로 바뀐 것을 확인할 수 있다.[사진 중앙포토]

북한은 2003년에는 주체 92년식 ‘천마-215’를 배치하기 시작했는데  가장 큰 변화는 이때부터 천마호 궤도 바퀴가 5륜에서 6륜으로 늘었다. 포탑에는 대전차미사일 감지 센서를 탑재해 생존성을 높였다.

`천마-216`은 포탑 후면에 대공미사일(흰색 원형 왼쪽), 포탑 위에 대전차미사일(흰색 원형 오른쪽)을 장착했다. 처음 선보였던 2013년에는 포탑위에 기관총 처럼(확대된 사진 노란색 원형) 설치되어 있었다. [사진 중앙포토]

`천마-216`은 포탑 후면에 대공미사일(왼쪽 흰색 원형), 포탑 위에 대전차미사일(오른쪽 흰색 원형)을 장착했다. 처음 선보였던 2013년에는 포탑위에 기관총 처럼(확대된 사진 노란색 원형) 설치되어 있었다. [사진 중앙포토]

 북한이 2004년부터 배치를 시작한 주체 93년식 ‘천마-216’에서는 많은 변화가 나타났다. ‘천마-216’은 천마계열 전차들 가운데 가장 뛰어난 성능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에서 만든 대공미사일(SA-16)과 대전차미사일(RPO-A)를 장착했고 방호 능력도 크게 높였다. 포탑 정면 상부에 대전차미사일 2발, 후면 상부에 지대공미사일 1발을 장착했다. 북한은 자체개발했다고 주장한다. 최근 전차 뿐 아니라 장갑차 또는 일부 지원차량에 장착한 경우도 종종 발견된다.

 북한에서 개발한 저고도대공미사일, '화승총'은 익히 알려졌다. 눈에 띄는 건 북한에서 ‘불새’라고 부르는 휴대용 대전차미사일(열압력탄)이다. 기화폭탄의 일종으로 열과 압력의 효과를 복합적으로 극대화해 기존 고폭탄의 파괴력 보다 크다. 북한이 개발한 미사일의 구경은 93㎜, 직경 120㎝, 무게 26㎏, 사거리 3㎞ 수준으로 알려졌다. 레이저로 유도하는 반자동시선유도(SACLOS) 방식이라 목표물에 타격할 때까지 조준을 지속해야 한다. 대공미사일과 대전차미사일을 탑재해 헬기 공격과 시가전 등 근접 전투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전차에 탑승한 승조원이 포탑 상부로 나와 직접 발사하고 유도하는 건 치명적인 단점이다. 조작하는 병사가 작은 유도화면에서 표적을 놓치면 미사일이 다른 곳으로 날아가기 때문이다. 또한, 밖으로 나오기 때문에 공격받을 위험도 높아진다.

 ‘천마-216’의 이런 변화는 2012년 열병식에서는 발견할 수 없었으나 2013년에 처음 선보였다. 2015년 노동당 창건 70주년 열병식에서는 대전차미사일을 레이저거리측정기 바로 위쪽으로, 지대공미사일은 포탑 뒤쪽 낮은 위치로 이동시켰다. 북한은 기존 천마 계열 전차를 지속적으로 개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T-62 초기 전차에도 대공미사일 장착했다.

구형 전차(T-62 초기형) 포탑 뒤에 한발의 대공미사일을 장착했다.[사진 조선중앙TV]

구형 전차(T-62 초기형) 포탑 뒤에 한발의 대공미사일을 장착했다.[사진 조선중앙TV]

 북한은 2009년에 새로운 전차를 개발하기도 했다. 북한의 신형 전차 ‘선군-915’는 개발 초기에 ‘폭풍호’로 잘못 알려졌지만 북한에서 선군사상을 강조해 개발한 ‘선군호’가 정확한 명칭이다. 신형 전차는 44t으로 기존 천마호 보다 4t 이상 무거워졌다. 다만, 길이는 7m, 넓이 3.5m, 높이 2.2m로 크기는 비슷하다. 최고속도는 시속 60㎞, 항속거리는 500㎞ 수준으로 성능이 다소 좋아졌다.

선군호 레이저거리측정기(포탑위 사각형) 크기가 많이 작아졌다. 전차 운전병의 위치도 포탑 아래로 이동했다. 전차 차체 전면부에 부가장갑을 장착했다.[사진 중앙포토]

선군호 레이저거리측정기(포탑위 사각형) 크기가 많이 작아졌다. 전차 운전병의 위치도 포탑 아래로 이동했다. 전차 차체 전면부에 부가장갑을 장착했다.[사진 중앙포토]

 북한이 새로 개발한 ‘선군-915’의 포탑은 복합 장갑을 적용한 원형 주조제로 천마호와 구별된다. 복합 장갑은 장갑을 여러 층으로 만들고 세라믹 등 복합소재를 채운다. 고폭탄이 폭발해 만들어낸 메탈 제트가 외부 장갑을 파괴해도 복합재료를 사용한 장갑을 뚫지 못해 결국 관통하지 못하는 원리다. 최근에는 전면에 폭발반응장갑(ERA)도 붙였다.

폭발반응장갑을 포탑에 장착하지 않았던 과거(사진 왼쪽)와 장착한 최근(사진 오른쪽)의 선군호 전차 변화 [사진 중앙포토]

폭발반응장갑을 포탑에 장착하지 않았던 과거(사진 왼쪽)와 장착한 최근(사진 오른쪽)의 선군호 전차 변화 [사진 중앙포토]

 ‘선군-915’는 기존 천마호 주포와 달리 125㎜ 활강포를 장착해 공격능력을 키웠다. 한국군은 2001년에 ‘K1’전차 105㎜ 주포를 120㎜로 개량한 ‘K1A1’을 선보였다. 처음 공개된 전차는 포탑 후방에 대공미사일만 장착했다. 그러나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에는 선군호에도 ‘천마-216’에 장착한 대전차미사일을 탑재했다.

한국군의 신형 전차 `K2`는 세계적인 수준의 첨단 전력으로 평가받는다. 북한 전차와 성능을 비교할 수 없다. [사진 중앙포토]

한국군의 신형 전차 `K2`는 세계적인 수준의 첨단 전력으로 평가받는다. 북한 전차와 성능을 비교할 수 없다. [사진 중앙포토]

 북한의 지속 된 노력에도 한국군의 기갑전력과 비교하기 힘들다. '흑표'로 불리는 한국의 최신형 전차 ‘K2’는 시속 70km 이상 달릴 수 있다. 자동장전장치, 표적에 대한 자동 탐지와 추적이 가능해 고속 기동중에도 빠르게 공격할 수 있다. 또한, 적의 대전차 유도탄을 기만하거나 직접 파괴하는 ‘능동방호체계’도 탑재했다. 더구나 한국군은 최근 36대를 도입한 ‘탱크 킬러’ 중형공격헬리콥터 ‘아파치’(AH-64E)를 비롯한 월등히 우세한 공중전력까지 갖고 있다. 이 때문에 북한의 전차는 한국군 전차를 만나기 전에 이미 파괴될 가능성이 크다.

박용한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 park.yong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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