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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청소년, 고학년 될수록 우울감ㆍ위축감 ↑

중앙일보

입력

다문화 가정의 청소년이 느끼는 우울감과 사회적 위축감이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더 커진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은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같은 학년의 다문화 청소년과 어머니 1332가구를 연도별로 추적 조사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다문화 청소년 종단조사 및 정책방안 연구’를 1일 공개했다.

다문화 청소년의 우울 수준은 이를 처음 측정한 2012년에는 평균 1.61이었지만 중학교 3학년인 2016년에는 1.71로 증가했다. 이들이 느끼는 사회적 위축감도 같은 기간 2.20에서 2.32로 올랐다. 자아존중감은 초등학교 4학년인 2011년부터 졸업할 때까지는 3.22까지 증가했지만 중학교에 진학한 후 3.20→3.18→3.14로 매년 하락했다. 삶의 만족도 역시 조사기간 초반인 2011~2013년엔 오름세를 보여 3.30까지 올랐지만 2014년부터 3.22→3.15→3.05로 내려갔다.

다문화 청소년들은 학교생활 안팎에서도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 공부를 하는 데 있어 ‘어려움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 비율은 2013년 2.3%였지만 중학교 진학 이후인 2016년에는 5.1%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학교 밖에서 어려운 일이 있을 때 도움을 줄 수 있는 어른이 있는지 여부에 대해선 ‘없다’는 응답이 2016년 61%였다. 이 같은 비율은 조사 기간 내내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진로를 선택할 때 비(非)다문화 청소년들에 비해선 경제 형편이나 부모의 지원이 더 열악하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기준으로 다문화 청소년들이 진로에 어려움을 준다고 인식하는 요인(진로장벽인식)은 ‘경제적 어려움’이 2.01으로 1.79인 비(非)다문화 청소년들보다 높았다. 또 다문화 어머니들의 지지와 관여부족도는 각각 2.88과 2.58를 기록했다. 3.15와 1.73을 보인 일반 어머니들에 비해 지지는 더 낮고 관여부족도는 더 높은 수치다. 아버지도 비슷한 상황을 보였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양계민 연구위원은 이에 대해 “학년이 오를수록 성적은 그대로인데 일반 중산층과의 차이를 경험하면서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진로의 폭이 점차 줄어들고 진로를 어떻게 정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더 위축될 수 있다”며 “경제활동을 하느라 시간도 없고 한국 시스템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다문화 가정의 부모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고, 학생들에 대해선 보다 다양한 직업 체험이나 진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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