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병시중에 지쳐 형 찌르고 자수한 50대 남성

중앙일보

입력 2017.02.01 10:46

지병으로 거동이 불편한 형을 30년 넘게 집에서 돌보던 50대 남성이 흉기로 형을 찌른 뒤 경찰에 자수했다.

부산 영도경찰서는 특수상해 혐의로 이모(55)씨를 붙잡아 조사 중이라고 1일 밝혔다. 이씨는 지난달 31일 오후 4시쯤 부산 영도구 집에서 술에 취해 흉기로 형(59)을 찌른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의 형은 피를 많이 흘렸지만 생명에 지장은 없는 상태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30년 전부터 뇌병변 장애와 간암 등으로 거동이 불편한 형과 함께 살며 간병을 해왔다. 최근 의료지원금 축소 등으로 생활고를 겪자 술김에 집에 있던 과도로 형을 찔렀다. 이씨는 범행 직후 112에 신고해 자수했다.

이씨는 애초 형이 자해했다고 거짓말을 하다 경찰의 계속된 추궁에 범행을 인정했다. 이씨는 "수십 년간 형의 병시중을 했으나 생활 형편이 여의치 못해 힘들었다"며 "말을 잘하지 못하는 형이 먼저 흉기로 찌르라는 시늉을 했다"고 진술했다.

이씨는 형의 병시중으로 결혼을 못하고, 별다른 직업을 가지지 못한 채 기초생활수급자 신세가 된 이후 우울증을 앓아왔다고 한다. 경찰은 이씨가 오랜 병 간호가 힘들어 우발적으로 범행 했을 것으로 보고 조사를 마치는 대로 신병 처리 수위를 결정하기로 했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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