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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 완벽함에 다가서다… '공조' 현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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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빈(34)은 진중하다. 어떠한 질문에도 그의 말투는 부드러우면서 단호했으며 답변들은 묵직했다. “완벽해지고 싶다”고 말하는 성격답게 말 한마디 한마디에 책임을 다하려는 듯했다.

사실 현빈은 TV 드라마 ‘시크릿 가든’(2010~2011, SBS)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지만, 2012년 군 제대 후에는 아직 영화와 TV 드라마에서 그리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래서 그와 만나기 전에 미리 넘겨짚은 것들이 있었다. ‘이번 영화에서 확실한 변신을 의도하지 않았을까. 흥행에 예민해 있겠지.’ 하지만 인터뷰를 진행하며 이 질문들은 아무것도 아닌 게 되어 버렸다. 현빈은 “지금껏 그래왔듯 캐릭터에 조금 변화를 줬을 뿐이고, 배우로서 정도(正道)를 지키며 최선을 다해 작품에 임했다”고 말했다. ‘공조’에서 시종일관 진지한 북한 형사 림철령이 되어 뛰고 구른 이유는 단 하나인 듯했다. 늘 새로운 ‘현재’를 만들고 싶은 현빈이기 때문에.

사진= 전소윤(STUDIO 706)

사진= 전소윤(STUDIO 706)

철령은 지금껏 연기한 캐릭터와 다른 유형의 인물이다.
 “늘 모든 작품에서 조금씩 변화하려 노력하는 편이다. 철령은 기존에 연기한 캐릭터와 표현 방법부터 다르다. 지금까지는 말로 감정이나 상황을 표현했다면, 철령은 말보다 행동이 앞서는 캐릭터다. 과묵함 속에서 감정을 끌어내야 하는 점이 흥미로웠다.”
-철령은 목숨 걸고 사건에 임하는 반면, 강진태는 성격이 느긋해 수사에 방해만 될 뿐이다.
“그 부분이 재미있었다. 남북한 형사가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지고 함께하다, 어느 순간 서로에게 힘이 되지 않나. 그렇게 의지하면서 결국 하나의 목표를 갖게 되는 것이다. 철령과 진태의 변화하는 감정이 좋았다.”
-극 중 철령의 대사는 대체로 단답형이다. 감정 변화를 표현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철령은 무언가를 말로 표현하는 친구가 아니다. 몇 마디 말과 행동으로 감정 변화를 보여 줘야 하는 것이 가장 큰 숙제였다. 그래서 김성훈 감독님과 철령의 감정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철령은 사사건건 부딪치는 진태가 못마땅하지만, 그와 함께 지내면서 어느 순간 믿음이 생겼을 것이다. 진태의 집에서 지내며, 그의 식구들과 진짜 가족이 된 듯한 기분도 느꼈을 테고. 복잡하게 생각하기보다 자연스레 변화하는 철령의 감정을 오롯이 따라가려 했다.”
-‘공조’는 액션 연기도 중요하지만, 유해진과의 호흡이 정말 중요한 영화다.
 “촬영 현장에서 유해진 선배님을 많이 따랐다. 늘 밝은 에너지가 느껴지는 분이라, 옆에 있기만 해도 좋은 기운을 받았다. 어느 날 회식이 끝난 후 유해진 선배님 집에 가서 한잔 더 하자고 말한 적도 있다. 그날 함께 와인을 마셨는데, 여행 이야기도 하고 사적인 이야기도 많이 했다. 그때 나눈 이야기가 아직도 생각난다. 배우 생활을 하며 그런 경험이 처음이라 나 스스로 놀랐던 기억도 나고(웃음).”

유해진 선배님은 모두가 알고 있는 것처럼 유쾌하고 밝다. 감수성이 풍부한 배우이기도 하고(웃음). 무엇보다 후배로서, 동생으로서 배울 점이 참 많았다. 촬영 현장에서 애드리브를 많이 하셨는데, 그 애드리브가 철저히 준비된 결과물이라는 걸 알게 됐다. 단 한 장면도 준비 없이 임하는 경우가 없으시더라.
-현빈-

사진= 전소윤(STUDIO 706)

사진= 전소윤(STUDIO 706)

-이 영화를 보니 ‘정말 고생했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액션신이 많더라.
 “지금까지 출연한 작품 중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해 준비했던 영화다. 워낙 위험한 장면이 많아 촬영 전부터 액션 팀과 철저하게 준비했다. 오랜 시간 충분히 합을 맞췄기 때문에 촬영 현장에서는 오히려 조금 여유가 있었다. 몸은 고됐어도 마음만은 행복했다.”
-카체이싱·와이어·격투·총격 등 모든 액션을 직접 소화했다고.
“정말 위험한 장면은 직접 연기할 수 없었지만, 안전장치가 잘 되어 있는 것만 확인되면 어떻게든 내가 하려 했다. 가끔 너무 위험해 보일 때는 유해진 선배님이 ‘미래를 생각하라’며 적극 말려 주셨다(웃음).”
-아무리 충분히 연습하고 훈련했어도 늘 사고 위험이 따랐을 텐데.
“액션 연기가 힘든 건, 계속 긴장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얼굴과 급소로 향하는 동작이 많아서 자칫 잘못하면 큰 사고가 일어나게 마련이니까. 가벼운 부상은 자주 있었지만 큰 부상은 없었다. 심각한 사고 없이 무사히 촬영이 끝나 정말 다행이다.”
-10년 넘게 TV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며 활동해 왔다. 현빈에게 촬영 현장은 어떤 곳인가.
 “촬영 현장에 가면 언제나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다. 집과 다른 따뜻함이 느껴지기도 하고. 물론 가끔은 그곳에 가는 게 두려울 때도 있다. 일과 관련된 부분에 있어서는,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과 ‘연기를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크거든.”
-‘완벽하게 일하고 싶다’는 뜻으로 들린다.
 “완벽주의자가 되고 싶다. 그래서 나 자신을 힘들게 하는 부분이 많다. 가끔은 함께 일하는 스태프들에게도 미안하다. 평소 ‘왜?’라는 질문을 자주 던지거든. 연기는 명분과 타당성이 있어야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왜 해야 해?’라고 물었을 때 쉽게 대답이 나오지 않는다면, 그건 제대로 준비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누군가는 ‘대충대충 넘어가지…’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절대로 그러면 안 된다. 대중에게 고스란히 노출되는 일이니까.”
-행복한가.
 “늘 생각하는 질문이다. 직업적 특성상 항상 남들의 시선을 받으며 산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지금 어떤 상황인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방금도 생각해 봤는데, 어제보다는 행복한 것 같다.”
-차기작은 철령과 전혀 다른 사기꾼 역할이다.
 ‘꾼’(장창원 김독)에서 사기꾼 잡는 사기꾼 역을 맡았다고. “‘꾼’도 ‘공조’처럼 편히 즐길 수 있는 오락영화다. ‘현빈의 필모그래피가 점점 낯설어진다’고 말하는 분들도 있던데, 큰 의미가 있는 건 아니다. 20대 때는 작품의 메시지가 중요했고, 여운이 긴 이야기를 선호했다. 지금은 두 시간 동안 관객이 즐길 수 있는 작품이었으면 좋겠다. 요즘 세상이 이런저런 문제들로 복잡하지 않나. 극장에 앉아 있는 두 시간이나마 사람들이 즐거움과 위로를 느꼈으면 좋겠다.”

    이지영 기자 lee.jiyo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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