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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은 손학규계, 안희정은 박원순계…캠프 확장 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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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가 31일 서울 마장동주민센터에서 열린 간담회에 앞서 주민자치위원으로부터 박과 복주머니 선물을 받고 있다. [사진 강정현 기자]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가 31일 서울 마장동주민센터에서 열린 간담회에 앞서 주민자치위원으로부터 박과 복주머니 선물을 받고 있다. [사진 강정현 기자]

뿌리가 같은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안희정 충남지사의 내부 경쟁이 달아오를 조짐이다. 각각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구(문 전 대표)와 왼팔(안 지사)로 불리던 두 사람 모두 캠프 정비에 나서면서 대선후보 경선 레이스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문, 대세론 확산 위해 비문 영입 박차
이춘석·전현희 합류, 김영춘 접촉 중
안, 기동민·박홍근 등 86그룹에 손짓
윤태영 등 원조친노 포진, 적통 부각

문 전 대표는 당내 비주류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 ‘대세론’ 확산을 노린 전략이다. 안 지사는 대세론을 허물어야 할 입장이다. 그는 캠프에 ‘원조’ 친노 인사들을 대거 포진시켜 적통(嫡統)임을 부각하는 한편 레이스에서 이탈한 박원순 서울시장 쪽으로 손을 뻗고 있다.

문 전 대표는 31일 기자간담회에서 “설 연휴 기간에 ‘문재인이 대세다’라는 말을 많이들 하는데, 실제로 보니 대세가 맞더라”며 “(설 연휴 기간) 양산에서 특별히 생각한 게 있다면 사상 최초로 영호남에서 모두 지지받는 지역통합, 국민통합 후보가 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캠프와 선거대책위원회가 구성된다면 친노·친문이라는 말을 듣던 분들은 아주 소수이고, 대부분은 새로운 면면으로 구성됐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친노·친문) 패권주의라는 부분은 제가 누누이 말하지만 사실이 아니다”며 “앞으로 제가 영입 노력을 하는 모습을 보시면 패권주의라는 모습과 다르게 확장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확인하실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실제로 문 전 대표 측은 이르면 2월 중순 발족하는 경선 캠프에 당내 영호남 출신 비문재인계 인사를 선대위원장과 총괄본부장 등 캠프 요직에 배치하기 위해 물밑접촉을 해왔다.

왼쪽부터 이춘석, 전현희, 기동민.

왼쪽부터 이춘석, 전현희, 기동민.

문 전 대표는 특히 당내 유일한 호남 3선인 이춘석(익산갑) 의원, 부산 3선인 김영춘(부산진갑) 의원을 영입 대상 1순위에 놓고 있다. 이 의원은 손학규계로 분류된다. 그는 문 전 대표 캠프 합류 의사를 묻는 질문에 “호남 의원들 셋은 뜻을 같이하기로 했다. 정권 창출이 되더라도 호남이 소외되지 않기 위해서는 가야 되지 않느냐 하는 의견들이 있다”며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자신뿐 아니라 이개호(담양-함평-영광-장성) 의원, 안호영(완주-진안-무주-장수) 의원의 동반 합류 가능성까지 내비친 셈이다.

김영춘 의원은 부산 지역 국회의원 가운데 친문재인 색채가 엷다. 김 의원은 “영호남에서 지지율 1위인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는 게 중요한 시대”라면서도 “민주당 경선이 국민의 관심과 격려 속에 치러지려면 지금은 김부겸이나 안희정 같은 후보들이 좀 더 선전해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손학규계로 정계에 입문한 재선의 전현희(서울 강남을) 의원도 최근 문 전 대표 캠프에 합류했다고 한다.

안 지사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대선 불출마 수혜자로 꼽힌다. 박 시장이 불출마를 선언한 지난달 26일 이튿날 발표된 리서치앤리서치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안 지사의 지지율은 7.9%로 이재명 성남시장(8.5%)과의 차이를 1%포인트 이내로 좁혔다. 지난해 12월만 해도 양측의 지지율 차이는 최대 10%포인트까지 벌어졌다.

당내에선 박 시장의 지지 세력인 기동민·박홍근 의원 등 86그룹 출신 민평련계가 안 지사 측과 가깝다는 점에 주목해 안 지사 캠프 합류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박 시장과 일했던 권오중 전 서울시 정무수석은 올 초부터 안 지사의 선거캠프에 합류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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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불출마’ 수혜자는 안희정

안 지사 캠프의 핵심은 원조 친노 인사들이다. 이병완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을 비롯해 황이수 전 청와대 비서관, 여택수 전 청와대 행정관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안 지사와 함께 노 전 대통령의 ‘좌희정·우광재’으로 불렸던 이광재 전 강원지사와 청와대 춘추관장 출신의 김만수 부천시장,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도 캠프 내에서 직책 없이 안 지사를 돕는 외곽그룹으로 분류된다.

안 지사의 대변인 역할을 하는 박수현 의원은 “설 연휴를 전후로 우리 캠프에 ‘상황이 어떻냐’고 묻거나 ‘한 번 만나자’는 의원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의원은 “문 전 대표를 의식해 당내 세 확산 경쟁을 하다간 문 전 대표 측의 페이스에 말린다”며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여의도 바깥에서 바람을 일으키면 결국 당내에서도 따라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유성운·위문희 기자 pirate@joongang.co.kr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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