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 버리지 말고 입양 보내주세요”

중앙일보

입력 2017.02.01 01:27

업데이트 2017.02.01 0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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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서울 화곡동 ‘팅커벨 입양센터’에서 박현주 간사(오른쪽) 가 유기동물을 돌보고 있다. 이곳은 유기동물이 새 주인을 만날 수 있는 마지막 연결고리다. [사진 전민규 기자]

서울 화곡동 ‘팅커벨 입양센터’에서 박현주 간사(오른쪽) 가 유기동물을 돌보고 있다. 이곳은 유기동물이 새 주인을 만날 수 있는 마지막 연결고리다. [사진 전민규 기자]

지난 31일 찾은 서울 화곡동의 ‘팅커벨 입양센터’. 160㎡(약 50평) 규모 시설에 들어서자 출입문 근처 1m 남짓한 울타리로 강아지 대여섯 마리가 몰려들었다. 이 곳은 버려진 동물을 새 주인과 연결시켜주는 민간 시설이다. 2014년 3월 문을 연 센터의 가족은 강아지 15마리, 고양이 7마리다. 모두 주인을 찾지 못해 안락사를 앞두고 있다가 이 시설로 옮겨와 극적으로 목숨을 구한 경우다. 새 주인을 만날 때까지 이곳에서 보살핌을 받는다. 팅커벨 입양센터 박현주(32) 간사는 “센터에서 관리할 수 있는 적정 동물 수는 이미 찼다. 지난해 60여 마리를 입양 보냈는데 서울에서 한 해 동안 버려지는 동물 수에 비하면 매우 적은 수다. 몸집이 크고, 나이가 많은 ‘믹스견’은 입양마저 잘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해 유기동물 8648마리 구조
보호시설 한계로 절반은 안락사
전문가 “동물복지 시설 대폭 늘려
유기 방지, 전염병 컨트롤타워로”
마포에 동물 치료·입양 가능한
유기동물 SOS센터 7월 문연다

서울에서 버려지는 동물은 한 해 1만 마리가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구조된 유기동물은 8648마리다. 2011년(1만5229마리)에 비하면 절반 가량 줄었지만 구조되지 못한 유기동물이 새끼를 낳으면서 상황은 악화하고 있다. 주택가 길고양이, 북한산 들개 등 사회 문제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재단법인 서울연구원이 조사한 서울의 반려동물 유기율은 0.8%다. 일본 도쿄의 유기율(0.2%) 보다 4배 높다. 또한 서울에서 동물을 키우는 가구(총 524가구 조사 참여) 중 42.6%는 “반려동물을 포기·유기하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고 답했다.

반려동물 유기 문제에 ‘빨간 불’이 켜진 상황이지만 서울에서 유기동물을 보호하고 입양을 연결해주는 이른바 ‘동물복지 지원시설’은 적다. 시에서 운영하는 곳은 과천 서울대공원 내 ‘서울시 반려동물입양센터’(면적 175㎡) 한 곳이다. 이외에는 팅커벨 입양센터를 포함해 ‘카라 더불어 숨’ 등 민간 단체가 운영하는 시설 3곳이 있을 뿐이다. 그렇다보니 2011~2015년 동안 서울을 포함한 전국에서 구조된 유기동물 10마리 중 절반 가량(46.1%)은 구조되고도 동물보호시설에서 안락사 등으로 죽음을 맞고 있다.

서울시는 치료·입양 등이 이뤄지는 ‘유기동물 SOS센터’(면적 600㎡)를 올 7월 마포구에 열 계획이다. 배진선 동물정책팀 주무관은 “현재 추진 중인 SOS센터의 운영 목적은 위험에 빠진 유기 동물을 위한 치료와 시민을 대상으로 한 유기 방지 교육 시행이다. 애당초 주인들이 동물을 버리는 일 자체를 막는 데 역점을 둘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동물복지 지원시설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황동열 팅커벨프로젝트 대표는 “한 해 버려지는 동물 수를 고려했을 때 서울시 25개 자치구별로 시·구가 직영하는 시설을 마련해야 한다. 시 외곽에 있으면 동물입양시설이 있다는 사실 마저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접근하기 쉬워야 동물 입양이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구원 안전환경연구실 유기영 선임연구위원은 “동물복지 지원시설은 유기 방지 교육뿐 아니라 동물 전염병 컨트롤타워 역할도 할 수 있다. 서울 내 주거지를 중심으로 동물병원, 보호·입양 공간 등을 갖춘 시설을 설치한 뒤 단계적으로 4군데까지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문선 서울시 동물정책팀장은 “장기적으로 SOS센터 하나만으로 부족한 게 사실이다. SOS센터 운영 결과를 토대로 서울시에 맞는 시설 설립과 운영 방안 등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글=조한대 기자 cho.handae@joongang.co.kr
사진=전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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