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고 또 써도 시가 퐁퐁 솟아난다는 61세 CEO

중앙일보

입력 2017.02.01 01:00

업데이트 2017.02.01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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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지난해 초 나이 육십에 시인으로 등단한 CEO가 1년 만에 시집을 냈다.

한상호 현대엘리베이터 부회장
첫 시집 『아버지 발톱을 깎으며』 내

월간 ‘문학세계’ 2016년 2월호 신인문학상 시 부문에 당선돼 문학청년의 꿈을 이룬 한상호(61·사진) 현대엘리베이터 부회장은 최근 첫 시집 『아버지 발톱을 깎으며』를 시와시학사에서 출간했다. 쓰고 또 써도 시가 퐁퐁 솟아나 늦깎이 걸음마도 부끄럽지 않다는 한 부회장은 “오래된 청춘이랄까. 세상에 이리 많은 두근거림이 있는 줄 단풍 물들 나이에야 알았다”고 말했다.

“거리를 걷다가도 인상 깊은 볼거리가 있으면 휴대전화로 찍고 바로 메모하죠. 꽃 한 송이, 웃는 얼굴, 들려오는 음악, 뭐든 다 시가 됩니다.”

시집에 해설을 쓴 이성천 경희대 교수는 “한상호의 시편들은 대부분 현실의 구체적 시간들과 마주하며 삶의 근원적 의미를 터득해 간다”고 평했다. 일상의 세목을 소박하게 다루면서도 잊고 살았기에 잃어버린 것들을 불러들여 깨우침을 주는 그의 시를 ‘따뜻해서 서글픈 덕담’이라 불렀다.

시집 제목이 된 ‘아버지 발톱을 깎으며’는 실제 부친의 한마디 “발톱 좀 깎아주겠느냐”에서 시상을 얻었다.

“구십이 다 되어서야 하신 그리도 힘든 부탁”을 듣고 아들은 “피난길 동상 입어/푸석해진 발톱을/봄 논두렁 다지듯/다듬어 드린다”고 읊었다.

한 부회장에게 이 시집이 더 뜻깊은 것은 표지와 1, 2, 3부를 가르는 속지에 부인 김미숙(61)씨가 그린 풍경화가 여러 점 담겨서다. “우연처럼 왔다가 또 그렇게 가는/기적의 날들을” 함께 걸어가며 “저녁노을 좋을 때/그대 손잡아 주머니에 넣고” 산책하고 싶다는 부부의 사랑이 시집을 붉게 물들인다.

정재숙 문화전문기자 johan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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