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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반 이민 행정명령에 스포츠계 '앗뜨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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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존 트럼프 미국 대통령.

도널드 존 트럼프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 이민 행정명령 서명으로 국제 스포츠계에 불똥이 튀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7일 이라크와 시리아, 이란, 소말리아, 수단 등 무슬림 7개 국가 시민의 미국 입국 및 비자 발급을 금지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에 이란이 즉각 반발했다. 이란 외교부는 성명을 내고 "미국의 행정명령은 불법적이며 비논리적이고 국제법에 반한다"며 미국인의 이란 입국을 금지할 것이라고 맞불을 놨다.

이에 미국의 레슬링 대표팀이 곤란을 겪게 됐다. 이들은 다음달 8일 이란에서 열리는 월드컵 대회에 참가할 예정이었으나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에 따른 이란 정부의 '미국 시민의 이란 입국을 불허' 정책에 출전 여부가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또, 2024년 올림픽 유치를 추진하던 미국 로스엔젤레스 올림픽위원회도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무슬림 7개 국가 선수단의 미국 입국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패트릭 샌더스키 올림픽위원회 대변인은 지난 29일 뉴욕타임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새 정책이 뜻하는 바를 명확히 이해하기 위해 행정부와 긴밀히 협조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모 파라 선수의 페이스북. [사진 모 파라 페이스북 캡처]

모 파라 선수의 페이스북. [사진 모 파라 페이스북 캡처]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국제 스포츠계 선수들도 반발하고 있다. 영국의 육상 스타이자 지난 리우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모 파라는 트럼프 행정부의 반 이민 행정명령을 가리키며 "무지와 편견에서 비롯된 정책"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파라는 29일(현지시간) 자신의 페이스북에 "나는 지난 6년간 미국에서 살아온 영국 시민"이라며 "미국에서 열심히 일하며 사회에 기여했고 세금을 납부했으며 4명의 자녀를 길렀지만 이제 나와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은 미국에서 환영받지 못할 것"이라고 썼다.

현재 파라는 에티오피아에서 훈련 중이다. 파라는 이어서 "내 아이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무지와 편견에서 비롯된 정책을 도입했고, 그래서 아빠가 집에 돌아갈 수 없다고 설명해야 하는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고 쓰기도 했다.

파라는 8세에 영국으로 이주해 영국 국적을 취득한 소말리아 태생 선수다. 소말리아와 영국 모두 국적을 갖고 있는 이중국적자다. 파라의 경우 지난 29일 영국 정부의 도움으로 영국 국적을 소지한 이중국적자는 미국 입국을 허가하도록 협의가 이루어져 미국 입국 문제를 면할 수 있었다. 하지만 파라 외에도 미국 프로농구팀 LA레이커스에서와 밀워키 벅스에 남수단 태생인 루올 뎅과 손 메이커가 선수로 뛰고 있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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