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2월1일 경남 거제의 한 산업단지 안 대형 크레인 주변의 모습. 일거리가 없어 크레인은 멈춰 서 있고, 작업 인력도 보이지 않는다. 이 산업단지엔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의 협력업체가 밀집해 있지만 조선업 불황으로 두 회사가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에 들어가면서 상당수 협력업체도 폐업하거나 공장을 멈췄다. 송봉근 기자
올 상반기 조선업종에서만 2만7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진다. 전자·철강·반도체·디스플레이 등 나머지 수출주력업종도 일자리가 제자리걸음을 할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고용정보원은 31일 이런 내용의 '2017 상반기 주요 업종 일자리 전망'을 발표했다. 기계·전자·조선·자동차와 같은 국내 8개 수출 주력 제조업종과 건설·금융보험업 등 10개 업종의 고용보험 피보험자, 직종별 사업체 노동력 조사, 경제활동인구조사를 바탕으로 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전체 고용규모는 지난해 상반기보다 0.7%(5000명) 소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30인 미만 사업체의 고용은 증가하지만 1000인 이상 사업체는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저임금 일자리가 는다는 얘기다.
지난해에 이어 조선업종의 일자리 충격은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세계 경기가 둔화하고 있는데다 선박 공급과잉의 여파로 불황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올 상반기 조선업종의 고용규모는 지난해 상반기보다 15%(2만7000명)나 줄 것으로 예상됐다. 구조조정이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감소 폭은 커질 수 있다. 이런 현상은 대·중소기업을 가리지 않고 나타난다.
철강업종이나 섬유, 디스플레이 분야도 일자리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철강업종은 보호무역주의에 따른 규제강화가 발목을 잡겠지만 원자재가 상승에 따른 제품가 인상, 중국 내 생산감소가 호재로 작용하며 0.7%(1000명) 감소에 그칠 전망이다. 섬유는 중국 등으로부터의 역수입 증가, 저가섬유소재 수요 증가로 타격을 입지만 환율상승, 기저효과로 수출이 늘어 일자리는 0.3% 소폭 감소하는 수준에서 유지된다. 디스플레이는 투자확대로 장비시장이 성장하겠지만 LCD 시장이 축소돼 글로벌 부품소재 시장 자체가 위축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일자리는 0.8%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반도체 업종은 소폭(0.8%) 증가할 전망이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안정이 지속되고, 정보통신(IT)기기 탑재용량 증가가 성장세를 견인할 것으로 보여서다.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가 고성장세를 보이는 중국 반도체 산업을 견제하는 효과를 내는 것도 국내 업체에는 유리하게 작용한다.
기계업종은 상반기에 설비투자 증가가 예상된다. 그러나 일자리는 투자 만큼 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보호무역주의로 개선 폭이 제한되는데다 중국의 자국기업 육성정책, 브렉시트 이후 유럽의 자국우선주의 정서 강화, 미국의 금리인상과 세일가스 생산증가가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올 상반기 기계업종의 일자리 증가는 0.7%(5000명)에 그칠 전망이다.
전자업종은 300~999인 이하 사업체에선 고용이 감소하는 반면 1000인 이상 사업체와 30인 미만 사업체에서 고용증가가 예상된다. 전기차 수요증가, 차기 스마트폰 모델출시에 따른 호재가 기다리고 있어서다. 증가폭은 0.8%(5000명) 정도로 보합권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부문은 내수판매 감속폭이 수출증가율보다 커서 감소할 저망이지만 고용은 소폭 증가세(1.1%)를 유지할 것으로 고용정보원은 내다봤다.
건설업에선 사회간접자본 예산 감소와 주거용 건축물의 과잉공급으로 수주액이 감소할 것으로 보이지만 건설에 대한 투자는 어느 정도 지속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일자리가 1만7000명(0.9%) 늘어나 보합권을 형성할 것으로 예측됐다.
금융보험업도 0.6%(7000명) 증가로 전년도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다. 주택과 부동산 경기하락, 대출 증가율 둔화라는 악재가 있지만 시중금리 상승이 은행의 수익을 개선해 줄 것으로 예상된다.
김기찬 고용노동선임기자 wols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