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남정호의 시시각각

제주, 중국의 32번째 성 될라

중앙일보

입력 2017.01.31 01:00

업데이트 2017.01.31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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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남정호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남정호 논설위원

남정호
논설위원

여유 생기면 외국바람 쐬고 싶은 게 인지상정인 모양이다. 이번 설 연휴(중국의 춘절) 중 해외로 떠나는 여행객은 한국 50만 명, 중국은 600만 명. 양쪽 모두 역대 최대다. 하지만 양국 간에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한국 관광객 대부분은 그저 즐기려 한다. 반면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는 40% 이상이 해외부동산 쇼핑을 겸한 여행이다. 중국 해외부동산 거래 사이트 ‘쥐와이왕(居外網)’의 조사 결과 춘절 동안 외국여행을 계획 중인 응답자의 41%가 “부동산 투자를 알아보기 위해 떠난다”고 답했다. 이번 춘절 때 한국을 찾는 유커는 14만 명. 이 조사 결과를 대입하면 유커 5만6000명이 한국 부동산에 눈독을 들인 채 몰려오는 셈이다.

춘절 유커, 해외부동산 쇼핑 나서
중국인 땅 매집, 다각적 접근 필요

중국인들의 해외부동산 사재기는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한국에서는 제주도가 유독 심해 중국인 보유 토지는 전체의 0.5%인 853만㎡에 이른다. 5년 만에 6배가 됐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갈등으로 최근 주춤해지긴 했다. 제주도 당국도 지난해부터 부동산 투자이민 대상 지역을 제한하는 등 뒤늦게나마 방만한 부동산 투자를 막기 위한 대책을 내놓고는 있다. 그럼에도 땅 좋아하는 중국인의 기질은 쉽게 바뀌지 않는지라 이들의 제주도 땅 사재기는 언제 다시 불붙을지 모른다.

일본에서도 중국인의 부동산 광풍이 불어닥친 곳이 있다. 제주도와 여러 면에서 비슷한 홋카이도(北海道)다. 두 곳 다 천혜의 자연 덕에 국내 최고의 여행지로 꼽히는 지역이다. 본토에서 떨어진 큰 섬이라는 점도 같다.

하지만 양쪽 간에는 결정적으로 다른 게 있다. 제주도는 영주권까지 약속하며 중국인의 부동산투자를 권장해 온 반면 홋카이도는 일찌감치 ‘국토유출’이라며 중국인의 땅 사재기를 경계해 왔다는 점이다.

일본에서는 중국인의 홋카이도 땅 매입을 우리와 근본적으로 다른 차원에서 본다. 심각한 중·일 간 갈등 탓도 있겠지만 일본인들은 중국인의 땅 매집을 안보 차원에서 접근한다. 특히 중국인이 군사시설 주변의 땅을 사들이면 국가 안보에 구멍이 뚫릴 수 있다고 여긴다. 일반인을 가장한 중국 정보원이 이런 곳에 집을 짓고 끊임없이 군사시설을 감시한다면 여간 위태로운 일이 아닌 건 분명하다.

둘째, 청정지역인 홋카이도는 일본의 중요한 식수 공급원이라 이런 지역을 중국인들이 마구 사들이면 장차 큰 문제가 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머잖아 물이 중요한 전략적 자원이 될 거라는 데는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다.

이에 더해 중국인들이 마음대로 홋카이도 땅을 사들이는 반면 일본인들은 중국 부동산을 한 치도 구입할 수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여전히 공산주의를 고수 중인 중국에서는 개인이 토지를 소유할 수 없다. 다만 일정 기간 임차할 뿐이다. 외국인도 부동산을 빌려 쓸 수밖에 없음은 물론이다. 이런 터라 양국 간 부동산 매매 문제에 있어서 형평이 맞지 않는다는 게 일본 측 주장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홋카이도 당국은 중국인의 토지 매입을 규제하는 조치를 취해달라고 중앙 정부에 곧 정식 요청할 계획이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대목은 이 같은 일본인들의 우려가 한국 실정에도 적용된다는 점이다. 우선 중국을 의식해 만든 강정 해군기지가 바로 제주도에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중국인의 제주도 땅 매입을 안보상 문제로 전혀 여기지 않는다. 중국업체들이 다투어 짓고 있는 리조트가 한라산 중턱 식수원을 더럽히고 있다는 지적은 나온 지 오래다. 중국인은 마음껏 한국 부동산을 구입하는데도 우리는 그들의 땅을 한 뼘도 사들이지 못한다는 사실도 마찬가지다.

오죽 일본 부동산 매입이 심했으면 지난해 10월 중국 항주일보(杭州日報)는 “10년 후 홋카이도가 우리의 32번째 성이 될지 모른다”는 기사를 실었다. 그저 웃고 넘어갈 일이 아니다. 넋 놓고 있다간 홋카이도 대신 제주도가 중국의 32번째 성이 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남정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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