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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되면 개헌한다는 문재인 새빨간 거짓말 vs 진보적 보수? 반기문 어느 쪽에도 미움 안 받겠단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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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민주당과 반기문 캠프, 두 입담가의 썰전

대선이 조기에 치러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정치권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설 밥상에서 누가 대통령감인지를 놓고 갑론을박하는 모습이 낯설지 않게 됐다. 중앙일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전 대표가 속한 더불어민주당과 2위를 차지하고 있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캠프의 전략가이자 입담가를 지난 24일 한데 모아 ‘지상 썰전’을 벌였다.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인 금태섭(50) 의원과 반 전 총장 캠프의 정무담당 이상일(56) 전 의원이 ‘썰’을 풀었다.

반기문 캠프 정무담당 이상일(56) 전 의원(左),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 금태섭(50) 의원(右)

반기문 캠프 정무담당 이상일(56) 전 의원(左),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 금태섭(50) 의원(右)

반기문 전 총장의 지지율이 올라가지 못하고 있다. 왜 그런가.
▶이상일 전 의원=복합적 요인이 있다. 반 전 총장으로선 한국이 낯선 상황이다. 정치 신인으로 아마추어리즘은 당연하다. 그러나 반 전 총장에게 집중된 페이크 뉴스(가짜 뉴스)도 꽤 있었다. 퇴주잔 영상에 상당히 정치적 타격을 입었다. 민생 행보는 순수한 뜻에서 했는데 준비가 부족하고 실수한 점이 크게 부각됐다. 그렇지만 미래 비전을 가다듬는 데 밑거름이 됐다.

이 “민생투어, 미래 비전 밑거름”
금 “이제 가다듬으면, 처방은 언제”
이 “문, 반기문에게 가장 쉬운 상대”
금 “반, 드롭 말라 상대하기 좋다”
금 “야당에 패권주의 있는 건 사실”
이 “인정하는 의원 있어 다행이다”

▶금태섭 의원=한마디로 대단히 실망스럽다. 반 전 총장이 (정치권에) 새 바람을 불어넣거나 방향을 제시해 줄 것으로 알았다. 아무 메세지가 없는 게 문제다. 모든 게 자기 중심이다. 제일 실망한 게 ‘진보적 보수주의’다. 어느 한쪽에도 미움 받지 않겠다는 것이다. 민생투어는 대한민국 국민에게 무슨 도움이 되느냐. 이제 가다듬으면 언제 진단과 처방을 내리는 거냐.

▶이 전 의원=시작부터 정치 공세다. 너무 급한 것 같다. 이제 입국한 지 열이틀 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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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전 총장의 정체성 스펙트럼이 너무 넓은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있다. 반반(半半)이란 얘기가 나온다.
▶이 전 의원=금 의원은 ‘도대체 정체성이 뭐냐’고 하는데 흑백논리와 이분법에 빠져 있다는 걸 스스로 노출하고 있다. 빈부격차 같은 문제를 치유하기 위해선 진보의 평등 가치를 보수가 담아내야 한다. 보수는 진보의 가치를 역사적으로 계속 흡수해 왔다. 그걸 ‘진보적 보수주의’로 표현한 것이다. 이걸 공격하는 건 공격을 위한 공격이다.

▶금 의원=제 말을 오해했다. 저는 진영논리를 반대하고 싫어한다. 입국한 지 열이틀밖에 안 됐는데 왜 성급하냐고 하는데, 제 입장에선 반 전 총장을 탐구해야 하지만 국민들은 반 전 총장을 탐구할 필요가 없다. 국민들은 들으면 되는 거다.

▶이 전 의원=유엔 사무총장의 임기가 지난해 12월 31일에 끝났는데, 그 전에 정치적 행보를 할 수 있느냐. 반 전 총장이 유엔에서 10년간 지구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대한민국 국격을 높이는 일도 했다. 유엔에서 한 일을 완전 백지로 생각하면 안 된다.

▶금 의원=훌륭한 일을 했으니 상을 주자면 얼마든지 줄 수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을 이끌겠다고 하지 않나. 대통령이 되려면 더 일찍 왔어야 한다. 대한민국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면 어느 정당으로 가거나 하는 계획이 있어야 한다.

▶이 전 의원=미국에서 정치적 행보를 할 수는 없었잖나. (한국 대선) 생각을 할 수가 없었고….

▶금 의원=뉴욕에서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는 거냐.

▶이 전 의원=왜 오자마자 어느 정당에 들어간다는 말을 해야 하나.

▶금 의원=‘내가 어떤 정치적 경로를 밟겠다’고 준비돼 있어야 한다고 비판하는 거다.

▶이 전 의원=그건 좋은 비판이다. 지금은 준비하는 과정에 있다.

이상일(맨 왼쪽) 전 의원과 금태섭 의원이 중앙일보9층 회의실에서 대선 정국 ‘썰전’을 벌이고 있다. 맨 오른쪽이 사회자 신용호 부데스크. [사진 김경록 기자]

이상일(맨 왼쪽) 전 의원과 금태섭 의원이 중앙일보9층 회의실에서 대선 정국 ‘썰전’을 벌이고 있다. 맨 오른쪽이 사회자 신용호 부데스크. [사진 김경록 기자]

정체하거나 떨어지고 있는 반 전 총장의 지지율이 반등할 가능성은.
▶이 전 의원=충분히 국민 지지를 받아서 오를 것이다.

▶금 의원=떨어질 거다.

민주당 내에선 문재인 전 대표의 대세론이 있다는데.
▶금 의원=그게 민주당에 도움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보완재나 대체재가 될 수 있는 후보들이 많아 경쟁하는 과정에서 순위를 바꿀 수 있어야 민주당이 더 성공할 수 있다.

▶이 전 의원=반 전 총장 입장에선 문 전 대표가 싸우기 가장 쉬운 상대다.

▶금 의원= 반 전 총장이 드롭(중도 하차)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상대하기 좋아서다.

▶이 전 의원=반 전 총장이 물러난다면 가장 좋아할 사람은 문 전 대표다. 왜냐면 정권을 거저 가져가는 거니까.

문 전 대표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배치 문제를 놓고 ‘말바꾸기’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 전 의원=결국은 사드를 배치하느냐, 마느냐의 문제이기 때문에 예스(yes)냐, 노(no)냐를 밝혀 주면 좋겠다.

▶금 의원=선거만 생각하면 사드 문제는 답이 있다. 국민 중 찬성하는 사람이 50%가 넘는다. 문제는 지금 탄핵 사태를 맞은 정권이 소통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결정한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입장이 불분명하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 같다.

현재 민주당 후보들 지지율을 모두 합하면 50%를 넘나든다. 정권교체가 유력한가.
▶금 의원=지금 여론조사를 해 보면 정권교체를 바라는 답변이 80%를 넘는다. 정권교체는 대세라고 본다. 국민들은 탄핵 사태를 보면서 굉장히 불안해하고 안정을 바란다. 준비가 돼 있는 당은 민주당밖에 없다.

▶이 전 의원=정치는 생물이라고 하지 않나. 과거 대세라 불리던 유력 후보들이 실패한 경우가 많다. 반 전 총장은 상당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 문 전 대표는 당 대표를 하면서 많은 선거에서 연전연패했다.

▶금 의원=좋은 말이다. 대세론에 안주하는 후보는 질 수밖에 없다. 반 전 총장이 잠재력을 좀 보여 줬으면 좋겠다. 그래야 우리도 뭘 내밀고 경쟁할 것 아닌가.

▶이 전 의원=그런 기대를 꼭 충족시켜 드리겠다.

개헌이 대선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 같나.
▶이 전 의원=반 전 총장은 국가 미래를 위한 새 틀을 꼭 설계해야겠다는 입장이다. 개헌을 꼭 해야 한다는 사람들이 정치권에 많은 이때, 가능하면 대선 전에 개헌을 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없애야 한다. 개헌할 시간이 없다고 하지만 국회에서 그동안 많은 논의를 했기 때문에 문 전 대표가 마음만 먹으면 대선 전에 할 수 있다고 본다.

▶금 의원=개헌은 정말 중요한 건데 대선 때문에 개헌해서는 안 된다. 만약 탄핵 결정이 2월에 나오면 60일에 거쳐 대선 치러야 한다. 한 달 동안에 개헌이 과연 가능한지….

개헌이 빅텐트에 어떤 영향 끼칠 것으로 보나.
▶이 전 의원=사실 개헌이 개혁이다. 문 전 대표가 대통령이 되면 개헌하겠다고 했는데 민주당의 민주연구원 보고서에 들어 있는 게 ‘경제 상황을 갖고 개헌 안 할 수도 있다’는 게 아니냐. 그래서 ‘내가 대통령 되고 개헌하겠다’는 건 새빨간 거짓말이다. 정말 개헌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니까 빅텐트로 모여 정치적인 결사체를 형성해 보자는 움직임이 일어날 수 있다.

▶금 의원=제가 보고서 진상조사위원을 해서 잘 아는데 문 전 대표가 보고서를 본 뒤에 어떤 말을 하진 않았다. 지금 국회에서 개헌특위가 돌아가고 있지만 탄핵 결정까지 시간이 너무 짧다. 개헌에 대해 국민들 관심도 집중돼 있지 않다. 그래서 개헌을 고리로 (빅텐트를 치기) 어렵다고 본다.

김종인 전 민주당 대표가 개헌을 고리로 반 전 총장과 손잡을 가능성에 대해선.
▶이 전 의원=제가 볼 때 반 전 총장과 김 전 대표는 일치하는 부분이 많다. 임기단축, 경제민주화에 확실한 의지가 있다. 의기투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두 사람이 함께 한다면 대선을 앞두고 상당히 파괴력이 있다.

▶금 의원=저는 그럴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본다. 김 전 대표는 기본적으로 경세가다. 그래서 반 전 총장에 대한 기대가 컸었는데, 반 전 총장이 와서 하는 것을 보고 실망했다는 얘기를 했다. 김 전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실망한 게 약속을 하고 안 지켰다는 건데, 그걸 반 전 총장에게 느꼈다는 거다. 많은 사람이 개헌 하고 자기 임기를 3년으로 줄인다고 한다. 용기로 보이지만 실제 개헌하면 국회의원은 총사퇴해야 한다. 정치인은 자기 희생만으로는 안 되고 동료들의 희생을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

▶이 전 의원=김 전 대표 입장에선 실망할 수 있다. 하지만 김 전 대표는 문 전 대표에게는 정말 실망한 것 같다. 박근혜 대통령이나 문 전 대표나 똑같다고 하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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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구도는 어떻게 될 것으로 보나
▶금 의원=희망사항이 아닌 예측을 하라고 하면 다자구도로 간다고 본다.

▶이 전 의원=사실상 양자구도로 형성되지 않을까.

반 전 총장 캠프에 친이계 사람이 많아 ‘이명박 정부의 부활’이라는 말이 있다.
▶이 전 의원=솔직히 말해 지금 캠프가 없다. 10여 명의 전략기획 하는 실무진이 있다. 열심히 일해서 성과가 있는 사람에게 어떤 정부의 딱지를 붙일 필요가 있나.

▶금 의원=어느 정부 때 관료를 했다고 배제하는 건 아니다. ‘MB 정부는 실패했지만 나는 굉장히 반성한다’와 같은 게 있어야 한다. 그런데 반 전 총장 쪽으로 오는 사람들에게는 그런 게 없다. 그러니 국민들은 이게 제2의 MB정권인지, 아닌지 모르는 거다.

▶이 전 의원=반 전 총장 주변에 어떤 사람들이 있는지는 서서히 드러날 것이다.

친노 패권주의를 범여권뿐 아니라 민주당 후보들조차 이야기한다.
▶금 의원=패권주의, 야당에 배타적 문화가 있다는 건 엄연한 사실이다.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문자 폭탄과 18원 후원금을 보내는 건 분명히 고쳐야 한다.

▶이 전 의원=금 의원 같은 사람이 민주당에 있어 다행이다. 나의 잘못에 대해선 너무나 관대하고 남의 잘못은 추상같이 꾸짖는다. 이중잣대다. 

“안철수 이번에 승부 볼 것”
“황교안 나오면 반기문 표 깎아 먹을 것”
“안희정 보수서도 호감”

다른 대선 후보들 평가는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결국 대선은 문재인 대 안철수의 싸움’이 될 거라고 주장한다.

▶금태섭 의원= 안 전 대표는 이번에 승부를 볼 거라 생각한다. 문제는 정권 교체를 바라는 여론이 80%다. 사실 보수정당이 이번 선거를 이기는 선거로 보기는 힘들다. 그렇다고 후보를 안 내면 정당이 없어지니까 후보를 안 낼 수는 없다. 그렇다면 안 전 대표 입장에서는 다자구도가 되면 본인이 승산이 있다고 볼 것 같다.

▶이상일 전 의원=새누리당이 어떻게 할지는 모르겠다. 인명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의 책임으로 우리가 후보를 안 낼 수 있다’는 얘기를 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행보가 관심사다. 반기문 전 총장의 표를 깎아먹는 구도가 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반 전 총장이 본인 구상을 잘 밝히고 믿음을 얻는 과정을 밟는다면 (안 전 대표가 아닌) 반기문·문재인의 일대일 구도가 될 거다.

-문 전 대표 외에 다른 주자들도 있는데 평가를 한다면.

▶금 의원=이재명 성남시장은 ‘사이다 발언’을 많이 해 문 전 대표를 지지하는 사람들보다 더 왼쪽에 있는 사람들이 지지하는 걸로 보이는데 의외로 보수적인 사람들도 많이 지지한다. 안희정 충남도지사에 대해선 보수적인 사람들도 ‘민주당에 저런 정치인이 있다니 다시 보인다’는 말을 많이 한다. 김부겸 의원은 군포를 버리고 대구로 가서 바위로 벽을 치는 일을 한 건 정말 좋은 일을 했다.

▶이 전 의원=이재명 시장은 촛불민심의 흐름을 잘 타서 상승세를 보이다 약간 하락세 같다. 사이다는 거품이 금방 빠지지 않나. 약간 거품이 빠진 감이 있다. 안희정 지사, 김부겸 의원 같은 합리적인 사람들은 민주당의 훌륭한 재목이 될 거다.

사회=신용호 정치부 부데스크
정리=허진·백민경 기자 bim@joongang.co.kr
사진=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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