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 엽상종양, 드물지만 전이·재발 위험 커

중앙선데이

입력 2017.01.27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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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6호 24면


주부 김모(42)씨는 텔레비전에서 한 여성 출연자가 검사를 받던 중 유방암을 발견하는 장면을 봤다. 김씨보다 나이가 한참 많은 연예인이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유방 촉진을 했더니 왼쪽 유방에 콩알만한 덩어리가 있는 것 같았다. 작은 덩어리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없는 것 같기도 해 크게 신경쓰지는 않았다. 그러다 6개월 뒤 다시 촉진을 했더니 이번엔 밤톨만하게 덩어리가 커진 것 같았다. 급히 병원을 찾은 김씨는 촉진과 유방영상검사를 받았다. 악성 종양인지 알아보려고 조직검사를 한 결과 악성 엽상(葉狀)종양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김씨는 종양을 포함해 유방 일부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고 6개월마다 추적검사를 받고 있다.


유방 엽상종양은 종양의 단면이 마치 식물 잎맥이 퍼진 모양과 유사해 붙여진 이름이다. 전체 유방 종양의 1% 이하를 차지하는 드문 종양이지만 악성 종양은 전이와 재발 위험이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주로 40대 여성에게 발견되는 엽상종양은 촉진했을 때 종양의 표면이 매끈하고 주위 조직과 구분되는 둥근 모양이 대부분이다. 주로 20~30대에서 발견되는 섬유선종과 유사해 증상만으로는 구분하기 어렵다.


섬유선종과 엽상종양은 병리학적으로 다른 질환이다. 유방은 모유를 생산하고 운반하는 기능을 담당하는 상피(上皮) 조직과 조직을 결합하고 구조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기질(基質) 조직으로 구성된다. 섬유선종은 상피 조직과 기질 조직이 모두 증식하면서 형성된 종양이지만 엽상종양은 기질 조직만 과도하게 증식한 형태를 보인다. 또 섬유선종은 암 발생 위험도가 높지 않은 양성 종양으로 분류되지만 엽상종양은 기질 조직이 증식하는 정도에 따라 양성·경계성·악성 종양으로 나뉜다. 증식 정도는 재발과 예후에 큰 차이를 보이게 되는데 두 질환을 감별하는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진단은 먼저 유방촬영을 한 뒤 종양이 의심되면 초음파 검사로 종양의 내부를 관찰한다. 이때 종양 내부에 잎맥 모양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정확한 진단을 하려면 조직검사를 해야 한다. 조직검사 결과 대부분 섬유선종과 엽상종양의 전형적인 증식 형태를 보이지만 간혹 어중간한 증식 형태를 보이기도 한다. 이런 경우에는 섬유상피성 종양이라는 모호한 진단이 나온다. MRI 검사는 종양의 특성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최종 진단은 종양을 제거한 뒤 절제된 종양을 현미경으로 관찰한 결과로 확정된다. 양성·경계성·악성 종양의 구분은 ▶섬유질·혈관·신경 등의 기질세포 증식 정도 ▶비정상적인 형태의 기질 여부 ▶주위 조직 침습 여부 ▶고배율 현미경 시야에서 관찰되는 세포분열 수 등을 기준으로 한다. 악성 엽상종양은 기질세포가 왕성하게 증식하면서 비정상적인 형태의 기질이 확인되고 주위로 침습하는 모양과 함께 세포증식 수가 10개 이상 관찰될 때다. 양성 엽상종양은 전체 엽상종양의 70% 정도를 차지하는데, 기질 증식과 성장 정도가 미약하고 주위 조직과 잘 구분되면서 세포분열 수가 5개 미만인 경우다. 경계성 엽상종양은 양성과 악성의 중간 정도로 5~9개의 세포분열 수를 보인다.


엽상종양은 양성이라도 악성으로 발전할 위험이 있으므로 충분한 안전거리를 두고 절제하는 것이 치료의 원칙이다. 대개 1cm 정도의 안전거리를 두고 절제하지만 2~3cm 정도의 안전거리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종양의 크기가 작다면 충분한 안전거리를 두고 절제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 하지만 종양의 크기가 크면 안전거리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예를 들어 종양의 크기가 직경 5cm일 때 1cm 안전거리를 양쪽으로 적용하면 종양을 포함한 직경 7cm 유방조직을 제거해야 한다. 안전거리를 2cm로 늘리면 제거되는 유방조직은 직경 9cm가 되므로 유방을 보존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이때는 유방을 모두 제거하기도 한다. 충분한 안전거리를 확보하는 이유는 종양에서 거리가 가까울수록 재발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수술 외 항암화학요법이나 항암내분비요법·방사선치료 등은 효과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종양의 국소 재발은 안전거리뿐만 아니라 종양의 크기, 기질의 성장 정도, 세포분열 수와도 연관이 있다. 양성 엽상종양의 재발률을 17% 정도다. 대개 30개월 정도 지나면 재발된다. 하지만 악성 엽상종양은 재발률이 27%로 높아지고 기간은 약 20개월 정도다. 악성 엽상종양의 약 20%는 다른 신체기관까지 침범하는 원격전이가 발생하는데 다른 육종(악성 종양)과 마찬가지로 폐에 가장 흔하다. 전이됐을 때는 가능한 그 부위를 절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수술 뒤에는 재발 여부를 점검해야 한다. 추적검사는 주로 유방의 절제부위를 중심으로 6개월마다 하는데 고위험군은 폐와 간 검사를 같이 하는 것이 좋다. 고위험군은 종양의 크기가 크고 기질의 증식이 과도하면서 세포분열 수가 10개 이상일 때를 말한다.


박우찬 객원 의학전문기자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유방·갑상선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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