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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광호 농업상] 플라스틱 용기 활용 표고 대량재배 기술 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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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농업인상 조해석 청운표고 대표

조해석 대표(왼쪽)와 부인 서강화 씨. 표고버섯 대량생산 방식 개발로 국내 표고버섯 시장에 안정적 공급이 가능하게 됐다. [사진 한광호기념사업회]

조해석 대표(왼쪽)와 부인 서강화 씨. 표고버섯 대량생산 방식 개발로 국내 표고버섯 시장에 안정적 공급이 가능하게 됐다. [사진 한광호기념사업회]

올해 한광호 농업상 미래농업인상 수상자인 조해석(39) 청운표고 대표는 고품질의 표고버섯을 대량 재배할 수 있는 획기적인 기술을 개발해 농업인에게 보급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버섯 배양기간 줄고 생산성 높아져
농림축산식품부 신기술 인증 취득
수입 표고버섯 배지 시장 대체 가능

조 대표는 군 복무 시절인 2000년대 초 버섯농업에 대한 비전을 발견하고 국립 한국농수산대 2001학번(버섯학과)으로 입학했다. 졸업 직후인 2004년 청운표고를 세워 본격적인 버섯 재배에 들어갔다. 다른 버섯에 비해 수익성이 높은 표고버섯을 아이템으로 삼았다. 조 대표가 운영하는 경기 이천 모가면 진가리의 청운표고는 연매출 13억원을 내는 건실한 농업 벤처로 굳건하게 자리 잡았다. 조 대표는 항상 연구하는 자세로 중국과 무한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자신만의 표고버섯 재배기술을 개발하고 발전시켰다.

조 대표는 표고버섯의 병재배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 가장 큰 성과다. 다른 버섯에서 사용되던 봉지재배 시스템을 표고버섯에 적용한 것이다. 기존 봉지재배 방식으로는 하루 약 8000개의 배지만 생산이 가능했다. 하지만 조 대표가 개발한 새로운 시스템을 통해 시간당 약 6000병을 생산할 수 있게 되면서 노동력과 원가를 절감하고 표고버섯 산업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조 대표가 개발한 방식으로 표고버섯배지를 대량 생산하면서 물량 부족으로 수입에 의존하던 국내 표고버섯 시장에 안정적인 공급은 물론 해외 수출까지 가능하게 됐다.

조 대표는 오랫동안 표고버섯 재배의 주류를 이루었던 원목재배 방식에서 벗어나 선도적으로 톱밥 봉지재배 방식을 도입해 운영했다. 본래 표고버섯은 벌채한 떡갈나무나 상수리나무 등의 토막에 종균을 심고 버섯을 키우는 ‘원목재배’ 방식으로 키우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원목재배 방식은 원목이 구하기 힘들고 고가인 단점이 있다. 이 때문에 2000년대부터 도입되기 시작한 농법이 바로 ‘봉지재배’다. 대만·중국·일본 등에서는 일찍 보편화한 기술이지만 국내에서는 보급이 늦어져 최근 몇 년 사이에 유행했다.

봉지재배는 비닐봉지에 톱밥과 쌀겨, 물 등을 넣어 살균한 배지에 종균을 접종해 버섯을 키운다. 봉지재배는 기존의 원목재배에 비해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 또 버섯 농가에서 배양 1~4개월차 등 배양된 시기에 맞게 배지를 구매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비닐과 솜, 고무패킹 등 일회용품이 버려져 환경오염 우려가 있는데다, 겨울철에는 국산 배지 수급이 원활하지 않아 중국산이 대량으로 수입된다. 이렇게 수입되는 중국산 배지만도 연간 300억원 선에 이른다.

자동화 생산 시스템을 통해 배지를 대량 생산하면 공급이 원활해져 수입배지 대체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또 우리 국산배지를 해외에 역으로 수출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열렸다. 조 대표가 한광호 농업상을 받게 된 것은 바로 이 중국산 배지를 국산화하는 ‘용기재배’ 기술을 2013년 개발한 것에 있다. 용기재배 방식이란 버섯 배지를 플라스틱 통을 활용해 생산하는 기술을 말한다. 2014년 특허도 받았다. 일반인이 보기에는 봉지를 플라스틱으로 바꾼 것에 불과해 보이지만 기술은 단순하지 않다. 병재배는 기계화나 자동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일손이 크게 절감되는 장점이 있다.

재배에 사용되는 자재도 반영구적으로 사용이 가능해 초기 투자비용을 감안하더라도 경제성이 뛰어나다. 또 톱밥배지의 품질이 좋아 배앙기간 단축 등 생산성이 크게 향상되어 경영비가 50% 정도 절감할 수 있게 됐다. 조 대표는 봉지재배 방식의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표고버섯 재배용 용기 및 표고버섯 재배 자동화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시스템은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신기술 인증을 취득해 병재배 실용화에 앞장서고 있다.

조 대표는 자신이 연구하고 개발한 신기술과 경험을 주변 농업인이나 귀농 예정자에게 전파하고 있다. 또 표고버섯 재배용으로 생산한 고품질의 톱밥배지를 공급함으로써 표고버섯 재배 농업인의 기술과 소득 향상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지난 2010년부터는 한국농수산대학 현장교수에 임명되어 매년 10개월간 버섯 재배 전 과정과 경영실무 등을 교육하는 교육자의 역할도 하고 있다.

조 대표가 생산하고 있는 표고버섯은 무농약은 물론 안전하고 우수한 품질의 농산물로 냉장유통 시스템을 통해 출하한다. 또 경기도 관내 학교에 급식재료로 납품해 미래세대의 건강지킴이로서 역할도 충실하게 담당하고 있다. 최근의 표고버섯 가격 하락은 조 대표에게도 비켜갈 수 없는 위기다. 생산량이 늘고, 완제품 표고버섯까지 중국서 수입되면서 계속 내려가고 있다. 그는 지난해부터 2년간 중단했던 표고버섯 재배를 재개했다.

그동안은 배지 판매만으로도 15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지만, 어려워진 고객 농가가 사가기로 예약한 배지를 사지 않는 경우가 늘었기 때문이다. 조 대표는 “농가가 가져가지 않는 멀쩡한 배지를 버려둘 수 없어 키우게 된 것이 연간 4억원어치씩 팔린다”고 설명했다. 조 대표는 “최근의 표고버섯 가격 하락으로 인한 어려움을 농가 체험관광 등을 개발해 수익을 다각화하는 방법으로 뚫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덕순 객원기자 song.deoks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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