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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분수대

지겹다 ‘내로남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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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안혜리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안혜리 라이프스타일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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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비하 등으로 구설수에 올랐던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이 또 한 번 논란을 일으켰다. 이번엔 그의 주도로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리고 있는 시국 비판 풍자 전시회가 문제가 됐다. ‘박근혜 정권에 찍힌 작가들의 통쾌한 반격’이란 홍보문구를 단 전시출품작 중 에두아르 마네의 명작 ‘올랭피아’를 패러디했다는 ‘더러운 잠’이 특히 논란거리다. 박근혜 대통령을 나체로 묘사한 이 그림을 두고 여성 의원들은 “(풍자가 아닌) 여성 대통령을 향한 노골적 성적 비하와 조롱”이라며 반발했고, 민주당도 서둘러 표 의원에 대한 윤리심판원 회부를 결정했다. 벌거벗은 박 대통령과 그의 비선 실세 최순실이 뒤엉킨 이 그림에 그만큼 여론이 차가웠기 때문이다.

표 의원은 전시 개막 당일인 1월 20일 자신의 트위터에 바로 이 작품 앞에서 찍은 사진과 함께 ‘놓치면 후회할 국회 사상 초유의 시국 비판 정치 풍자 전시’라고 올려 적극적으로 홍보하더니 이제 와선 역할에 비해 과도한 비난을 받는다며 억울해한다. 그가 내세우는 건 예술의 자유다. 문화계 블랙리스트로 박근혜 정부가 공분을 사고 있는 만큼 표현과 예술의 자유를 앞세우면 모든 게 용납된다고 믿는 모양이다. 블랙리스트에 수긍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고 표현의 자유를 존중해야 하는 것도 맞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이 소란을 풍자의 관점이 아니라 저열한 조롱과 여성비하로 바라본다. 왜일까.

우선 그림 자체에 원인이 있다. ‘올랭피아’는 티치아노의 ‘우르비노의 비너스’에서 모티브를 얻은 작품이다. 19세기만 해도 여성의 벗은 몸은 신화를 빙자했을 때나 그릴 수 있었는데, 마네는 현실 속 여성을 등장시켰다. 게다가 관객을 응시하는 도발적 시선으로 당시 주류 사회 남성 관객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그런데 ‘더러운 잠’ 속 박 대통령은 눈을 감고 고개를 숙인 채 굳이 옷만 벗고 있다. 그러니 여성을 성적인 대상으로 만들어 조롱했다는 비난을 받는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표 의원의 기울어진 균형감각에서 찾을 수 있다. 일부에선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나체 조각상도 등장하는 마당에 무엇이 문제냐고 한다. 표현의 자유 논란을 떠나 거리예술가가 사적으로 하는 작업과 국회의원 주도로 국회에서 열리는 전시는 분명 다르다. 그런데도 표 의원은 예술의 자유만 떠든다. 그가 그동안 문제 삼던 일베의 태도와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다. 실제로 ‘표현의 자유’라는 주장에 ‘일베 의문의 1승’이라는 답글이 달린 걸 보았다. 지겹다,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안혜리 라이프스타일 데스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