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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맹호 회장은 문학의 산타클로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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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출판인 박맹호 선생 추도의 밤’ 행사가 23일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정병규 북디자이너, 이기웅 열화당 대표, 권혁재 한국출판협동조합 이사장, 고영수 대한출판문화협회 회장, 김언호 한길사 대표, 한철희 돌베개 대표, 윤철호 한국출판인회의 회장, 정은숙 마음산책 대표. [사진 최정동 기자]

‘출판인 박맹호 선생 추도의 밤’ 행사가 23일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정병규 북디자이너, 이기웅 열화당 대표, 권혁재 한국출판협동조합 이사장, 고영수 대한출판문화협회 회장, 김언호 한길사 대표, 한철희 돌베개 대표, 윤철호 한국출판인회의 회장, 정은숙 마음산책 대표. [사진 최정동 기자]

출판계의 거목 박맹호 민음사 회장의 빈 자리는 컸다. 전날 타계한 고인을 추모하는 조문객들 발길이 23일 종일 이어졌다. 빈소가 차려진 서울 대학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이 문인, 학자, 정치인 등 각계각층 인사로 붐볐다.

출판 외길 50년 줄잇는 애도
김우창·남재희 등 각계각층 조문
추도의 밤엔 출판사 대표들 한자리

서울대 문리대 동기로 평생지기였던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은 고인을 “문학의 산타클로스 같은 사람이었다”고 회고했다. “자기가 이루지 못한 소설가의 꿈을 출판을 통해 남들에게 이뤄줬다”고 했다. 1977년 계간 ‘세계문학’ 초대 편집위원을 맡았던 문학평론가 김우창 교수는 “책을 내지 않겠다고 버텼는데 박맹호 회장이 집까지 찾아와 설득했다. 나를 문학으로 인도한 은인 중의 은인”이라고 했다. 함께 세계문학 편집위원을 맡았던 평론가 유종호씨는 “무엇보다 기획력이 뛰어났던 분”이라고 평가했다.

고인의 동갑나기 절친이었던 남재희 전 노동부 장관은 이틀 연속 빈소를 찾았다. 고인과 인연이 막역했던 시인 고은, 소설가 이문열씨도 빈소를 찾아 추모했다.

오후 7시 100여 명의 출판사 대표 등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출판인 박맹호 선생 추도의 밤’ 행사가 열렸다. 한철희 돌베개 대표의 사회로 진행된 행사는 고인에 대한 묵념, 인연 깊은 출판인들의 추도사, 생전 고인의 동영상과 사진을 보는 순서로 1시간 가량 진행됐다.

이기웅 열화당 대표는 “70년대 중반 통도사 조실 경봉 스님이 내게 써 준 ‘백성의 목소리를 북돋아라’라는 뜻의 ‘민음활성’이라는 글귀를 내가 지닐 것이 아닌 것 같아 박맹호 회장님께 드렸더니 얼굴이 환해질 정도로 기뻐하셨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민음사 대표를 지낸 출판평론가 장은수씨는 “팔순의 나이에도 회장님은 늘 새로운 세대의 소설을 읽고 뮤지컬을 보셨다. 지상의 숨결이 남아 있다면 당신과 ‘도깨비(케이블 TV tvN 드라마)’ 얘기를 할 것 같다”고 했다.

고인은 2012년 자서전에서 “책의 세계는 한없이 넓고 깊다” “출판은 벽돌 쌓기”라고 한 바 있다. 50년 출판 외길 인생을 걸으며 5000종이 넘는 책을 만들었다. 누구도 넘보기 어려운 족적을 남긴 만큼 뒤에 남은 사람들의 아쉬움이 컸다.

시인 정현종·신달자·문정희·최승호·김영승·신현림·이응준·오은, 소설가 한수산·하일지·성석제·김탁환, 평론가 김병익·정과리, 이강숙 전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도종환·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 나경원 새누리당 의원, 송수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권한대행,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 이병규 문화일보 회장 등이 참석했다.

글=백성호·손민호 기자 vangogh@joongang.co.kr
사진=최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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