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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안심 통학, 여성 전용 … 카셰어링 여기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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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지난해 9월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색다른 차량공유 서비스가 영업을 시작했다. ‘여성 전용’인 ‘시제인고’다. 영업 방식은 우버와 비슷하지만 차량 운전자는 모두 여성이며, 탑승도 여성만 할 수 있다. 이용자가 늘면서 시제인고는 서비스 지역을 남캘리포니아주 전체로 확장했다.

서비스도 전문화 세분화 추세
완성차 업계도 공유 서비스 가세
우버 등장 뒤‘라이드셰어링’인기

시제인고의 윌리엄 조단 창업자는 “성폭행·납치·금품요구 등 여성 승객을 상대로 한 사고가 적지 않았다”며 “반대로 운전자가 승객으로부터 폭행을 당하는 경우도 있는데, 여성 운전자 입장에서도 안전이 보장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차량공유 서비스인 ‘홉스킵드라이브’. 보육 경험이 있는 검증된 운전자가 자녀의 통학·통원 등을 도와준다. [사진 홉스킵드라이브]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차량공유 서비스인 ‘홉스킵드라이브’. 보육 경험이 있는 검증된 운전자가 자녀의 통학·통원 등을 도와준다. [사진 홉스킵드라이브]

월스트리트저널·로이터·테크크런치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전문화·세분화된 형태의 차량공유 서비스가 등장해 주목을 받고 있다. 6~18세의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홉스킵드라이브’가 한 예다. 육아 경험 5년 이상, 무사고에 전과가 없는 운전자가 자녀를 학교·학원까지 데려다 준다. 아이의 탑승 시간, 현재 위치, 이동 속도 등은 스마트폰을 통해 실시간으로 부모에게 전달된다. 기존 업체는 보호자가 함께 타지 않을 경우 아동·청소년의 탑승이 불가능했다. 홉스킵드라이브는 18세 미만 승객들에게 보험을 제공하면서 만에 하나 생길 문제를 해결했다.

▶여행자를 위해 바가지 요금과 난폭운전을 없앤 ‘블랙래인’ ▶8인승 밴을 이용한 셔틀버스형 서비스인 ‘바이아’ ▶같은 방향의 운전자를 검색해 동반탑승하는 구글의 ‘웨이즈라이더’ ▶인도네시아 등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오토바이 공유 서비스 ‘고젝’ 등도 주목을 받는 업체다. 틈새 시장이 아닌 우버·리프트 같은 대형 업체의 아성에 도전하는 주노·패슨 같은 스타트업도 있다. 운전자로부터 받는 수수료를 절반 이하로 낮췄다.

컨설팅 업체 앨릭스파트너스는 세계적으로 차량공유 서비스 멤버십을 가지고 있는 이용자 수가 2014년 490만 명에서 2020년 2600만 명으로 늘 것으로 전망했다.

차량공유 서비스는 크게 라이드셰어링(Ride-sharing)과 카셰어링(Car-sharing)으로 나뉜다. 처음에는 다른 사람에게 일정 시간 차량을 빌려주는 ‘카셰어링’ 형태가 주를 이뤘지만, 우버가 등장한 이후에는 운전자와 탑승객을 연결해주는 ‘라이드셰어링’으로 무게중심이 옮겨지고 있다.

자동차 산업도 ‘제조업’에서 ‘모빌리티(이동) 산업’으로 진화할 태세다. 맥킨지에 따르면 차량공유, 데이터 연결 같은 ‘모빌리티 서비스’가 전체 자동차 산업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0.86%(300억 달러)에서 2030년 22.4%(1조5000억 달러)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자동차 제조·판매는 연 2% 정도 증가하는 데 그쳐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78.6%에서 59.7%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완성차 업계도 차량공유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폴크스바겐은 내년부터 온라인·모바일로 차량을 호출하는 라이드셰어링 서비스인 ‘모이아’를 시작한다. 푸조도 독자적인 서비스를 시작해 3년 안에 우버를 따라잡겠다는 목표를 내놓았고, BMW는 내년 뮌헨에서 자율주행차를 이용한 차량공유 서비스를 시범운행할 계획이다. 아우디앳홈(아우디), 메이븐(GM), 리치나우(BMW), 피어투피어 카셰어링(포드) 등 ‘카셰어링’ 형태의 서비스도 나왔다. 완성차 업체들이 전략적 제휴·투자가 아닌 직접 서비스 발굴에 나선 것은 예전과 다른 흐름이다. 이에 대해 푸조의 카를로스 타바레스 최고경영자는 “차량공유 업체와의 대규모 구매 계약으로 자동차 가격이 하락하면 산업의 주도권을 넘겨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나창엽 KOTRA 실리콘밸리 무역관장은 “자율주행 기술이 완성되면 첫 적용 분야는 차량공유 서비스가 될 것”이라며 “벤처기업은 물론 완성차 업체들이 미래 수익을 내다보고 차량공유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샌프란시스코(미국)=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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