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블랙리스트 폭로한 유진룡 "김기춘이 주도…분명한 범죄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른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폭로했던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3일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청와대에 들어온 뒤 주도한 범죄행위”라고 지적했다.

유 전 장관은 이날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위치한 박영수특별 검사팀 출석을 앞두고 기자들과 만나 “블랙리스트는 분명히 있다. 분명히 김기춘 실장이 주도했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유 전 장관은 특검팀에 블랙리스트 관련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했다. 오후 2시 5분쯤 모습을 드러낸 유 전 장관은 특검 사무실로 들어가기 전 20여분간 취재진에게 블랙리스트 관련한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지금 대한민국에 블랙리스트가 없다고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조윤선 전 장관도 인정했기 때문에 블랙리스트는 분명히 존재한다”며 “유일하게 김기춘씨 혼자 없다고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저와 동료 및 후배들이 목격하고 경험한 모든 정보를 취합해 볼 때 그것(블랙리스트 작성)은 분명히 김 전 실장이 주도한 것이다. (김 전 실장이) 취임한 이후로 그런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며 “저한테도 수시로 수석회의 등에서 블랙리스트에 해당하는 행위를 지시하고 적용할 것을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유 전 장관은 “블랙리스트는 정권·체제에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좌익'이라는 누명을 씌워 차별·배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며 “유신시대부터 전두환 정권까지 이러한 리스트가 존재했다 없어진 것으로 아는데, 민주주의 역사가 30년 전으로 되돌아간 것”이라고 비판했다.

유 전 장관은 지난 2013년 3월부터 2014년 7월까지 문체부 장관을 역임했다. 지난달 말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퇴임 한 달 전 블랙리스트를 봤다”고 말해 파문이 일었다. 이후 유 전 장관은 다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2014년 1월과 7월 두 차례 블랙리스트 문제로 박 대통령과 면담했다”·“김기춘 전 실장이 블랙리스트 작성·관리에 반대한 문체부 1급 실국장 6명으로부터 사표를 받으라고 지시했다”는 등을 주장하기도 했다.

이지상·정진우·김나한 기자 ground@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