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65·사진) 대성그룹 회장은 한국인으론 유일하게 2004년부터 14년 연속 한 번도 거르지 않고 스위스 다보스의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 참석했다. 다보스포럼 기간만 되면 개인 블로그와 회사 홈페이지 등을 통해 현지 소식을 국내에 전하는 메신저를 자청하고 있다. 20일(현지 시간) 다보스 콩그레스홀에서 김 회장을 만났다.
- 다보스포럼 지식을 경영 현장에 어떻게 접목하고 있나.
- “주로 최신 기술 동향을 전해주는 세션에 참석한다. 수년 전 롭 나이트 미국 UC샌디에이고대 교수가 진행했던 유전자공학 세션에서 DNA를 정교하게 잘라내는 유전자가위 기술을 처음 접하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계열사 대성환경에너지는 쓰레기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를 포집해서 에너지를 생산하는데, 유전자를 조작한 박테리아를 쓰레기에 뿌리면 더 많은 메탄가스를 포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다보스포럼에서 에너지 업계의 목표가 뭔가.
- “다보스포럼 수소위원회를 보면 자동차 업계뿐 아니라 중공업·전력회사, 심지어 광산업체까지 참여한다. 글로벌 난제는 단일 업종이 해결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에너지업계도 풀어야할 숙제가 있다. 에너지는 물·식량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에너지 생산에 전세계 수자원의 15%가 쓰이고, 에너지 가격이 오르면 식량 값이 폭등한다. 이런 문제를 심도있게 다루려면 다보스포럼처럼 각계 전문가가 일거에 모이는 자리가 필요하다. 에너지 부족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미리 예방책을 찾아보자는 것이다.”
- 신재생에너지 발전 단가가 화석연료의 그것보다 싸진다는‘그리드 패리티(grid parity)’가 언제쯤 올까.
- “이미 유럽 수십여개 국가는 이를 달성한 것으로 안다. 올해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산유량 감산을 선언하는 등 그리드 패리티에 우호적인 분위기는 계속될 것이다. 다만 한국은 사정이 좀 다르다. 일조량이 풍부하지 않고 바람도 많이 안 불어 신재생에너지의 효율이 떨어진다. ”
- 다보스포럼에서 만난 인물 중 기억에 남는 사람은.
- “올해도 마주친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다. 그는 2004년 페이스북을 창업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도 다보스포럼에 왔었다. 20대 청년이 사업 경험담을 얘기한다기에 들어가봤었는데, 청중이 채 10명도 안 됐다. 그런데 이젠 그가 지나가기만 해도 웅성거릴 정도로 유명인사가 됐다. 스스로 창업해서 거대 기업을 일궜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한다.”
- 글로벌 에너지 인사들과 교류의 장으로 다보스포럼을 활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행보에서 영감을 받았다. 이병철 회장은 매번 신년이 시작되면 도쿄을 방문해 재계 인사들과 교류하며 한 해 사업을 구상한다고 했다. 2000년 초 우연히 매년초 다보스포럼을 알게 돼 이후로 전 세계 지도자들과 만나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도 듣고 사업도 구상하려고 매년 다보스를 찾고 있다.”
다보스(스위스)=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