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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고지혈증 치료제 복용 걱정 뚝 … 당뇨 발병 위험 확 낮춘 약 등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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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면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은 대표적인 만성질환이다. 환자 수로는 고혈압이 가장 두드러지지만 증가 속도를 보면 고지혈증이 가장 무섭다. 최근 5년간 고혈압과 당뇨병은 각각 6.6%, 16% 증가했지만 고지혈증은 25.4%나 늘었다. 고지혈증 치료는 생활습관 관리와 약물요법을 필수로 병행한다. 이때 주로 처방하는 건 ‘스타틴’ 계열의 약물. 세계에서 가장 많이 처방되는
이 치료제는 효과는 좋지만 당뇨병 발병 위험을 높인다는 논란이 있었다. 최근에는 이런 논란이 없는 치료제가 개발돼 주목받고 있다.

도쿄대 의대, 아주대병원
피타바스타틴 안전성 확인
영·독·대만 보건당국 승인

각국 승인받은 피타바스타틴

고지혈증은 핏속에 지방이 필요 이상으로 많이 낀 상태다. 혈액 속 지방은 종류가 다양하다. 대표적으로 HDL 콜레스테롤, LDL 콜레스테롤, 중성지방이 있다. LDL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은 많을수록 좋지 않다. 혈관 벽에 쌓여 염증을 일으키고 결국 심혈관질환을 유발한다. 그래서 LDL 콜레스테롤은 ‘나쁜 콜레스테롤’로 불린다. 반대로 HDL 콜레스테롤은 ‘좋은 콜레스테롤’에 속한다. 비누거품처럼 혈관 벽에 붙은 중성지방과 LDL 콜레스테롤을 씻어낸다.

식습관 조절, 운동만으론 한계

고지혈증을 치료하려면 중성지방과 LDL 콜레스테롤 수치는 낮추고 H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면 된다. 식습관을 조절하고 적절히 운동하면 나쁜 콜레스테롤이 줄고 좋은 콜레스테롤이 늘어난다. 다만 이 방법만으론 한계가 있다. 중성지방과 달리 LDL 콜레스테롤 수치는 운동과 식습관 조절로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유전적인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술과 고기를 즐기지 않아도, 살찐 체형이 아니라도 고지혈증을 앓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고지혈증 치료와 관리를 위해 필히 약물을 복용해야 하는 이유다.

고지혈증에는 주로 ‘스타틴’ 계열 치료제가 처방된다. ‘고지혈증=스타틴’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널리 쓰이는 치료제다. 1980년대 처음 등장한 이후 개량을 거듭하며 안전하면서도 효과가 좋은 치료제로 각광받았다. 간에서 콜레스테롤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억제해 중성지방과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춘다. 오래 복용해도 중독되거나 내성이 생기지 않는다.

하지만 문제점이 제기됐다. 스타틴 약물이 당뇨병 발병 위험을 높인다는 것이다. 논란은 2008년 한 논문에서 비롯된다. 환자 1만7802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스타틴 계열의 로수바스타틴이란 약물을 복용한 사람의 당뇨병 발병 위험이 복용하지 않은 사람보다 26%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토르스타틴·심바스타틴 등 다른 스타틴 계열 약물을 대상으로 한 잇따른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결국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스타틴 계열 약물을 장기간 복용하면 기억력 소실 및 당뇨병 발병 위험을 경미하게 높인다’고 경고했다. 환자 입장에서는 복용하는 것도, 하지 않는 것도 개운치 않은 상황이 이어졌다.

이런 논란에도 대부분의 전문의는 여전히 스타틴을 고지혈증 치료제로 사용한다. 심장병 예방으로 인한 이득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당뇨병 발병 위험이 있지만 경미한 수준에 그치고, 설령 당뇨병에 걸렸다고 해도 쉽게 조절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한기훈 교수는 “고용량을 장기간 복용하는 게 아니라면 당뇨병 발병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이미 당뇨병에 걸린 사람이 복용해도 증세를 악화시키거나 합병증을 추가로 유발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약을 복용하는 동안 병원에서 정기적으로 관찰하기 때문에 당뇨병에 걸리더라도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며 “무엇보다 심장병을 예방하는 효과와 비교했을 때 약을 복용하는 게 훨씬 큰 이득”이라고 강조했다.

당뇨병 환자가 먹어도 괜찮아

최근에는 이런 논란을 줄인 새로운 약물도 등장했다. 주인공은 피타바스타틴(제품명 리바로)이다. 같은 스타틴이지만 당뇨병 발병 위험은 매우 낮다. 일본 도쿄대 의대에서 환자 1269명을 5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스타틴 계열 약물 7개 가운데 피타바스타틴의 당뇨병 발병 위험은 다른 약에 비해 18%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이유로 영국 의약품건강관리제품규제청(MHRA)은 지난해 3월 ‘당뇨병 위험 징후가 없다(There has been no confirmed signal of a diabetes risk for pitavastatin)’는 문구를 사용설명서에 삽입하도록 했다. 이어 포르투갈·그리스·독일·스페인·스웨덴·네덜란드·대만 보건당국도 이를 승인했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연구결과가 나왔다. 아주대병원이 1996년부터 7년간 90일 이상 스타틴을 처방받은 환자를 관찰한 결과 아토르바스타틴은 당뇨병 발생 위험이 높았지만 피타바스타틴은 당뇨병 발병 가능성을 오히려 떨어뜨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기훈 교수는 “스타틴은 한번 쓰기 시작하면 평생 먹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며 “아무래도 당뇨 발병 위험이 없다고 보고된 약을 먼저 사용하는 게 더 좋다”고 조언했다.

김진구 기자 kim.jin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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