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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자의 미모맛집] ② 영덕 죽도산 - 튀김·찜·구이·탕·볶음밥…다채로운 대게 요리의 향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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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게 코스 요리 상 차림.

대게 코스 요리 상 차림.

경상북도 해안가는 지금 몸살이 났다. 제철 맞은 대게를 맛보러 전국에서 몰려든 식객들 때문이다. 포항 구룡포항, 영덕 강구항, 울진 후포항 등 대게 집산지로 꼽히는 항구 마을 골목마다 대게 찜통이 뿜어대는 김으로 자욱하다.

우리나라 바다에서 대게 조업이 허락된 시기는 11월 1일부터 이듬해 5월 31일까지. 성미 급한 사람은 금어기가 해제되는 11월부터 대게를 먹기도 하는데, 이때는 대게의 참 맛을 느낄 수 없다. 살이 60%밖에 차지 않았기 때문이다. 뱃사람도 대게의 제철은 ‘1월 말에서 3월 말 사이’라고 입을 모은다.

영덕은 ‘고려태조 14년(931년) 왕건이 영덕 지역을 순시했을 때 대게를 올렸다’는 『고려사』 기록이 발견되면서 대게 원조 고장 타이틀을 얻었다. 하지만 영덕을 대게의 고장이라고 널리 알린 주인공은 따로 있다. 바로 배우 최불암씨다. 그가 대게 배 선장으로 출연한 드라마 ‘그대 그리고 나(1997년 방영)’가 인기를 끌자 극중 배경이었던 강구항도 명소로 떠올랐고, 매년 이맘때면 대게를 먹으러 온 사람들로 긴 행렬을 이룬다.

대게 식당이 늘어선 강구항 대게거리.

대게 식당이 늘어선 강구항 대게거리.

강구항에는 대게를 파는 식당과 노점이 모인 대게거리가 있다. 강구면사무소를 지나 강구대교를 건너면 곧장 대게거리가 시작되는데, 약 3km 되는 거리에 대게 요리 식당과 노점이 220여 곳이나 늘어서 있다. 사람이 몰리는 주말엔 차를 타고 이 거리를 통과하는 데만 2시간이 걸린다.

대게 회.

대게 회.

 ‘죽도산(영덕군 강구면 강구대게길 47-1, 054-733-4148)’은 강구항 대게거리에서 대게 코스요리를 처음 시작한 곳이다. 죽도산은 한꺼번에 250명까지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규모가 크다. 3층 건물 전체가 식당이다. 1층엔 대게로 가득 찬 수조가 있고 2·3층에 좌석을 마련했다. 대게는 이진영 사장이 직접 강구수협 대게 경매장에서 사온다. 지난 18일 기준 강구수협 대게 경매가격은 일반 대게 한 마리가 8000(게딱지 지름 9㎝)~3만원(게딱지 지름 17㎝), 박달대게 3만(게딱지 지름 10㎝)~15·16만원(게딱지 지름 17~18㎝), 붉은대게 1만(게딱지 지름 9㎝)~3·4만원(게딱지 지름 15㎝)이다.

대게 찜.

대게 찜.

커다란 수조에는 칸막이가 있다. 대게·박달대게·붉은대게를 분류해 보관하기 위해서다. 대게와 붉은대게는 다른 종이다. 붉은대게는 이름처럼 붉은빛을 띠고, 대게는 그보다 색이 더 어두운 갈색에 가까운 붉은색이다. 박달대게는 대게 중에서도 살이 꽉 들어차 박달나무처럼 단단한 놈을 이른다. 가격은 종이나 크기·무게가 아니라 살진 정도에 따라 정해진다. 게딱지를 열어보지도 않고 살이 찼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일단 눈으로 확인. 대게 배의 색깔을 본다. 살이 찬 것은 배 부분이 누리끼리한 색을 띤다. 살이 차오르면서 누런 내장이 껍데기에 비치기 때문이다. 다음에는 손으로 확인. 사장님에게 얘기하면 흔쾌히 수조에서 대게를 꺼내준다. 이때는 배와 다리가 이어지는 쪽과 등딱지를 눌러보면 된다. 이 부위들이 단단하면 전체적으로 살이 찼다는 얘기다.

대게 다리 치즈 구이.

대게 다리 치즈 구이.

대게를 골랐으면 메뉴를 택할 차례다. 대게 메뉴는 단 두 가지. 찜으로만 먹을 건지 코스요리로 먹을 건지를 결정해 주인에게 말한다. 4명 기준 30만원이면 살이 꽉 찬 박달대게 3마리 정도를 먹는다.

찜통 속에서 벌겋게 익어가는 대게.

찜통 속에서 벌겋게 익어가는 대게.

찜 요리는 단순하다. 네모난 양철통에 대게를 넣고 뜨거운 김을 쏘여 익힌다. 관건은 익힌 다음에도 대게가 온전히 제 모양을 유지하는 것. 손님들이 다리가 분리된 것을 보면 재료가 신선하지 않다고 의심을 한단다. “대게를 찔 때 민물에 넣어서 기절시키거나 뜨거운 김을 입 부분에 넣어 기절시킨 다음 찜통에 넣어요. 그래야 다리가 떨어지지 않아요.” 이진영 사장의 설명이다.

대게 다리 튀김.

대게 다리 튀김.

코스 메뉴는 튀김→치즈구이→대게회→찜→대게탕→볶음밥이 순서대로 차려진다. 튀김과 대게치즈구이는 아이들이 좋아한다. 퉁퉁하게 살이 오른 다리의 껍데기를 벗긴 다음 튀김옷을 입혀 바삭하게 튀겨낸다. 다리 살 위에 콘 옥수수와 치즈를 뿌려 굽는 치즈구이는 고소하다. 살이 가장 많은 집게발과 몸통은 쪄서 먹는다.

대게 회.

대게 회.

산지에선 대게도 회로 먹는다. 다리 살을 발라내 얼음물에 담그고 3∼4분이 지나면 엉겨 붙은 살이 떨어지면서 부풀어 오른다. ‘대게 꽃이 피었다’고 말하는 장면이다. 이때 입에 쏙 넣어 먹으면 된다. 대게 회는 식감마저 싱그럽다. 탱글탱글한 대게 살이 부드럽게 씹힌다.

 코스의 대미를 장식하는 것은 시원한 대게탕. 대게·새우·소라·조개·무·파로 국물을 내고 빨갛게 양념을 풀어 끓여낸다. 탕이 보글보글 끓어오르면 라면사리를 넣는다. 뱃사람이 특식으로 먹는다는 대게라면이다. 라면사리가 익어갈 쯤 대게 내장·김가루·참기를 넣고 고슬고슬하게 볶은 밥이 나온다. 얼큰 시원한 대게탕 국물에 고소한 볶음밥 한 술. 이 계절에만 맛볼 수 있는 귀한 바다의 맛이다.

홍지연 기자 j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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