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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분수대

IQ 높은 정권의 망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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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양영유
양영유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양영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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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역사상 최연소 장관인 오드리 탕(唐鳳)은 천재 프로그래머다. 서른여섯인 그의 직책은 디지털 총괄 정무위원(장관). 중학교 중퇴 후 독학으로 스타트업을 세우고, 실리콘밸리에 스카우트돼 애플 컨설턴트로 일하고, 24세 때 여성으로 성전환을 한 그의 파격 인생에 세계가 주목한다. 한 가지 더 있다. 180인 그의 지능지수(IQ)다. 세계 어떤 정부의 장관보다 높을 듯하다. 대만 정부는 지난해 그를 영입하면서 “특별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넉 달밖에 안 됐으니 천재의 역할을 지켜볼 일이다.

엊그제 미국 45대 대통령에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도 ‘머리’ 얘기를 했다. “우리에겐 똑똑한 인물이 아주 많다. 역사상 각료 IQ가 가장 높은 정권”이라고 자랑했다. 초갑부(Gazillionaires)와 골드만삭스(Goldman Sachs), 군 장성(Generals) 출신을 상징하는 ‘3G’ 내각에 ‘IQ’를 소스로 얹은 격이다. 21명의 각료 후보 중 누구를 지칭한 것인지, IQ로 ‘3G’의 핸디캡을 극복하겠다는 것인지 아리송하다. 뉴욕타임스 지적처럼 역대 내각의 IQ를 비교해 볼 수도 없으니 떨떠름할 뿐이다.

우리나라 각료들도 ‘머리’에 관한 한 뒤지지 않을 게다. 실제 IQ를 모르니 단순하게 출신 학교를 보고 추론해 보자. 역대 국무위원의 70% 정도가 소위 ‘SKY 대학’을 나왔다니 공부만큼은 똑 부러지게 했을 성싶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머리’가 넘쳐난다. 신데렐라의 영화를 누리다 블랙리스트 덜미를 잡혀 구속된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비롯한 국무위원 절반이 서울대 출신이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이준식 사회부총리,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수재들의 집합소였다는 경기고를 나왔다. ‘한 머리’ 했을 터다.

그런데 공부 머리와 리더십 머리는 별개인 듯하다. IQ 높다는 인사들이 이끄는 국정의 모양새를 보니 그렇다. 대통령의 몽매를 장관들의 머리가 대신해주기는커녕 범생이처럼 받아쓰기만 해왔다. 그런 사이 국정이 농락당했다. 경제는 꽁꽁 얼어붙고, 역사교과서 갈등은 여전하고, 4차 산업혁명 대비는 허술하고, 외교는 사면초가에 몰렸다. 굳어버린 제 머리와 제 눈으로만 세상을 보다 불통에 빠지고, 민심을 뒷전으로 한 헛똑똑이 정권의 오늘이다. 정책은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의 마음을 얻어 함께 달릴 수 있는데 그런 기본을 망각했다. 따뜻한 가슴은 없고 IQ만 높은 정권은 국민만 아프게 한다.

양영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