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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18세 선거권과 19금 조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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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배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김원배 경제부 부데스크

김원배
경제부 부데스크

어른이 됐다고 느끼는 시기는 언제일까. 개인 경험으론 1980년대 후반 대학생이 됐을 때다. 민법상 성인(당시 만 20세)은 아니었지만 어른 대접을 받았다. 하지만 선거는 만 20세 이상의 영역이었다. “대학생인데 왜 투표를 하지 못하느냐”며 불만을 가졌던 기억이 난다. 선거 연령은 2005년 만 19세로 낮아졌고, 2013년 민법 개정으로 만 19세는 완전한 성인이 됐다.

이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선거 연령을 만 18세로 낮추는 문제가 거론된다. 찬성 측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대부분이 만 18세에 선거권을 준다”고 말한다. 18세면 결혼도 하고 군대도 갈 수 있는데 선거권만 ‘19금(19세 미만 청소년 금지)’의 영역이 돼야 하느냐는 주장이다. 반대편에선 “ 만 18세에 선거권을 주면 고교생이 투표를 하고 학교가 정치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러면서 취학 시기를 당기는 학제 개편을 먼저 하자고 얘기한다.

찬반을 떠나 선거 연령을 만 18세로 낮추면 어떻게 될까. 예정대로 올해 12월 20일에 대선을 한다면 현행법으론 투표를 할 수 없는 대학 1학년생 일부(1998년 12월~99년 2월 출생)가 유권자가 된다. 하지만 고3 교실은 상황이 다르다. 곧 고3이 되는 99년 3~11월생은 투표권을 얻는다. 그러나 99년 12월~2000년 1, 2월생은 만 18세가 되지 않아 투표를 하지 못한다.

만일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대선이 4~5월로 당겨진다면 투표권이 있는 고3 학생보다 없는 쪽이 더 많을 것이다. 고3 교실이 유권자와 그렇지 않은 학생으로 나뉜다. 이게 과연 바람직할까. 학제 개편이 해결책이겠지만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다.

흥미로운 건 19금을 규정하는 청소년보호법의 청소년 기준이다. 법 제2조는 “‘청소년’이란 만 19세 미만인 사람을 말한다. 다만 만 19세가 되는 해의 1월 1일을 맞이한 사람은 제외한다”고 규정한다. 고교 졸업을 앞둔 98년생은 만 19세가 되지 않았다고 해도 청소년이 아니라는 얘기다. 국가법령정보센터 홈페이지에서 해당 조항이 개정된 이유를 찾아보니 “고교 졸업 후 대학에 진학하였거나 취업한 자 등은 사회통념상 성인으로 간주되고 있어 이들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라고 나와 있다. 나이보다 몇 년생인가를 중요시하는 한국적 특성을 반영했다고나 할까.

공직선거법에도 이런 19금 기준을 적용해 보면 어떨까. 만 19세가 되지 않아도 대학 1학년이 되는 98년생은 모두 유권자가 된다. 다만 이 경우도 99년 1, 2월생은 선거권이 없다. 다른 방안도 있다. 만 18세로 선거 연령을 낮추되, ‘선거인 명부 작성 기준일’을 조정하는 것이다. 대선의 경우 ‘선거 28일 전’을 기준으로 작성하는 명부에 올라야 투표를 할 수 있다. 이 기준일을 ‘선거가 있는 해의 2월 28일’로 하면 정상적인 고교 졸업자는 모두 선거권을 가진다. 고교생 투표 문제는 고려해야 할 점이 많다. 하지만 고교 졸업자의 선거권 보장은 더 이상 늦출 일이 아니다.

김원배 경제부 부데스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