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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사드 협상 존중” “취소 어려워” “철회를” 엇갈린 민주당 주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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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는 야권이 차기 정부로 ‘이월(移越)’시킨 과제다. 지난 9일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이 워싱턴에서 마이클 플린 미국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를 만나 “사드는 반드시 배치한다”고 합의했을 때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차기 정부가 결정할 문제”라고 주장했다. 특히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는 ‘김관진-플린 회동’ 이후인 12일 “탄핵으로 직무정지된 대통령의 참모가 대통령 활동을 대리한 것은 탄핵제도 위반”이라고 말해 청와대와 논란을 벌였다.

사드, 야권주자들 제각각

하지만 문 전 대표는 물론이고 민주당이나 국민의당 누구도 다음 정부를 맡는다면 사드를 어떻게 할 것인지, 한·미 합의를 뒤집을 것인지 말 것인지에 대해선 구체적 답을 내놓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야권 주자 중 박근혜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을 인정한 첫 주장이 나왔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11일 외신 기자간담회에서 “개인적으로 사드에 반대한다”는 것을 전제로 “박근혜 대통령이 한·미 정부 간 협상을 통해 결정한 것은 그것대로 존중하겠다”고 말했다. “전통적 한·미 전략적 동맹 관계를 그렇게 쉽게 처리하면 안 된다”면서다. 그는 향후 이행 논의는 차기 정부의 대통령과 책임총리, 교섭단체 대표 등으로 구성된 ‘안보·외교지도자회의’에서 진행하자고도 제안했다.

여기에 문 전 대표가 뒤늦게 가세했다. “차기 정부로 미루자”는 주장이 ‘사드 철회’를 의미하는 것처럼 받아들여지면서였다. 그는 15일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한·미 간 합의가 이뤄진 것을 그렇게 쉽게 취소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사드 문제를 다음 정부로 넘겨 국회 비준을 포함한 공론화와, 중국·러시아를 설득하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드 배치에 조건이 붙어 있다는 점이 안 지사와는 차이였다.

차기 정부로 넘기라는 야당
안희정 “사드 싫지만 한·미 결정 인정”
문재인 “다음 정부서 국회 비준을”
안철수도 “국회서 비준하면 수용”
반기문 “한반도 준전시, 배치 마땅”

이에 국회 비준을 언급한 것은 한·미 합의를 존중한다는 입장과 상충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중국을 설득하는 게 차기 정부에선 가능하겠느냐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문 전 대표의 핵심 참모는 “사드를 지렛대로 중국이 북핵 해결에 나서게 하고, 미국이 인상을 요구하고 있는 방위비 분담금 조정 등을 동시에 이룰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회 비준도 결코 사드 철회를 위한 절차가 아니다”며 “노무현 정부 때 이라크 파병을 앞두고 한·미 동맹을 감안해 비전투 지역에만 파병하면서 명분을 지켰던 것처럼, 사드가 반드시 필요하면 수용하되 실리까지 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내에서 이재명 성남시장, 박원순 서울시장은 문 전 대표나 안 지사와 달리 사드 배치 철회를 주장해왔다. 이 시장은 SNS에 “사드에 관한 입장이 당초 반대에서 사실상 수용으로 왜 바뀌었느냐”며 “한반도 운명에 지대한 영향이 있는 문제에 오락가락하는 건 야권 지지자들을 혼란에 빠뜨린다”고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문 전 대표의 주장은 야권주자 중 안철수 전 대표와 비슷하다. 안 전 대표는 그간 사드 반대 입장을 밝혀왔으나 최근엔 “사드 문제는 차기 정부로 넘겨야 한다. 국회 비준 결과를 수용하자”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반면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나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 등은 사드에 관해선 입장이 분명하다.

반 전 총장은 이날 평택 2함대사령부를 방문해 “한반도 현실이 준전시 상태이기 때문에 (사드 배치) 조치는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유 의원은 “사드는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주권 사안”이라며 새누리당 시절부터 찬성론을 펴왔다.

야권주자들이 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사드 문제에 소극적 입장을 보여온 까닭은 진보진영의 반발을 의식한 측면이 크다는 분석이다.

문 전 대표, 북한 17세 발언 논란

유승민 의원은 이날 선거 연령을 만 18세로 하향하는 문제와 관련해 “북한도 17세인데, 19세는 아주 부끄러운 것”이라는 문 전 대표의 발언을 문제 삼았다. 문 전 대표는 지난 13일 청소년·학부모들과의 간담회에서 “OECD 34개 나라 가운데 19세부터 투표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며 이처럼 말했다. 이에 유 의원은 15일 “문 전 대표가 국민을 깜짝 놀라게 했다”며 “북한에서 17세 이상이 민주적인 자유투표를 해서 김정일·김정은 체제가 탄생했다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강태화·채윤경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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