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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당신] 작은 소리에 민감할수록 더 우울하고 충동적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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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면

소리에 민감한 사람일수록 우울·분노·충동성에 더 취약할까.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병원 리포트

인제대학교 일산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승환 교수팀은 소리에 민감한 정도와 정서적 충동성 간에 연관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 교수팀은 먼저 건강한 성인 157명을 대상으로 청각 반응의 예민성을 조사했다. 이들에게 조용한 사무실의 소음 크기인 55dB(데시벨·소리의 크기를 나타내는 단위)부터 난청을 유발할 수 있을 정도로 시끄러운 공장의 소음 크기인 95dB까지 일상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소음을 10dB씩 5개 강도로 나눠 들려줬다. 연구팀은 소음을 무작위로 반복해 들려주고 뇌파를 측정해 평균값을 조사했다. 각 개인의 청각 민감성을 계산한 것이다. 그리고 청각 반응이 예민한 집단과 그렇지 않은 집단으로 분류했다.

연구팀은 또 한편으로는 우울증(BDI), 불안(STAI), 충동·정서불안(CAARS) 척도 설문과 충동 정서를 측정하는 실험(Go/Nogo task)을 진행해 정서적인 상태를 확인했다. 그리고 소리 민감성과 각 정서적 충동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그 결과 소리에 민감한 집단이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정서적 예민성, 불안, 우울 점수가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소리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집단은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감정적 예민성은 37% 더 높았고, 우울증 41%, 분노 34%, 충동성은 36% 더 높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분석 결과에 대해 소리 자극이 중추신경계를 자극해 사람의 감정을 조절하는 세로토닌 분비에 영향을 미친 결과라고 추정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뇌파를 이용해 사람의 정신적 예민성과 충동성을 측정할 수 있게 됐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이 교수는 “운전이나 비행기 조종, 기계 조작, 위기상황 대처 등 고도의 집중을 요구하는 직업군 및 임무 실패가 사회적으로 큰 손실을 일으키는 분야에서는 사람의 정서적 예민성과 충동성을 객관적으로 측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이런 분야에서 뇌파를 이용한 정신건강 검진을 통해 오작동의 가능성을 사전에 파악하고 차단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우울증, 정서불안 등 환자 진단 시에도 주관적인 설문보다 객관적인 뇌파를 이용한다면 더 정확한 치료 및 예방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네이처(Nature) 자매지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 최근호에 실렸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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