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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화 막는 소식, 음식별로 20~30% 줄이세요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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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4호 18면


건강하게 오래 사는 건 인류 공통의 관심사다. 식습관 관리는 이를 위한 출발점이다. 접근 방법은 다양하다. 채식주의만 하더라도 비건(완전 채식), 락토 오보 베지테리언(유제품+채식), 페스코 베지테리언(유제품+ 해산물+채식) 등 수많은 유형이 존재한다. 아무리 몸에 좋은 방법도 실천이 어려우면 포기하기 십상이다. 복잡할수록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소식(小食), 이른바 칼로리 제한이 꾸준히 조명 받는 이유다.


1kcal는 1L의 물을 1도 올리는 데 쓰이는 열량(에너지)을 말한다. 라틴어로 열을 뜻하는 ’calor’에서 유래했다. 영양학에서 칼로리는 음식에 포함된 에너지를 가리킨다. 음식은 저마다 다른 영양소로 구성되는데 영양소마다 칼로리가 각각 다르다. 예컨대 탄수화물·지방·단백질의 1g당 칼로리는 각각 4·9·4다. 인간은 음식을 섭취·소화해 에너지를 얻고 체온·신체기능 등 기초대사 유지와 신체활동에 사용한다.


문제는 쓰는 칼로리는 비슷한데 비해 음식을 통한 칼로리 섭취는 갈수록 늘고 있다는 점이다. ‘풍요의 역설’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1년간 소비된 음식의 총 칼로리를 인구로 나눠 국민 1인당 1일 섭취 칼로리를 추산한다. 이 값이 1980년 2485kcal, 90년 2853kcal, 2013년에는 3056kcal로 크게 늘었다. 반면 보건복지부가 기초대사와 신체활동을 고려해 제시한 1일 권장 섭취 칼로리는 사회활동이 활발한 20~40대 남녀조차 각각 2400~2600kcal, 1900~2100kcal에 불과하다(2015년 기준).


몸은 정직하다. 들어온 에너지보다 나간 에너지가 적으면 남는 에너지가 지방으로 저장돼 비만의 원인이 된다. 단맛·짠맛·매운맛에 미각이 길들여져 과식과 폭식을 일삼다가 고혈압·당뇨병 등 만성질환과 심혈관계 질환, 암으로 건강을 잃는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비만을 ‘21세기 신종 전염병’으로 규정한 이유다. 우리나라의 경우 비만의 기준인 체질량지수(BMI) 25 이상 성인 비율은 2015년 32.4%나 된다.


칼로리 제한은 몸에 큰 부담이 없을 정도로 소식을 실천하는 것이다. 강동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김수영 교수는 “칼로리 제한은 영양 부족이나 필수 영양소 감소 없이 칼로리 섭취를 줄이는 식이요법”이라며 “일정 기간 음식을 끊는 ‘단식’이나 고지방 저탄수화물 등 ‘영양소 제한’은 칼로리 제한을 바탕으로 응용, 개발된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의과학계에서는 오래전부터 칼로리 제한을 주요 연구 과제로 삼아왔다. 체중조절보다 수명 연장 효과가 뛰어나다는 점이 다양한 실험을 통해 확인되면서다. 김 교수는 “어류·설치류(쥐)·개·원숭이 등 다양한 종(種)에서 칼로리 제한이 건강 유지와 수명 연장에 효과가 있다는 점이 밝혀졌다”고 말했다. 혈관 건강과 면역기능 향상을 통해 만성질환도 예방한다.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이덕철 교수는 “1930년대 이후 다양한 실험을 통해 동물에서 수명연장·만성질환의 예방 효과가 입증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인간에게서 칼로리 제한의 건강효과에 대해서는 아직 의견이 분분하다. 수명이 길고 환경을 제어하기 어려워 연구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소식이 어떤 이유로 수명을 늘리는지에 대해서도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단, 한 가지 확실한 점은 체중감소에서 칼로리 제한 효과다. 순천향대 서울병원 가정의학과 조현 교수는 “다이어트의 성공은 95%가 음식 조절, 5%가 운동에 달려있다”며 “과체중이나 비만일 경우 칼로리 제한을 통해 만성질환 관리와 이를 통한 수명연장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단, 저체중 노인이나 이미 적게 먹는 여성은 추가적인 칼로리 제한이 근골격계 손상과 호르몬 교란을 일으킬 수 있다. 소아청소년도 성장발육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칼로리 제한을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실천하려면 먼저 무엇을 먹을지를 선택하고 그 양을 조절하는 게 바람직하다. 칼로리는 같지만 영양소가 다른 음식을 구분하라는 의미다. 조 교수는 “3대 영양소인 탄수화물·단백질·지방의 섭취 비율을 5대2대3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자신이 주로 먹는 음식의 영양소와 칼로리를 적어보고 비슷한 종류의 다른 음식이 있는지, 조리법을 바꿀 순 없는지 판단한다.


끼니마다 영양소를 챙기기 어렵다면 식습관을 유지하되 양을 20~30% 줄인다. 먹는 총량이 아니라 각 음식 별로 양을 줄여야 한다. 영양소 구성을 최대한 지키기 위해서다. 이때는 위가 줄어드는 첫 2주를 잘 극복하는 게 관건이다. 반찬을 다양하게 섭취하고 평소보다 음식을 꼭꼭 씹어 넘기는 게 도움이 된다. 세브란스병원 이 교수는 “천천히 먹다 보면 배고픔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이 사라져 허기가 덜하고 배가 부를 때 숟가락을 놓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불필요한 식욕을 억제하려면 인스턴트 식품과 자극적인 음식을 피하고 식전에 물을 마시는 것도 좋다. 순천향대 서울병원 조 교수는 “식사를 건너뛰면 공복감을 조절하기 어려워 과식, 폭식하게 된다”며 “하루 세 끼, 매일 일정한 시간에만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식욕을 다스리는 전략”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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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을 위한 조언


1.일정한 시간에 먹어라 과식과 폭식을 예방할 수 있다


2.음식을 꼭꼭 씹어 넘겨라 포만감은 음식 섭취 20분이 지나 찾아 온다


3.식단을 골고루 구성하라 쉽게 질리지 않고 적게 먹을 수 있다


4.배부를 때 느낌을 기억하라 자신의 주먹만한 위장은 음식을 먹으면 최대 5배 이상 커진다


5.포장에 속지 말라 감자튀김 한 봉지 칼로리는 1960년 200kcal에서 2005년 610kcal로 3배 이상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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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말: 세브란스병원 이덕철 교수, 강동성심병원 김수영 교수, 순천향대 서울병원 조현 교수, 참고도서 소식의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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