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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드' 맞춘 세무조사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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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표면적으론 기업 세무조사 방식을 바꾼 데 따른 일시적인 조치라는 설명이지만 세수 부족과 과세 형평을 염두에 둔 선제 대응의 성격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재계 일각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이 신년 연설에서 밝힌 양극화 해소를 위한 재원 마련과 '코드'를 맞춘 후속 조치로, 향후 강도 높은 기업 세무조사를 예고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 세무조사 방식 왜 바꾸나=종전의 정기 세무조사 방식은 세금 탈루 여부와 관계없이 일정 주기마다 조사를 하므로 획일적인 형평성만 갖췄다는 지적 때문이다. 때문에 세금 탈루 혐의가 많은 기업이 세무조사 대상에 우선 선정될 수 있도록 표본 세무조사를 통해 자료를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정기조사를 한 번 받고 나면 상당 기간 세무조사를 받지 않는 현행 제도를 악용해 일부 기업이 세금을 빼돌리는 사례가 많았던 것도 표본 세무조사 도입의 한 배경이다. 국세청은 "정기 세무조사를 이미 받은 기업에 대해서도 수시 세무조사의 가능성을 남겨놓아 기업들의 불성실 신고를 막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국세청은 궁극적으로 정기 세무조사의 비중을 점차 줄이는 대신 표본 세무조사를 통해 확보한 자료로 문제 업종이나 기업을 선정해 이들을 집중 조사하는 방식으로 바꿀 계획이다.

◆ 표본조사 어떻게 이뤄지나=국세청은 3~5년 정도 표본조사를 해 자료를 축적하면 경기순환별.시기별.업종별.유형별로 탈세 여부를 가리는 '매뉴얼'을 작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세청은 이같이 만들어진 매뉴얼을 활용해 각 기업들의 신고 내용을 비교.분석해 평균 이하로 세금을 신고한 기업이나 반복되는 탈루 유형을 보이는 문제 기업을 가려내 이들을 집중적으로 조사할 계획이다. 반대로 표본조사에서 탈루 혐의가 상대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업종에 대해선 세무조사를 줄여 기업의 부담을 덜어줄 방침이다.

◆ 문제는 없나=이번 조사 대상은 호황 업종과 탈루 혐의가 있는 기업이라고 국세청은 밝혔다. 이처럼 호황 업종, 전통적인 탈루 업종 등을 선정 기준으로 삼을 경우 형평성 논란이 제기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호황 업종을 조사 대상으로 선정한 것은 표본 세무조사의 취지와 달리 세금 징수액을 늘리기 위해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미국 국세청(IRS)은 표본 세무조사 대상을 무작위로 추출한다.

또 그동안 정기 세무조사에서 축적한 탈루 업종과 유형 등에 대한 자료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데도, 표본 세무조사 제도를 새로 도입한 것은 세무조사 대상과 빈도를 늘리기 위한 명분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홍병기 기자

*** 바로잡습니다

◆ 1월 20일자 4면 ''코드' 맞춘 세무조사 논란' 기사에 대해 국세청이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혀왔습니다.

이번 세무조사는 1월 25일 마감되는 부가가치세와 3월 법인세 정기 신고를 앞두고 기업들이 1~2월에 있는 결산과정에 세금을 조정하는 사례가 있어 이를 사전에 방지하는 한편 조사방향을 예고함으로써 성실납세를 유도하기 위한 조사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대통령 신년연설과 전혀 관련이 없고 '코드'를 맞춘 조사도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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