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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현 회장 "디지털 민주주의로 새 국가 만들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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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셋 코리아: 내가 바꾸는 대한민국` 행사가 13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홍석현 중앙일보·JTBC 회장이 환영사를 하고 있다. 박종근 기자

`리셋 코리아: 내가 바꾸는 대한민국` 행사가 13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홍석현 중앙일보·JTBC 회장이 환영사를 하고 있다. 박종근 기자

"디지털 민주주의를 통해 집단 지성으로 지혜를 모으고, 인재를 모아서 정책과 사람과 국가 시스템을 만들어낼 수 있다."

홍석현 중앙일보·JTBC 회장은 13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리셋코리아: 내가 바꾸는 대한민국' 행사 환영사에서 이같이 말했다. 홍 회장은 "이미 광화문 촛불에서 집단 지성의 힘을 확인했다"며 "촛불의 에너지를 디지털 공간으로 옮겨와 시민이 국가 시스템을 바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회장은 "외환위기 20주년인 올해, 안팎으로 어려운 경제와 주변 강대국의 첨예한 대립을 보면서 정신이 번쩍 든다"며 "고민 끝에 작은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바로 ‘리셋 코리아’"라고 설명했다. 이어 "고담준론에서 대안을 찾기에는 누적된 적폐가 너무 크다"며 "현장에 답이 있다"고 강조했다. 홍 회장은 그 답으로 '디지털 민주주의'를 제시하며 "시민이 디지털 공간에서 정책을 직접 제안하고, 검증하자"고 제안했다.

홍 회장은 "나라가 이렇게 된 게 오늘만의 문제가 아니라 오랫동안 부조리와 폐단이 쌓였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앙시앵 레짐이 된 현 체제를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세계사적, 문명사적으로 대전환기를 맞고 있다"며 "4차 산업혁명은 이미 세상의 혁명적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변화에 올라타지 않으면 대한민국은 나락으로 떨어질 위기에 처해 있다"고 경고한 홍 회장은 "시민이 직접 나서서 만들 때가 됐다"고 말했다.

홍 회장은 "분단 70년에 세계의 화약고라 불리는 한반도의 운명을 정상적인 나라, 예측 가능한 투명한 나라, 세계인들에게 존경받고 도움 주는 매력 국가로 우리는 함께 만들어낼 수 있다"며 "우리나라도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과 알리바바, 텐센트처럼 젊은이의 도전이 세계적 성취를 이루는 기회의 땅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홍 회장은 "끊어진 계층 사다리를 다시 연결하고, 무너진 중산층도 복원하고, 집집마다 아이 울음소리가 넘치는 활기찬 나라를 우리는 소망한다"며 "우리 젊은이들이 금수저, 흙수저 하며 좌절에 빠지는 일이 다시는 없어야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보수·진보의 기득권 적폐와 보수·진보 논리, 패거리 문화를 깨 진정한 사회통합을 이루자고 제안했다.

홍 회장은 "리셋 코리아의 디지털 공간에서 실타래처럼 얽혀 있는 한 문제, 한 문제를 풀어보자"며 "온 시민이 함께 미래를 열어가는 시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홍 회장은 "시민이 원하는 나라, 시민이 원하는 미래를 시민이 나서서 디자인해 보자"며 "불의를 정의로 바꾸려는 거대한 에너지가 분출하는 지금, 함께 만들어가는 새로운 미래를 위해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에서 열린 만남을 시작하자"고 강조했다.

13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리셋 코리아: 내가 바꾸는 대한민국` 행사 참석자들이 `리셋 코리아` `시민 마이크`라고 쓴 손팻말을 들어보이고 있다. 박종근 기자

13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리셋 코리아: 내가 바꾸는 대한민국` 행사 참석자들이 `리셋 코리아` `시민 마이크`라고 쓴 손팻말을 들어보이고 있다. 박종근 기자

이날 행사에서 이홍구 전 국무총리가 축사, 정의화 전 국회의장이 격려사를 했으며, 고은 시인이 축시를 낭송했다. 전순옥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소외세력 포용하고 노사 파트너 시대 열자', 김진명 작가가 '보수와 진보의 융합로'를 주제로 축사를 했다. 또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이 '한국인의 오늘'을 발표하는 등 주제 발표가 있었다.

이날 행사에는 성낙인 서울대 총장 등 리셋코리아 운영위원 30여 명과 정치·외교안보·경제·교육·보건복지 등 12개 분과의 분과장 등 70여 명이 참석해 '리셋코리아' 정식 출범을 환영했다.

2017 리셋 코리아 환영사

광화문광장의 촛불을 보면서 많은 반성을 했습니다.

한 주, 한 주가 지나가면서 가슴이 더욱 먹먹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탄핵을 놓고 한쪽에서 찬성 집회를 하고
다른 쪽에서는 반대 집회가 열리는 걸 보면서
마음이 무척 아팠습니다.

어떻게 하면
촛불에서 확인된 민심이 하나로 모여서
희망찬 나라로 다시 설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학생들은 다시 학교로 돌아가고,
직장인과 장사하시는 분들은
안심하고 생업의 현장으로 돌아가고,
나라는 나라답게 새롭게 태어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분열된 나라가 통합된 반석 위에 설 수 있을까.

저뿐 아니라 나라를 걱정하는 많은 분이
같은 고민을 하고 계십니다.

'이게 나라냐' 하는 말이 어느새 유행어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한탄만 하고 있을 수 없습니다.
'그래, 이게 나라다!'라고
희망차게 말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겠습니다.

외환위기 20주년이 되는 올해,
안팎으로 어려운 경제와
주변 강대국의 첨예한 대립을 보면서 정신이 번쩍 듭니다.

뭔가 길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또 생각했습니다.

고민 끝에 작은 결론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바로 '리셋 코리아'입니다.
나라의 기본을 다시 세우는 것입니다.

문제는 '구체적인 해법을 어떻게 찾느냐'입니다.

고담준론에서 대안을 찾기에는
누적된 적폐가 너무 큽니다.
현장에서 답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현장에 답이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디지털 민주주의입니다.
시민이 디지털 공간에서
정책을 직접 제안하고, 검증을 받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미 광화문 촛불에서
집단 지성의 힘을 확인했습니다.
촛불의 에너지를 디지털 공간으로 옮겨와서
시민이 국가 시스템을 바꾸는 것입니다.

아직 희망이 있는 것은
정의로운 사회, 좋은 나라에 대한
시민의 열망이 엄청나다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나라가 이렇게 된 게
오늘만의 문제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오랫동안 부조리와 폐단이 쌓여 왔기 때문입니다.
제도가 낡았고, 그나마 잘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정부와 기업의 잘못된 관행이 계속돼 왔습니다.

'낙타의 등을 부러뜨린 마지막 지푸라기(the last straw)'라는
표현을 알고 계시죠?
낙타 등에 짐을 쌓다가
어느 순간 마지막으로 지푸라기 하나를 올려놓자
낙타가 쓰러진 데서 나온 비유입니다.

부조리와 폐단은 켜켜이 쌓여 왔고,
언젠가 터질 시한폭탄이었습니다.

앙시앵 레짐이 된 현 체제를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세계사적, 문명사적으로 대전환기를 맞고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은 이미 세상의 혁명적 변화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과거 1, 2, 3차 산업혁명에 비해서
판이 보다 근본적으로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바뀌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에 올라타지 않으면
우리나라는 나락으로 떨어질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어떤 나라입니까.
6·25 잿더미에서 피와 땀과 눈물로 만든 나라입니다.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습니다.

다행히, 대한민국은 백성이 강합니다.
외세의 침략을 받으면
의병들이 분연히 일어나 나라를 구했습니다.
외환위기 땐 금 모으기로 세계를 감동시켰습니다.
붉은악마의 응원은 세계인의 축구 문화를 바꾸었습니다.
이번엔 질서 정연한 촛불로 또 한번 전 세계를 놀라게 했습니다.
고비 때마다 위대한 역사를 쓰는 저력 있는 민족입니다.

시민이 원하는 나라,
시민이 직접 나서서 만들 때가 됐습니다.
우리는 다시 일어설 수 있습니다.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

강대국이 기침하면 감기 걸리는 나라가 아니라
강대국에 휘둘리지 않는 당당한 나라를 생각합시다.
분단 70년에 세계의 화약고라 불리는 한반도의 운명을
정상적인 나라, 예측 가능한 투명한 나라,
세계인들에게 존경받고 도움 주는 매력국가로
우리는 함께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과 알리바바, 텐센트처럼
젊은이의 도전이 세계적 성취를 이루는
기회의 땅이 될 수 있습니다.
맥킨지 보고서처럼 세계 5위의 경제 부국이 될 수 있습니다.
경제 성과가 국민의 행복으로 연결되는 나라가 될 수 있습니다.

끊어진 계층 사다리를 다시 연결하고,
무너진 중산층도 복원하고,
집집마다 아이 울음소리가 넘치는
활기찬 나라를 우리는 소망합니다.

우리 젊은이들이 금수저, 흙수저 하며
좌절에 빠지는 일이 없어야겠습니다.

보수, 진보의 기득권 적폐도 깨야 합니다.
지긋지긋한 진영 논리도 깨야 합니다.
패거리 문화가 남아 있는 한
진정한 사회 통합은 어렵습니다.

남북 문제도 겸허한 마음으로 돌파구를 만들어야 합니다.
평화 구조를 정착시키지 못하면
이 땅에서 지속 가능한 번영은 불가능합니다.

리셋 코리아의 디지털 공간에서
실타래처럼 얽혀 있는 한 문제, 한 문제를 풀어나가야 합니다.

몇몇 지도자가 세상을 바꾸는 시대가 아니라
온 시민이 함께 미래를 열어 가는 시대를 만들어야 합니다.

시민이 원하는 나라, 시민이 원하는 미래를
시민이 나서서 디자인해봅시다.

디지털 민주주의를 통해 집단 지성으로
지혜를 모으고, 인재를 모아서
정책과 사람과 국가 시스템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초등학생부터 석학까지 머리를 맞댔으면 합니다.
시민이 지혜를 모으면
'이게 나라다'라고 다시 외칠 수 있습니다.

지성이면 감천입니다.
불의를 정의로 바꾸려는 거대한 에너지가 분출하는 지금,
함께 만들어나가는 새로운 미래를 위해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에서 열린 만남을 시작합시다.

저 역시 한 시민으로서
여러분과 함께 혼신의 노력을 다해
혼돈을 희망으로 바꾸는 용광로가 되겠습니다.

리셋 코리아에 참여해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17년 1월 13일 중앙일보·JTBC  회장 홍석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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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홍 기자 hong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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