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기 싫은 말은 듣지 않는다. 대신 삿대질을 하고 소리를 지른다. 당선 이후 첫 기자회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보여준 모습은 말 그대로 ‘막무가내’였다. 불편한 질문을 하는 CNN 기자의 말을 자르며 “가짜 언론”이라 비난하고 다른 주제로 말을 돌리는 식이었다.
트럼프의 이런 스타일은 그가 ‘소통의 도구’라 믿는 트위터만 봐도 대충 짐작할 수 있다. 그를 팔로우하는 사람이 2000만 명 가까이 되는 반면, 그가 팔로우하는 사람은 고작 42명(13일 기준)이다. 힐러리 클린턴이 트위터에서 750여 명을 팔로우(팔로워는 1200만)하고 있는 것과는 사뭇 다른 모양새다.

[트럼프 트위터 캡처]
문제는 그 42명조차 가족과 대선 캠프 관계자 혹은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의 대표계정, 자신을 지지하는 언론 등으로 100% 그의 우군이란 사실이다. 아내 멜라니아, 딸 이반카, 아들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 등 가족이 7명, 트럼프 그룹과 트럼프 골프, 트럼프 베가스 호텔 등 그룹과 그 자회사의 대표 계정이 9개다. 언론(인)으로는 일방적으로 트럼프를 두둔하고 ‘힐러리 건강 이상설’ 등을 보도했던 드러지 리포트, 그를 명사로 키운 TV쇼 ‘어프렌티스’의 프로듀서 마크 버넷 등을 팔로우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9일(현지시간), 나쁜 이야기는 들으려 하지 않고 비판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그의 모습을 두고 “트럼프의 트위터는 그가 약하다는 신호일 뿐”이라는 요지의 칼럼을 싣기도 했다. 신문은 “트럼프의 트윗은 정교한 전략의 일부라기보다는, 그저 단순한 반응으로 보인다”며 “약점의 신호”라고 전했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