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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키산맥 보며 5성급 호텔서 묵는 ‘럭셔리 기차여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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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나다 ‘로키 마운티니어’

로키 산맥의 절경을 관통하는 로키 마운티니어 열차.

로키 산맥의 절경을 관통하는 로키 마운티니어 열차.

“기차는 운송 수단이 아니라 그 지방의 일부이며 일종의 장소이다. 기차로 여행하는 사람들은 대개 사귀기가 쉽고 말하기를 좋아하며 사회적 편견으로부터 자유로운 편이다.” 미국 여행작가 폴 서루가 『여행자의 책』에 쓴 내용이다. 캐나다 관광열차 ‘로키 마운티니어(Rocky Mountaineer)’를 타면 이 말을 이해할 수 있다. 시속 65㎞. 느긋하게 차창에 비친 절경을 감상하며 럭셔리 호텔급 정찬을 먹다보면 캐나다가 아니라 또 다른 세계에 온 듯하다.

‘캐나다 기차 여행’은 익숙하지 않다. 철도망이 촘촘한 유럽이나 일본이 아니라 광활한 북미 대륙을 열차로 여행하는 사람은 드물다. 하지만 캐나다에서도 기차를 타야만 만날 수 있는 풍경이 있다. 가령 북극곰이 출몰하는 허드슨만의 처칠을 가거나 토론토에서 밴쿠버까지 동서로 횡단하고 싶다면 기차를 타는 게 현명한 선택이다. 북미의 척추, 로키 산맥을 만나러 갈 때도 기차를 타면 자동차 여행과는 전혀 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로키 산맥의 절경을 관통하는 로키 마운티니어 열차.

로키 산맥의 절경을 관통하는 로키 마운티니어 열차.

로키 마운티니어는 1990년부터 캐나다 서부의 철로를 달린 관광 열차다. 남아공 블루트레인, 유럽과 동남아시아에서 운영중인 오리엔탈 익스프레스와 함께 세계에서 손꼽히는 럭셔리 열차인 만큼 시설이 호화롭다. 기차 안에서 수준 높은 식사를 하고 절경을 감상하는 건 비슷한데 큰 차이가 있다. 로키 마운티니어를 이용하면 기차 안이 아니라 중간 기착지 호텔에서 잠을 잔다.

노선은 모두 4개다. 캐나다 서부 최대도시 밴쿠버와 로키의 심장부 재스퍼·밴프를 연결한다. 중간 경유지에 따라 편도 2~3일 걸린다. 미국 시애틀에서 출발하는 노선도 있다. 이동 거리는 편도 901~1405㎞다.

호텔이 부럽지 않은 기내식.

호텔이 부럽지 않은 기내식.

기차를 이용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기차만 이용하거나 기차 탑승 전후로 관광 일정이 포함된 패키지 상품을 이용하거나. 물론 기차 탑승권만 구매해도 기내식과 중간 기착지 숙박을 제공한다.

밴쿠버에서 출발해 재스퍼까지 가는 1박2일 코스를 살펴보자. 열차를 예약했다면, 짐을 끌고 기차역으로 갈 필요가 없다. 이른 아침, 고객이 묵는 호텔로 버스가 찾아온다. 밴쿠버 로키 마운티니어역에 도착하면, 악단이 백파이프를 연주하며 환영해준다. 그리고 8시, 기차는 출발한다. 창밖에 절경이 나타나거나 명소를 지날 때면, 가이드가 영어로 친절히 설명해준다. 식사를 하고 간식을 먹으면서 느긋하게 풍경을 감상한다.

좌석은 2개 등급으로 나뉜다. 1층에는 ‘실버 리프 서비스’ 이용객이 탄다. 1박2일간 연어·소고기 스테이크·양고기 요리 등 캐나다 천연 식재료로 만든 음식을 네 끼 먹는다. 스낵과 음료는 무제한 제공된다. 숙소는 3~5성급 호텔을 이용한다. 천장이 돔형 유리로 된 2층은 ‘골드 리프 서비스’ 좌석이다. 골드 리프 승객의 식사는 조금 더 각별하다. 식사 칸으로 이동해 수준급 셰프가 기내에서 만든 코스 요리를 맛본다. 숙소는 5성급 호텔만 이용한다. 조금 더 비싼 ‘디럭스 골드 리프 서비스’를 이용하면, 5성급 호텔에서도 특별한 방에 묵는다. 이를테면, 로키에서도 최고의 절경으로 꼽히는 레이크루이스 바로 앞 ‘페어몬트 샤또 레이크 루이스’ 호텔의 호수 전망 객실을 내준다.

천장까지 통유리로 된 객차.

천장까지 통유리로 된 객차.

기차가 목적지에 도착했다고 여행이 끝나는 게 아니다. 패키지 상품 이용객은 관광버스를 타고 여행을 이어간다. 설상차를 타고 빙하 위를 달리는 컬럼비아 아이스필드, 요호·밴프 국립공원 관광 등을 즐긴다. 보다 비싼 상품을 이용하면, 곤돌라 탑승·헬기 투어 등이 포함된다. 렌터카를 빌리거나 밴쿠버에서 크루즈를 타고 알래스카까지 가는 상품도 있다.

함께 기차를 탄 사람들과 추억을 공유하며 뜻 깊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도 로키 마운티니어의 매력이다. 캐나다인 외에도 미국·영국·독일 등 다양한 나라에서 온 여행자가 기차 여행을 함께한다. 캐나다관광청 한국사무소 이영숙 대표는 “시간 여유가 있는 중장년층 뿐 아니라 영어를 배우는 아이를 둔 가족 여행객이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여행정보

기차는 4~10월에만 달린다. 성수기인 7·8월 좌석은 일찌감치 마감된다. 4·10월에 열차를 이용하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기차만 이용한다면, 웹사이트(rockymountaineer.com)에서 직접 예약하고 항공권은 따로 구매해야 한다. 가장 저렴한 밴쿠버~재스퍼 코스, 실버 리프 서비스는 1700캐나다달러(약 152만원)다. 캠룹스에서 호텔 1박이 포함된다. 오는 3월3일까지 예약하면, 현금처럼 쓸 수 있는 바우처 증정 이벤트가 있다. 4~6박 상품을 예약하면 400캐나다달러, 7박 이상 예약하면 600캐나다달러 바우처를 준다. 샬레트래블(02-323-1062)·칼팍(02-726-5715) 등 국내 여행사는 열차 패키지 상품과 항공권, 추가 숙박을 엮어서 판한다. 398만원부터.

글=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사진=로키 마운티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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