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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어떤 삶을 살았느냐

중앙일보

입력

저승에 도착한 죽은 자에게 묻는다.
"너는 살아서 무엇을 했느냐?"

이집트 보물전

죽은 자가 대답한다
"나는 굶주린 자에게 빵을 주었고 헐벗은 자에게 옷을 주었다"

자칼의 머리를 달고 있는 아누비스가 죽은 자의 손을 이끌고 심판대로 데려간다. 아누비스는 양팔 저울의 한쪽에 죽은 자의 심장을, 다른 한쪽에 깃털을 올려 놓는다. 죄를 짓지 않은 자의 심장은 깃털보다 가볍다. 깃털보다 가벼운 심장은 영생의 배에 올라타는 티켓이다. 심장의 무게가 깃털보다 무거운 자는 죄인이다. 서기의 수호신 토트가 죽은 자의 죄를 기록한다. 저울 옆에서 심장을 노려보던 괴물 아무트(Ammut)는 죄악으로 얼룩진 심장을 집어 삼킨다. 심장을 잃은 죄인은 영생의 세계에서 추방돼 지옥으로 떨어진다. 갑자기 가슴이 무거워진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이집트 신화는 심장이 서늘해지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죽지 않는 육체를 발명한 이집트 고대문명의 비밀을 엿볼 수 있는 '이집트 보물전'이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다. 영원한 삶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죽은 사람의 몸이다. 이집트인들은 사후세계에서의 영원한 삶은 죽은 자의 몸이 보존되어야만 가능하다고 믿었다. 주검을 미라로 만드는 것은 영생을 향한 첫 걸음이다. 영원한 삶은 풍요로움과 함께 하는 것. 살아서 나일강이 주는 풍요를 마음껏 누린 사람들은 현세의 삶이 사후세계에서도 계속되기를 바라면서 성대하게 장례를 치렀다. 사자의 서가 그려진 붕대, 그 붕대를 두른 미라, 보석 장신구,각종 생활용품, 음식 항아리, 그리고 죽어서도 시중을 들 삽티 등이 미라와 함께 부장됐다. 미라는 육체를 떠난 영혼이 돌아올 수 있는 일종의 집이자 언젠가는 부활한다는 약속이며 삶과 죽음이 이질적인 것이 아니라 하나의 연속되는 과정이라 믿었던 이집트인들의 인생관이 녹아 있는 존재다.

이집트 벽화 속의 인물은 '정면성의 원리'에 따라 그려졌다. 인물의 모습이 어색하고 딱딱하게 보이기도 하는 이 정면성의 원리는 얼굴은 옆모습, 눈은 정면, 상체는 정면, 하체는 걸어가는 측면을 그렸다. 이런 식으로 그려야 사람의 본질을 가장 잘 나타낸다고 생각했다. 이집트인에게 회화는 단순한 그림이 아닌 영생을 향한 간절한 염원을 담은 산 자에게 보내는 일종의 편지였다.조각도 마찬가지다.

죽음을 잘 이해하는 자가 삶 역시 잘 이해한다. 나일강가에서 고대 인간 문명의 정수를 꽃피웠던 사람들의 내세관을 들여다 보는 행위는 물질 문명에 젖어 영혼을 잃어가는 현대인의 삶에 대한 반성의 의미가 있다.

네헤메스라타위라는 인물이 신에게 봉헌하는 모습이 담긴 봉헌석.

네헤메스라타위라는 인물이 신에게 봉헌하는 모습이 담긴 봉헌석.

곡물 씨앗을 심은 점토로 만든 작은 미라용 관.관안에서 싹이 튼 곡물은 부활한 오시리스를 상징한다.

곡물 씨앗을 심은 점토로 만든 작은 미라용 관.관안에서 싹이 튼 곡물은 부활한 오시리스를 상징한다.

미라를 만드는 과정에서 신체 내 장기들을 보관한 카노푸스 단지.보통 한 세트는 네 개의 단지로 구성된다. 단지의 뚜껑은 호루스의 네 아들인 자칼,매,사람,개코원숭이 모양으로 표현됐다.

미라를 만드는 과정에서 신체 내 장기들을 보관한 카노푸스 단지.보통 한 세트는 네 개의 단지로 구성된다. 단지의 뚜껑은 호루스의 네 아들인 자칼,매,사람,개코원숭이 모양으로 표현됐다.

미라를 감싼 붕대. 죽은 자를 위한 안내서 `사자의 서`를 기록했다.

미라를 감싼 붕대. 죽은 자를 위한 안내서 `사자의 서`를 기록했다.

미라를 감싼 붕대

미라를 감싼 붕대

미라를 감싼 붕대

미라를 감싼 붕대

미라 덮개 가면

미라 덮개 가면

왕족이나 부유한 귀족들만 가질 수 있었던, 채색된 파피루스로 만든 사자의 서

왕족이나 부유한 귀족들만 가질 수 있었던, 채색된 파피루스로 만든 사자의 서

미라 제작 과정

미라 제작 과정

죽은자의 심부름을 하는 시종 인형 삽티

죽은자의 심부름을 하는 시종 인형 삽티

삽티

삽티

석관 덮개

석관 덮개

나무를 조각해 만든 미라 덮개

나무를 조각해 만든 미라 덮개

이집트에서 문자를 기록하는 서기는 상류층에 속했다.이 조각상의 주인공은 `제후티`라는 이름의 서기다.

이집트에서 문자를 기록하는 서기는 상류층에 속했다.이 조각상의 주인공은 `제후티`라는 이름의 서기다.

미라를 넣은 관에 새긴 글과 그림.죽은자가 사후에 사용할 샌들, 샌들 왼쪽 거울의 그림이 눈길을 끈다.

미라를 넣은 관에 새긴 글과 그림.죽은자가 사후에 사용할 샌들, 샌들 왼쪽 거울의 그림이 눈길을 끈다.

부유한 상류층만 사용하던 사치품인 미라용 발덮개 바닥면.죽은자의 발에 밟히는 적들을 그려놨다.

부유한 상류층만 사용하던 사치품인 미라용 발덮개 바닥면.죽은자의 발에 밟히는 적들을 그려놨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고양이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다.정교하게 조각한 목관에 고양이 미라를 안치했다. 머리 부분에 도금한 흔적이 있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고양이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다.정교하게 조각한 목관에 고양이 미라를 안치했다. 머리 부분에 도금한 흔적이 있다.

쇠똥구리 미라의 관. 쇠똥구리는 초식동물의 배설물을 공처럼 만들어 그안에 알을 낳아 번식한다.이집트인들은 쇠똥구리의 이런 습성에서 태양을 굴리는 우주를 연상했다. 실제로 이집트어 쇠똥구리라는 단어에는 `태어나다`라는 뜻과 동일한 자음이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쇠똥구리 미라의 관. 쇠똥구리는 초식동물의 배설물을 공처럼 만들어 그안에 알을 낳아 번식한다.이집트인들은 쇠똥구리의 이런 습성에서 태양을 굴리는 우주를 연상했다. 실제로 이집트어 쇠똥구리라는 단어에는 `태어나다`라는 뜻과 동일한 자음이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로제타스톤의 최초 해석자는 프랑스의 장 프랑수아 샹폴리옹이다.샹폴리옹의 천재성 덕분에 이집트 고대 상형문자의 해석이 가능해졌다.

로제타스톤의 최초 해석자는 프랑스의 장 프랑수아 샹폴리옹이다.샹폴리옹의 천재성 덕분에 이집트 고대 상형문자의 해석이 가능해졌다.

저울 앞에 선 죽은자의 주장

저울 앞에 선 죽은자의 주장

전시장 입구의 부조물

전시장 입구의 부조물

글·사진=김춘식 기자 kim.choonsi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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