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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전도사 된 '뇌섹남' 타일러 인터뷰

중앙일보

입력

“여러분. 호구처럼 살고 싶으세요?”

방송인 타일러 라쉬(29)가 지난해 말 JTBC의 버스킹 프로그램 '말하는대로' 에서 관객들에게 던진 도발적인 질문이다.

그는 "우리가 쓰고 있는 모든 물건은 자연자원"이라며 "지구가 1년 동안 줄 수 있는 에너지가 있는데, 지구가 100을 준다면 인류가 쓰는 양은 160이다. 우리가 다 '호구'가 된거다. 우리는 빚을 지고 숨을 쉬고 있다"고 말했다.

'뇌섹남'(뇌가 섹시한 남자)이란 별명을 가진 그는 "환경보호를 하자"는 추상적인 캐치프레이즈보다 훨씬 피부에 와닿는 얘기를 이날 방송에서 쏟아냈다.
‘환경보호’에 꽂혀, 자신이 가진 환경 관련지식을 주변에 전파하려 애쓰는 타일러를 얼마전 서울 상수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천혜의 자연환경에 둘러싸인 미국 버몬트 주에서 태어나고 자란 타일러는 환경보호에 관심이 많았다.

그는 “전체 면적의 74%가 삼림이며 이를 보호하는 정책이 잘 갖춰진 버몬트 주는 100% 재생에너지로 돌아간다”며 “어릴 때부터 환경보호 교육을 받으며 ‘우리가 자연의 일부다’라는 인식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가 생활 속에서 환경운동을 펼치기로 결심한 것은 지난해 초 WWF(세계자연보호기금) 홍보대사를 하면서부터다.

“우리의 일상과 멸종위기 동물, 그리고 기후변화가 트라이앵글처럼 밀접하게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환경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졌습니다.”

타일러가 젊은 세대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간단하다.
“소비패턴을 바꿔라. 그러면 환경보호가 된다”는 것이다.

그가 말하는 소극적 차원의 환경운동은 ‘환경보호를 인식한 소비를 하는 것’이다.

그는 “카페에서 여유롭게 커피를 마실 거면서도 일회용 종이컵을 택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머그잔이라는 환경을 위한 더 나은 선택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첫걸음”이라고 했다.

환경문제를 고려해 제품 디자인을 하는 것은 적극적 차원의 환경보호다.

그는 “우유가 직사각형 패키지에 담겨있으면 마시고 나서도 우유가 조금이라도 남게 되기 때문에 이를 처리하는데 비용이 든다”며 “제품을 만들 때부터 이러한 점을 고려해서 디자인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정치외교학을 전공한 그는 “환경 문제 역시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다”며 “앞으로 어떤 일을 하든 환경보호라는 큰 카테고리 안에서 활동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환경보호 운동이 정치화되면서 ‘환경보존’이라는 본질을 잃게 되는 경우를 봤다”며 “그런 문제점을 경계하면서 앞으로 방송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대중에게 친근한 방식으로 환경보호 메시지를 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유빈 기자 kim.yoov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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