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시민마이크] 잊을 만하면 터지는 불량 먹거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가짜 홍삼, 불량 달걀…. 잊을 만하면 터져나오는 불량 먹거리 소식을 어떻게 하면 사라지게 할 수 있을까요. 중앙일보·JTBC의 대국민 의견 수렴 사이트인 시민마이크(www.peoplemic.com)를 뜨겁게 달군 불량식품에 대한 시민들의 목소리를 공유합니다.

[시민마이크] 당신의 생각을 들려주세요

죄책감 부재가 만든 현상

김상연(대학생)

먹거리를 가지고 장난치는 사람들은 미사일 단추 신드롬에 철저히 빠져 있는 것이 분명하다. ‘미사일 단추 신드롬’이란 미사일 발사 버튼을 누르고도 전혀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심리 현상이다. 버튼을 작동시키는 행위자는 피해자들과 직접적인 접촉이 없으므로 양심적인 가책에서 벗어난다. ‘내가 모르는 누군가가 먹을 음식이기에 어떻든 상관없다’는 인식은 무서운 속도로 저들의 양심을 갉아먹는다. 새우 양식에 제초제 성분의 유독물질을 사용한다거나, 가짜 홍삼액을 내놓는다.

문제점은 ‘나와는 상관없는 먼 이야기’라는 인식에서 시작한다. 불특정 다수에게 피해를 주더라도 정작 본인은 도덕적 책임감을 느끼지 못한다. 소비자와의 직접적인 접촉이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의무적으로 음식 유통의 과정을 샅샅이 표기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소비자가 마음먹으면 언제든 확인할 수 있는 유통 검증 시스템이 확립돼야 한다.

엄마 마음 우롱한 홍삼

김명진(대학생)

고등학교에 입학해 10시까지 야간 자율학습을 하느라 늘 피로에 절어 귀가하는 나를 엄마는 늘 안쓰러워 했다.

어느 날, 집에 돌아와 현관문에서 “다녀왔습니다!” 인사를 하는데 코피가 터지고 말았다. 내 몸이 피곤을 견디지 못한 모양이었다. 그 다음 날 저녁, 집에 돌아온 내게 엄마가 건넨 건 홍삼 액기스였다. 이게 뭐냐며 먹기 싫다고 징징거리는 내게 엄마는 이게 엄마의 사랑이라고 생각하고 쭉 마시라고 말했다. 그 후로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내 하루의 시작과 마무리는 모두 홍삼 액기스와 함께했다. 엄마는 내게 이것밖에 해줄 것이 없다며 미안하다고 했다.

사랑하는 딸을 위해 좋은 원료로 만든 좋은 음식을 꼼꼼히 골랐을 엄마의 마음, 그런 엄마의 마음이 사실은 캐러멜 색소와 물엿이었다고 생각하니 어찌 화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세상 모든 엄마의 마음을 우롱한 가짜 홍삼과 이제 그 어떤 것조차 믿고 먹을 수 없는 이 세상에 분노한다.

특별취재팀 peoplemic@peoplemic.com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