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진보 대안 마련" 뉴레프트 공식 출범

중앙일보

입력 2006.01.18 06:05

업데이트 2006.07.06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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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진보그룹의 대안 제시를 위한 '좋은정책포럼' 창립식이 17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공동대표로 추대된 임혁백(왼쪽)·김형기 교수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뉴레프트(New Left, 신 진보)'가 등장했다. 17일 오후 1시30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지속 가능한 진보'를 표방하는 '좋은정책포럼'이 창립대회를 열고 공식 출범했다. 공동 대표로 선임된 임혁백(고려대 정외과).김형기(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는 "이 포럼은 한국 진보의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며 "기존의 진보와는 다른 새로운 패러다임을 추구하며 민주 개혁 세력의 싱크탱크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존의 좌파가 실패했다고 지적하면서도 기본적인 좌파 철학을 버리지 않고 대안을 모색한다는 점에서 이들은 뉴레프트로 불릴 수 있다. 이들은 창립 선언문에서 "20세기 역사에서 실험된 기존의 진보 노선이 경제.사회.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하지 못해 결국 실패로 끝났다는 반성을 기초로 한다"며 "사회민주주의와 신자유주의를 모두 넘어서는 대안적 발전 모델을 지향한다"고 공표했다. 또 "효율성을 높이는 시장경제의 역동성을 충분히 발휘하도록 하면서도 사적 독점과 양극화를 초래하는 역기능을 시정하기 위해 '공정한 시장경제'를 지향한다"고 밝혔다.

뉴레프트의 등장은 지난해 출범한 '뉴라이트(New Right, 신 보수)'와 대조돼 주목된다. 뉴레프트가 뉴라이트에 맞서 지식사회의 새로운 담론을 이끌어갈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박효종(서울대 국민윤리교육학).김영호(성신여대 정치외교학).김일영(성균관대 정치학).신지호(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 등이 주도하는 뉴라이트는 뉴레프트의 탄생에 "환영한다"는 반응이다. 뉴레프트와 뉴라이트의 공통점은 이념적 유연성이다. 기존의 진보와 보수 세력이 서로에게 배타적이었던 것과는 달리 서로의 가치를 인정하고 이념보다 실사구시를 강조한다. 이런 점이 한국 사회의 고질병으로 손꼽히는 소모적 이념 논쟁을 생산적 토론으로 전환할 수 있을 것으로 학계는 주목하고 있다.

좋은정책포럼의 주역은 임현진(서울대 사회학).김균(고려대 경제학).고유환(동국대 북한학).정해구(성공회대 정치학).임경순(포항공대 과학사).김성국(부산대 사회학).조명래(단국대 도시지역계획). 박광서(전남대 경제학) 교수 등 중진 사회과학자들이다. 현실참여적 성격이 강하다. 공동대표 중 임혁백 교수는 현 정부의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을 지냈고, 김형기 교수는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태동단계부터 현실참여적이었다. 지난해 초 노무현 정부 2주년 평가위원회에서 활동했던 학자들이 보다 학술적인 논의의 장으로 포럼을 구상했다. 그러나 두 대표는 "현 정부와 거리를 유지하며 잘못한 정책은 비판할 예정"이라고 했다.

예컨대 국민연금.대학개혁.비정규직.북한 인권 문제 등을 정책별로 하나씩 검토해 사안별로 비판이나 지지를 하겠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경제 성장을 추구하면서 분배와 사회 통합도 잘할 수 있는 제3의 길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한 시장경제''공정한 글로벌화'란 용어도 자주 사용했다. 보수 세력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던 시장경제와 글로벌화의 중요성.불가피성을 인정한다는 얘기다. 이들은 스스로 뉴레프트라고 부르지 않는다. 하지만 국가 지상주의와 시장 만능주의를 모두 극복해 진보적 제3의 길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뉴레프트라 이름 붙일 수 있다는 것이 학계의 중평이다.

진보계열의 김호기(연세대 사회학) 교수는 "실용을 중시하는 중도 좌파 그룹이란 점에서 뉴레프트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뉴라이트 싱크넷에서 활동하는 김일영 교수는 "한국적 맥락에서 충분히 뉴레프트로 규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배영대 기자 <balance@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xdrag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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