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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사이버 엄호 나선 ‘문팬’…반기문 경호 자처한 ‘반딧불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한 폭력행위는 유신시대에나 있을 작태.”(‘문팬’ 성명서)

유력 대선 주자 ‘팬들의 전쟁’
“지지 후보 돕겠다” 발걸음 빨라져
과잉 행동 나서면 후보에게 부메랑
오프라인 활동 땐 위법 가능성도

“문재인 전 대표는 노무현 정권의 실정에 대해 반성했나.”(‘반딧불이’ 성명서)

얼핏 보면 정당의 대변인이 내놓은 논평 같다. 하지만 이 글은 지난 8일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팬클럽 ‘문팬’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팬클럽 ‘반딧불이’가 각각 내놓은 성명서다. 문 전 대표가 경북 구미에서 박근혜 대통령 지지자들의 시위로 25분간 차량에 갇혔던 사건과 민주당이 반 전 총장의 귀국 뒤 활동계획에 대해 비판 논평을 내놓은 것을 겨냥한 내용이었다.

조기 대선이 임박하면서 유력 대선주자 팬클럽도 들썩거리고 있다. 지지 후보의 입맛에 맞는 성명을 때맞춰 내놓는 공보 기능뿐 아니라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의 일사불란한 모습은 정당 조직을 방불케 한다.

지난해 11월 공식 창립한 ‘반딧불이’는 반 전 총장이 귀국한 뒤 전국을 다닐 때 동행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곳곳에서 서포터스로서 반 전 총장을 응원하고, 때로는 현장에서 안전에 문제가 생길 우려가 있을 때 경호 역할도 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성회 반딧불이 회장은 “각 지역에 반딧불이 회원들이 있기 때문에 반 전 총장과 동행하게 될 것”이라 고 말했다. 대통령 후보로 공식 결정될 경우 경찰청은 국회의장·국무총리 등 4부 요인에 적용되는 ‘을호’ 수준의 경호인력을 지원한다. 하지만 공식적인 후보가 아닌 경우에는 후보 측과 경찰청이 협의해 경호인력 파견 규모를 정하는 게 보통이다.

‘문팬’은 주로 온라인 공간에서 문 전 대표의 지지 활동에 적극적이다. 단순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동을 통해 호감을 표시하는 것이 다가 아니다. 예컨대 부산 해운대 관광리조트사업 비리, 이른바 ‘엘시티 사건’에 문 전 대표가 연루됐다는 소문을 퍼트리는 네티즌을 찾아 신고하는 역할도 했다.

하지만 이런 팬클럽의 활동이 지지 후보에게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최근 반 전 총장 지지 모임이 우후죽순처럼 생기고 대규모 창립행사를 여는 데 대해 “과연 순수한 팬클럽이 맞느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근 민주당에서 ‘개헌저지보고서’ 논란이 일자 민주당의 비문계 의원이나 국민의당 의원들에게 문자 폭탄이나 ‘18원 후원금’이 집중되는 일이 있었다. 그 배후에도 문 전 대표의 극성 팬들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도 있다. 김동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9일 문자 폭탄과 관련해 “문 전 대표는 그들이 누구인지 잘 알 것”이라며 “그럼에도 (문 전 대표는) 적극적인 제지가 아니라 자제를 요청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문팬의 운영자 김기문씨는 “국민의 자발적 활동을 특정 팬들의 행동으로 보는 게 오히려 더 문제”라고 맞받았다.

대선 국면에서 팬클럽은 합법과 불법의 아슬아슬한 경계선에 놓일 수 있다. 팬클럽 활동엔 위법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공직선거법은 ‘팬클럽이 각종 집회에 참석해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의 성명을 연호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막상 팬클럽이 지지 후보를 따라다닌다면 이 규정을 지킬 수 있을까. 중앙선거관리위 관계자는 “위법행위가 반복될 경우 팬클럽의 행위를 처벌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선과 악의 구도로 접근하거나 상대방을 조직적으로 음해하면 팬클럽은 오히려 민주주의를 훼손시킬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고 말했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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