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사설

과도기 한국 외교, 안정적 상황 관리가 최선이다

중앙일보

입력 2017.01.08 20:49

업데이트 2017.01.08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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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어제 “한·일 위안부 합의는 정권이 바뀌어도 실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민간단체가 부산 일본 총영사관 앞에 위안부 소녀상을 설치한 데 대한 항의 표시로 주한 대사와 부산 총영사를 소환하고, 한·일 간 통화 스와프 협상 중단을 선언한 지 이틀 만에 총리가 직접 나서서 한국의 현 정권과 차기 정권을 압박한 셈이다. 마땅한 대응 카드가 없는 외교부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일본의 압박이 누그러지기만 바라고 있다.

사드·위안부·트럼프 동시다발 위기
안정적 관리가 그나마 국익에 도움
피해 최소화 위해 정치권도 협조해야

 연초부터 한국 외교가 동네북 신세다. 중국에 차이고, 일본에 터지고, 미국에 무시당하는 꼴이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한국 배치에 반발하는 중국은 압박 수위를 계속 높이고 있다. 지난해 7월부터 한·중 군사협력을 전면 중단한 데 이어 한류 금지령을 확대하고, 한국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오는 20일 취임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멕시코에 공장을 지으려는 일본 도요타자동차를 겨냥해 공격에 나섰다. 멕시코에 공장을 지으려면 높은 국경세를 각오하란 것이다. 멕시코에 공장을 갖고 있거나 지으려는 한국 기업에도 곧 불똥이 튄다고 봐야 한다. 트럼프 당선인은 중국과 일본 대사는 일찌감치 내정했지만 한국에 대해선 아직 아무 말이 없다. 그의 안중에 한국이 없거나 있어도 우선순위에서 밀린다는 뜻일 수 있다.

 정신을 차리기 힘들 정도로 거친 파도가 사방에서 동시에 밀려들고 있지만 한국 외교는 리더십 부재 상태다. 황교안 총리 겸 대통령 권한대행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주길 기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다. 하루속히 탄핵 정국이 마무리돼 리더십이 재정립되는 것이 최선이지만 그 기간이 얼마가 걸릴지 알 수 없다. 그렇다고 손 놓은 채 과도기를 보낼 순 없다. 외교와 경제를 맡은 고위 당국자들이 애국심과 책임감을 갖고 전면에 나서야 한다.

 비상 상황인 만큼 현상 타개보다 유지에 초점을 맞춰 최대한 안정적으로 상황을 끌고 가는 수밖에 없다. 그나마 유일호 경제부총리와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이 트럼프 진영과의 협의를 위해 어제 방미 길에 오른 것은 늦었지만 다행이다. 미·중 사이에 낀 것을 축복이라고 했던 윤병세 외교장관도 스스로 책임지는 자세로 과도기 상황 관리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귀국 행사에 신경 쓸 한가한 상황이 아니다.

 정치권도 협조해야 한다. 대외정책에 대한 각자의 생각과 구상이 어떻든 차기 대선주자들은 정부가 일관성을 갖고 과도기를 넘길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사드 배치나 위안부 합의에 대한 정부 정책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국가가 위기인 상황에서 정부를 흔드는 것은 옳지 못한 처사다. 중국 정부와 직접 사드 문제를 협의한 야권 방중단의 행태가 비판받는 이유다. 차기 정부가 출범할 때까지는 현 정부를 도와주는 게 외교적 피해를 최소화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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