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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인명진 복귀…친박핵심 탈당 결단 내리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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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인명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8일 기자회견을 열어 사퇴할 뜻이 없음을 밝혔다. 6일 친박계의 실력저지로 비대위 구성을 위한 상임전국위가 무산되자 거취를 고민해온 끝에 복귀를 결단한 것이다. 인 위원장은 “현재로서 인적 청산 진행과정은 미흡하다는 게 국민 의견”이라며 친박 핵심 서청원·최경환·윤상현 의원의 탈당을 촉구했다. 그러나 서 의원은 “인 위원장을 탈당강요죄로 고소하겠다”며 반발했다. 벽두부터 이어진 집권당의 내홍이 일주일 넘게 진정 기미를 보이지 못하는 것이다.

‘썩은 종양’ 같은 극한 표현으로 서 의원을 공격한 인 위원장의 처신에도 문제는 있다. 그러나 큰 틀로 보면 인적 청산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비박계의 분당으로 가사(假死) 상태에 빠진 여당을 살릴 마지막 기회다. 서 의원이 끝까지 거부하면 당의 몰락만 가속화할 뿐이다.

새누리당은 총선 참패에도 불구하고 친박들이 당권을 고수한 끝에 탄핵이란 미증유의 국가위기를 자초했다. 이것만으로도 친박 핵심들은 탈당하는 게 도리다. 한데 이런 최소한의 인적 청산마저 난항을 거듭하며 진흙탕 싸움이 이어지고 있다. 새누리당이 개인·계파적 이해관계에 뼛속까지 절어 있는 붕당 수준의 집단임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친박 핵심들이 좌지우지해온 패거리 정치로 인한 사당화의 필연적인 귀결이다.

친박 핵심들은 쇄신을 요구하는 바람에 더 이상 맞서지 말고 최소한으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의원직을 사퇴해야 마땅한 사람들이 탈당조차 거부한다면 새누리당은 집권당은커녕 공당으로서 최소한의 자격마저 상실할 것이다. 친박들의 지원으로 당선된 정우택 원내대표를 비롯해 새누리당 의원 99명 중 68명이 인적 쇄신 동참의사를 밝힌 것도 이런 민심을 의식한 결과일 것이다. 마침 인 위원장도 “(친박들이) 마음의 상처가 있었다면 제 부족함 때문”이라며 손을 내밀지 않았는가. 친박 핵심들은 우선 정족수 미달로 무산된 상임전국위 재가동에 동의해 인 위원장 체제에 힘을 실어준 뒤 자진해 탈당 결단을 내려주길 바란다. 새누리당이 죽어야 보수가 산다.